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올 칼럼/ ‘기레기 언론’의 실태와 헌법재판소 결정

#1. ‘무기명 골프회원권’이란 게 있다. 회원권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도 회원과 똑같은 대우를 받으며 골프를 칠 수 있다. 그린피 면제(세금만 계산), 주말 부킹 보장 등의 혜택이 있기 때문에, 기업이 접대용으로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기레기들은 이 ‘무기명 골프회원권’을 활용해 황당한 짓을 벌인다. 기업의 약점을 잡아 취재하는 척, 접근해서는 “주말에 부킹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기업이 주말 좋은 시간을 골라 부킹을 해주면, 기레기는 이걸 다른 사람에게 팔아 현금을 챙긴다. 일종의 ‘골프깡’을 하는 것이다.

#2. 일부 기레기들의 ‘깡’은 골프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기업 홍보 관계자는 팩트올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경험담을 토로한 적이 있다. 거론된 기자는 유력 매체의 팀장급 기자였다.

이 기자가 어느날 홍보 관계자에게 전화를 했다. “저녁때 소주나 한 잔 하자”고 한 것이다. 기레기는 “둘만 만나면 심심하니 한 두 명 더 데리고 가겠다”고 했다. 약속 장소는 서울 시내의 한 횟집. 막상 자리에 나가보니 따라나온 인원은 기레기 포함 7명이었다. 홍보 관계자는 “예상보다 인원이 많아 약간 당혹스러웠지만, 그런 티를 내기는 뭐했다”고 했다. 기레기 7명은 이것저것 시켜놓고 걸신들린 듯 먹고 마시더니, 거나하게 취해서는 “어디 가서 노래나 한 곡 하자”고 했다.

홍보 관계자가 따라간 곳은 이 언론사 주변에 있는 한 노래방이었다. 고급 가라오케는 아니지만, 그다지 허름하지도 않은 곳이었다. 홍보 관계자 2명과 기레기 7명, 도합 9명은 이곳에서 마시고 부르며 얼큰하게 취했다. 선곡 번호를 눌러줄 도우미 1명도 불렀다. 하지만 ‘야한’ 행위는 없었다고 한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이들이 마신 것은 양주 1명과 맥주 여러병, 그리고 두어가지 안주였다. 그런데 가격이 100만원이 넘게 나왔다는 것이다.

홍보 관계자는 “왜 이렇게 많이 나왔느냐”며 노래방 주인에게 항의를 했다. 그러자 기레기 팀장이 취한 척 “기분 좋게 마셨는데 쩨쩨하게 왜 그러느냐”며 목소리를 높여, 그만 뒀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다음날 생각해보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기레기 팀장과 전에 갔던 곳도 같은 노래방이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 때도 가격이 너무 비싸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었다”면서 “물증은 없지만 ‘깡’을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3. 그런데 이 관계자와 같은 생각을 하는 홍보 관계자들이 더 있었나 보다. 홍보맨들끼리 갖는 모임에서 기레기들의 ‘깡’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자 거론되는 기레기가 특정 매체 특정 기자 몇몇으로 집약이 되더란다. 이들이 갔다는 노래방도 동일한 한 두 장소로 모아졌다. 그러자 누군가가 “우리가 직접 한번 확인해보자”고 그 자리에서 제안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갔었던 ‘그 집’으로 함께 가서는 그때 주문했던 것과 똑같은 술, 똑같은 안주를 시키고 노래를 부른 뒤 계산서를 요구했다. 이들이 받은 계산서에는 ‘그 때’ 나왔던 가격보다 30% 가량 낮은 금액이 적혀 있었다.

#4. 기업에 광고를 요구하고 수수한 광고료를 ‘회사’와 나눠먹는 경우는 이젠 얘기 꺼리도 안된다. 주요 경제매체의 편집국장은 취임할 때 아예 ‘광고 목표치’를 정해 놓는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물론 물러난다. 보험사나 제약사 영업 이사들과 다를 바가 없다. 듣보잡 찌라시 이야기가 아니라, 주요 경제매체 이야기다.

광고에 편집국장의 목줄이 달려 있다 보니, 몇몇 기레기 국장들은 자기가 직접 나서기도 한다. 취임 인사를 핑계로 각 기업을 돌아다니며 ‘광고협찬’을 요구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이런 요구를 받으면 일단 ‘땡큐’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매체별 광고예산을 연초에 미리 잡아놓기 때문에, 기왕 집행할 예산이면 편집국장이 요구할 때 주는 것이 생색도 나고 모양도 좋기 때문이다.

이 경우 문제는 언론사 내부에서 불거진다. 광고국이 받아와야 할 광고를 편집국장이 먼저 받아온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광고국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새치기’를 당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이로 인한 마찰이 볼썽 사납게 벌어지게 된다.

#5. 언론사에서는 받아온 광고를 2:8, 3:7, 4:6 나아가 5:5 또는 그 이상의 비율로 나눠먹는 경우가 많다. 이것 역시 듣보잡 찌라시 이야기가 아니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유력 매체들의 현실이다.

예를 들어 편집국장이 100에 해당하는 광고를 받아왔다면, 이중 일정 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이 편집국장 개인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게 된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치부가 가능한 구조다. 그러다보니 편집국장이 기업 광고를 쓸어 담으면 “편집국장이 광고를 가로챘다”는 시비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이를 놓고 광고국장과 편집국장이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있고 “국장이 이럴 수 있느냐”며 일선 기자들이 반발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한 주요 매체 편집국장은 기자들의 항의를 받고 ‘광고 인센티브’의 일부를 편집국 국비로 쓰라며 토해낸 적도 있다.

#6. 편집국장이 이 지경이다 보니, 그 밑에 있는 일선 기자들 상황은 말 할 것도 없다. 앞서 언급한 ‘깡’은 진화된 촌지의 다른 유형이다. 일부 홍보맨들은 기레기들과 짜고, 소속 기업에서 집행한 광고비의 일부를 ‘리베이트’ 형태로 되돌려 받아 착복하기도 한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소위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상황이 이러니 기레기들이 김영란법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 법이 시행되면 기레기 언론사와 기레기 기자들의 수입에 막대한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일부 매체들이 농어민, 소상공인, 외식업체 등을 핑계삼아 “김영란법이 경제를 위축시켜 사회적 파국을 일으킬 것”이라며 협박성 기사를 쓰는 데엔 이같은 배경이 있다.

#7.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가톨릭농민회(가농) 등 농민단체는 헌재 결정을 앞둔 6월 29일 “농어민의 어려움을 방패막이 삼아 김영란법을 무력화시키려는 일체의 행동을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전농의 김영호 의장은 7월 1일, 팩트올과의 인터뷰에서 “김영란법 때문에 농가가 몰락할 거라는 그들의 얘기는 거짓말이고 사기”라며 “정치권과 언론이 농민을 팔아 김영란법의 발목을 잡으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8. 헌법재판소가 28일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관계자 등이 직무 연관성이나 대가성 없이도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 넘는 돈을 받으면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김영란법은 9월 28일 예정대로 시행된다. 광고없는언론 팩트올은 이같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지지한다. 다소 문제가 있다면, 해가면서 보완하면 될 일이다. 백번 지당한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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