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잇, 우라질! 지금이 몇 시인데 전화하고 난리야!”
오랜만에 승준을 만난 어느 날, 불판에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가고 이제 막 한 점을 집어먹으려는 찰나에 그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휴대폰 액정에 뜨는 번호를 본 후 그 첫마디가 “우라질!”로 시작하면 나도 어떤 내용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승준은 새로운 업무로 브라질 거래처를 담당하게 되어 현지 사무실에서 전화가 자주 걸려 왔다. 브라질과 우리나라의 시차는 12시간으로, 저녁부터 전화가 오기 시작하여 자정까지 전화벨이 울리기도 했다. 승준은 잠잘 때, 밥 먹을 때만 골라서 전화 온다며 번호만 보아도 짜증을 냈던 것이다.
“그래도 브라질 담당하니까 기회 되면 출장도 갈 수 있는 거 아냐? 나는 그렇게라도 한번 가보고 싶네.”
그 말을 하는 순간 ‘이번 여름휴가 때 진짜 브라질로 여행을 떠나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충동적으로 떠오른 생각이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우라질네이션’이었던 브라질이, 내게는 가슴 뛰게 하는 여행지가 되었다. 일단 마음속으로는 브라질을 품었는데, 직항이 없는 데다가 경유하는 방법도 다양해서 항공권을 찾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경유 횟수를 줄이면 이동 시간은 줄어들지만 항공권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경유 횟수, 가격, 이동 시간을 모두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와이페이모어, 월드스팬 등 각종 저가 항공 사이트를 검색하며 적당한 항공권을 찾아보았다.
내가 신청한 휴가 날짜는 다가오는데, 여전히 항공권을 검색만 하고 있자 ‘너무 무리한 계획을 세운 건가?’, ‘이러다 못 가는 거 아니야?’ 하는 불안함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휴가 시작하기 3일 전까지 항공권을 구하지 못하면 브라질 여행은 포기하려고 마음먹고 있던 찰나에 두바이를 경유하는 상파울루행 항공권 1개 좌석이 보였다. 이런 티켓은 클릭 한 번의 순간에도 순식간에 매진되기 때문에 보자마자 예약을 했다. 드디어 브라질행 항공권이 내 손에 들어왔다! 금요일 밤 11시 55분 출발, 그다음 주 일요일 오후 4시 반에 도착하여 9박 10일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