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기댐

우리를 불러오는 수백 장의 사진첩에서 오늘 꺼내온 한 장은 당신이 내 한쪽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잠이 든 순간의 내 모습이다. 내 팔이나 허리, 혹은 옷자락을 꼭 쥐고 있던 당신의 손에서 스르르 힘이 풀려 내 무릎에 그 손이 가만히 놓이는 그 순간의 느낌이 사진 한 장만으로 생생히 찾아온다. 직사각의 사진 너머 당신의 잠든 표정도 그려보면서, 내 곁의 당신이 내게 몸을 기댄 채 평화롭게 잠을 청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더없이 행복하다고 느낀다. 여느 가을날 공원에서 내게 안겨 깜빡 잠이 들었던 그때의 공기와 진향도 다시 마셔본다. 잠든 기척을 알고는 혹시나 잠을 깨울까 싶어 움직임 없이 가만히 당신의 숨소릴 듣고 감긴 두 눈을 바라보던 내 표정도 곁에 두어본다. 내가 당신에게 기대어도 아마,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내 어깨가 당신에게 침대만큼 안온한 공간이 되어줄 수 있다는 그 감격. 언제든 당신이 기댈 수 있게 나는 내 어깨를 당신의 높이보다 조금 더 높게 들어올릴 것이고, 감촉이 차갑지 않도록 내 온도를 다정히 보듬을 것이며 당신의 주변을 내 공간으로 충분히 포갤 것이다. 곧 당신의 우주가 될 것이다. 혹시나 내가 잠시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당신이 밤하늘의 달을 보며, 혹은 잠자리에 들며 가만히 눈을 감아볼 때, 또는 따뜻한 밀크티 한 잔을 가만히 넘기는 그 순간에도 내 온기가 전해질 수 있도록. 감싸안아 기댈 수 있는 존재로.

그 영화에 이 세상은 없겠지만, instagram.com/cosmos__j brunch.co.kr/@cosmo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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