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서울 25시, 夜 (31)

제2화 그녀는 분식회계 중 (10)

오성홀딩스의 투자자들이 이 광경을 봤으면 신공항 부지에 투자를 한 땅 주인들처럼 가슴이 무너져 내릴 것이다. 하지만 김해공항 근처는 대박이 나지 않았는가. 잃는 투자자가 있으면 버는 투자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오늘은 좀 특별한 걸 준비했지.”

불행한 놈이 있으면 복에 넘치도록 행복한 놈도 있기 마련이다. 박 과장은 이혜진의 반바지 속으로 손을 불쑥 집어넣었다. 매끄러운 살을 타고 밑으로 내려가서 팬티 안으로 밀어넣으며 속삭였다.

“전, 이 꽃다발도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이혜진이 간지럽다는 얼굴로 박 과장의 손을 빼면서 웃었다.

“그럼 이벤트를 취소해야 할까?”

“어머! 이벤트라구요?”

“글쎄, 이벤트라고 하기는 좀 약한 것 같기는 한데.”

박 과장이 냉장고 앞으로 갔다. 제 집처럼 냉장고 문을 열어 캔맥주를 꺼내 들고 식탁 의자에 앉았다.

“저, 지금 감동 먹었어요. 뭐든 최상의 이벤트가 될 거예요.”

소금만 먹어본 사람에게 설탕 맛은 감격이다. 이혜진은 남자친구가 가끔 여자에게 이벤트를 해준다는 상식 정도는 알고 있었다. 박 과장의 입에서 이벤트라는 말이 튀어나온 것은 처음이다. 얼른 인덕션의 불을 끄고 박 과장 옆에 앉았다.

“우리 내일 바닷가 갈까?”

“그, 그게 정말이에요?”

이혜진은 박 과장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연휴가 축제이자 지옥인 이유는, 연휴 첫날은 밤 열두 시까지 같이 있을 수 있지만 연휴 기간은 외롭게 지냈던 까닭이다.

“모레 아침까지 같이 있을 수 있어.”

“고마워요, 과장님.”

이혜진은 가슴이 벅차올라서 박 과장의 목을 껴안았다.

“이벤트 둘.”

박 과장이 싱긋이 웃으면서 이혜진에게 눈을 감으라고 했다.

“전, 지금 행복해요.”

이혜진은 떨리는 가슴을 손바닥으로 누르면서 눈을 감았다.

“이건 내 사랑의 정표.”

박 과장이 서류가방에서 목걸이를 꺼냈다. 반 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달린 앙증맞은 디자인이다.

“어머!”

이혜진은 길고 가는 목에 와 닿는 부드러운 금속성의 감촉을 느끼며 눈을 떴다. 목걸이 끝에 매달려 있는 다이아몬드가 반짝 빛을 낸다. 그녀는 감격의 눈물을 글썽거리며 박 과장의 목을 껴안았다.

“그동안 선물을 많이 기다렸지? 아무래도 평생 간직해야 할 선물이 나을 것 같아서 준비했어.”

박 과장이 이혜진의 허리가 부러지도록 꽉 껴안아 주고 나서 점잖게 말했다.

“저, 저는 정말이지 선물 기다려 본 적이 없어요. 과장님만 제 곁에 있으면 돼요.”

이혜진이 다시 펜던트에 박혀 있는 다이아몬드를 바라봤다. 만지작거리며 황홀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도, 혜진이하고 매일 이렇게 살고 싶어. 내 마음 알지?”

“그럼요. 제가 모르면 누가 알겠어요.”

이혜진은 매일 이렇게 살고 싶다는 말에 서러움이 섞인 눈물이 났다. 하지만 혼자 있을 때처럼 오래가지 않았다. 조기매운탕이 끓는 소리에 얼른 일어나서 주방으로 갔다.

“내가 도와줄게.”

박 과장은 집에서도 아내를 도와서 밥상을 차린다. 집에서도 차리는 밥상이니 나와서 차리는 것이 어렵지 않다. 매일 차려주는 것도 아니다. 연휴가 시작되는 저녁마다 차려주는 밥상은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차려줄 만하다.

“아이, 과장님은 그냥 앉아 계셔요.”

박 과장의 형편을 알 리가 없는 이혜진은 밥상 차려 주는 그가 몹시 고마웠다. 자신을 그만큼 사랑하기 때문에 밥상 차리는 것을 도와준다고 생각했다.

“어서 드세요.”

“맛있겠는데.”

조촐한 밥상이 차려졌다. 이혜진은 미안했지만 박 과장은 행복했다. 가끔 야외에서 밥을 먹을 때는 김밥도 맛있다. 마트 반찬 코너에서 만든 반찬은 아내가 만든 것보다 맛있다. 정성 들인 조기매운탕은 짜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건배!”

“고마워요.”

와인도 아니고 샴페인은 더욱 아니다. 박 과장의 기호에 맞는 소주를 반주 삼아 본격적으로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이혜진은 무슨 핑계를 대고 2박 3일 휴가를 받았느냐고 묻지 않았다. 묻는다면 박 과장은 자존심이 상할 것이다. 집을 나오지 않는 이상 대책은 세워 놓았을 것으로 생각하며 행복 가득한 눈빛으로 박 과장을 바라봤다.

박 과장은 이혜진이 묻지 않는데 아내는 고등학교 동창들과 베트남으로 여행을 갔고, 아이들은 학교 캠프 갔다고 고백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이혜진과 맘껏 뒹굴어 보겠다는 욕망에 흔들리는 눈빛으로 이혜진을 바라봤다.

저녁상을 치웠다. 박 과장은 집에서처럼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이혜진이 후식으로 복숭아를 깎아 왔다.

“어렸을 때부터 복숭아를 참 좋아했어요. 할아버지가 복숭아 과수원을 하셨거든요.”

이혜진은 민소매 티셔츠에 헐렁한 반바지 차림이다. 원래 글래머라 가슴골이 훤하게 드러났다. 포크로 복숭아 조각을 찍어서 박 과장의 입에 대주며 속삭였다.

“복숭아를 많이 먹어서 이렇게 피부가 아름다운 거 아냐?”

한만수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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