청계천 책방 거리 되살리려 헌책 뒤지는 20대 대학생들

청계천 헌책방 거리 복원 프로젝트 ‘책 It Out’ 이끄는 인액터스 연세대팀

서울 중구 평화시장 1층에 위치한 헌책방 ‘밍키서점’. 바닥부터 천장까지 빈틈없이 쌓인 헌책들 사이로 경쾌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서점 주인 채오식(58) 사장과 20대 초반의 대학생 네 명이 분주한 손길로 헌책을 택배 박스에 담으며 쉴 새 없이 수다를 떤다. 그간 책방 한구석에 오랫동안 내팽개쳐져 있던 헌책은 이제 새로운 주인을 만나 자기가 기록해놨던 지식을 전달할 것이다.

이날 밍키서점을 찾은 이들은 ‘인액터스’(enactus) 소속의 연세대학교 학생 권홍욱(25), 김태훈(25), 김수경(24), 이선호(21)씨. 이들을 포함한 총 7명의 팀원은 60여년 역사의 청계천 헌책방 거리를 되살리기 위한 ‘책 잇 아웃’(책 It Out)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인액터스는 사회적 문제를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통해 해결하려는 대학생 중심의 글로벌 비영리 단체다.

1970년대 당시 120여곳에 달했던 청계천 헌책방은 현재 20여개 정도만 남은 상태. 과거 돈 없는 학생들의 든든한 지식 창고였던 이곳은 시간이 지나고, 시대가 변하면서 점점 그 흔적을 잃어가고 있다.

(청계천 5가와 6가 사이, 약 300미터에 이르는 청계천 헌책방 거리의 모습)

‘책 잇 아웃’은 이 죽어가는 거리에 활기를 다시 불어넣겠다는 목표 아래 모인 단체다. 대학생인 까닭에 헌책방 거리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대학 전공서적이 워낙 비싸다 보니 중고책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예전엔 청계천 헌책방 거리가 학생들 전공책 구하는 곳으로 유명했잖아요. 그때처럼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가는 곳으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이선호씨)

책 잇 아웃 프로젝트를 기획하던 시점은 도서정가제 개정안 시행을 앞둔 2014년 하반기. 이 법안은 모든 신간 서적의 가격할인율을 마일리지와 경품을 포함해 최대 15%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대형 중고도서 전문매장이 특수를 누리게 돼 전통적인 헌책방이 더욱 고사할 수 있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7명의 팀원은 “기업형 헌책방에 ‘골목상권’과도 같은 동네 헌책방들이 밀려나서는 안 된다”는 고민을 하게 됐다고 한다.

('책 잇 아웃' 프로젝트의 주력 서비스 '설레어함'. 가끔 헌책에서 옛 주인의 편지글이나 메모가 발견되기도 한다(사진 우측 하단))

그렇게 시작된 ‘책 잇 아웃’ 프로젝트의 주력 서비스는 헌책을 랜덤으로 박스에 담아 구매자에게 보내는 ‘설레어함’. 구매 희망자가 온라인으로 큰 테마를 선택하면 헌책방 주인이 해당 테마에 어울리는 책을 무작위로 선별해 보내준다. 사는 사람도 어떤 책을 받아들지 몰라 설렌다는 의미에서 ‘설레어함’이란 이름을 붙였다.

총 6개의 테마로 구성된 ‘설레어함’은 각 테마마다 인문학이나 경제학, 에세이, 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헌책들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엔 십년 동안 책만 다뤄온 책방 주인의 안목으로 ‘100% 무작위’ 헌책을 보내주는 ‘안알랴줌’ 테마도 있다. 가격은 세 권에 1만5,000원(배송료 2,500원 별도)으로 정해져 있지만 권홍욱씨는 “사장님 기분에 따라 한 권을 더 보내드리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설레어함' 서비스 이용방법 [자료 제공: 책 잇 아웃])

지난해 8월 판매를 시작한 ‘설레어함’ 서비스. 지금까지 총 3,000여권의 헌책들이 새 주인을 찾아갔고, 1,300만원 정도의 매출도 올렸다. 헌책에 원래 매겨졌던 가격 외에 벌어들인 수익은 헌책방 거리를 알리기 위한 홍보에 쓰인다. 프로젝트 초반엔 20·30대 여성들이 주고객이었지만 슬금슬금 입소문이 난 뒤엔 헌책방에 대한 향수를 가진 40·50대 고객들도 늘고 있다.

사업 초반엔 반신반의하던 책방 주인들도 ‘설레어함’으로 매출이 생기자 점차 마음을 열었다. 요즘엔 헌책 배송을 위해 책방에 들른 학생들에게 ‘점심을 사주겠다’는 말을 건넬 정도. ‘밍키서점’의 채 사장은 “어린 학생들의 아이디어 덕분에 나도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다”며 “직접 책을 골라 손님들에게 보내주는 과정이 즐겁다”고 말했다.

‘책 잇 아웃’ 팀은 지난해 5월부터 서울도서관 측과 협업해 헌책의 매력을 알리는 ‘청계천 헌책다방-무지개를 파는 헌책다방’ 행사에도 참여 중이다.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청계천 오간수교 아래 산책로에서 열리는 행사에 기획자로 참여해 헌책방 거리를 알리고 헌책 판매도 하는 것. 오는 7월엔 한강사업본부가 주최하는 ‘2016 한강몽땅 여름축제’에서 ‘한강 나눔책방, 설레어함’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책 잇 아웃’의 최종 목표는 청계천 헌책방 거리만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 구축. 헌책방 거리에 있는 모든 책방을 소개하고 직접 헌책도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홈페이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화거리로 조성된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처럼 청계천 거리도 되살아났으면 좋겠어요. 어느 한 서점의 수익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이 거리 자체가 활기를 찾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권홍욱)

청계천 5가와 6가 사이, 버들다리부터 오간수교에 이르는 약 300미터 가량의 청계천 헌책방 거리.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 위기에 처한 이 길을 살리기 위해 ‘책 잇 아웃’ 팀원 7명은 오늘도 묵은 먹지 가득한 책방 안에 숨은 옥고(玉稿)를 뒤진다.

“활동하다 보면 힘든 일도 생기고 체력적으로 지치는 때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이 작게나마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뭐든지 해야죠!”(이선호) /조가연·백상진 기자 gyjo@bzu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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