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핏_인터뷰] 전통주를 알리고 양조장을 살린다, 전통주 온라인 플랫폼 '술펀'

2015년 상반기 대한민국 최고의 히트상품 중 하나인 유자 맛이 나는 순할 것이라는 이름의 소주. 이후 주류업계는 기다렸다는 듯이 과일 맛 소주를 출시하며 한동안 과일 소주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리는듯했다. 하지만 알코올 냄새를 살짝 걷어낸 자리에 합성 과일 향을 넣었을 뿐인 술 말고. 애주가들의 마음을 혹하게 할 진짜 맛있고 새로운 술 어디 없을까? 혹시 들어는 봤나? 이강주, 문배주, 하향주, 아황주 여기에 백설공주까지. 그 이름도 찬란한 우리의 전통주들이다. 소사이어티 알랩의 대표 브랜드 술펀은 이처럼 이름도 맛도 알려지지 않은 우리의 전통주를 발굴해 그 안에 담긴 문화적 가치를 전달하는 기업이다.

(미녀는 전통주를 좋아해, 청일점 직원이 빠진 술펀 단체사진)

Q. 먼저 술펀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해주시겠어요?

술펀은 우리 전통주와 양조장을 한국의 문화적 잠재력을 지닌 콘텐츠로 보고 이를 풀어내는 작업을 하는 기업이에요. 일반 소비자에게 전통주를 알릴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서 보급합니다. 직접 전통주를 맛볼 기회도 만들고요. 또 영세한 양조장을 모아 상생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케팅 측면에서 협업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Q. 술을 문화적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발상이 신선한데요. 전통주에 담긴 문화적 요소는 뭔가요?

전통주는 김치나 고추장, 된장, 간장처럼 발효 음식의 일종인데요. 예전에는 집마다 장맛이 달랐던 것처럼 술도 마찬가지였어요. 각자 집에서 술을 만들어 마시는 가양주 문화가 주를 이뤘었죠. 하지만 일제 강점기와 산업화 시대를 지나면서 전통주 문화가 많이 훼손되고 단절되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전통문화를 복원하는 동시에 그 안에 담긴 수공예품적인 측면을 끌어내려고 해요. 단순히 먹고 마시고 취하는 음주문화를 넘어서 전통주 안에 장인이 만드는 제품이란 이미지를 심어 그 가치를 알리는 거예요.

Q. 그렇다면 전통주란 정확히 어떤 술을 말하나요?

현행법상 전통주는 특정 주류 안에 속해 있는데요. 명인이나 문화재가 만드는 민속주나 지역 농산물을 가지고 만드는 특산주를 전통주라고 해요. 하지만 전통주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할 것인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 과일이나 농산물로 와인을 만든다면 이건 전통주에 속하는가, 역으로 수입 쌀로 만든 막걸리는 전통주라고 할 수 있는가 등의 문제가 있는 거죠. 여기에 통계상으로는 천 여종이 넘는 전통주와 800곳 이상의 양조장이 등록되어 있는데 이중 실제로 운영을 하거나 유통을 하는 경우는 공식 통계 상의 수치보다 적어요. 술펀은 이런 부분에서 DB 작업을 해나가는 동시에 소비자와 전통주 간에 접점을 만드는 콘텐츠를 제작 중이에요.

Q. 전통주를 바탕으로 제작되는 콘텐츠는 어떤 모양인가요?

대표적인 예로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웹툰 ‘술꾼도시처녀들’을 연재한 미깡 작가님과 함께한 뉴스펀딩 서비스 ‘그녀들은 왜 양조장을 덮쳤나?’가 있어요. 총 12회에 걸쳐서 전통주의 종류와 유서 깊은 양조장, 판매 주점 및 유통구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연재가 끝난 후 3만 원 이상 후원해주신 분을 ‘도심 속 양조장’ 행사에 초청했어요. 행사 당일 양조 장인 다섯 분을 모셔서 사람 책 이야기를 듣고 20여 종의 전통주를 맛보는 시간을 가졌고요. 이런 식으로 워크숍 형태를 통해 전통주를 알아보고 시음하는 자리를 더 많이 만들 계획이에요.

(양조 장인과 함께 전통주를 맛보는 시간, 도심 속 양조장 행사)

Q. 전통주와 워크숍이 만남 역시 무척 궁금한데요. 한 번 소개해주시겠어요?

요즘은 회식할 때 술자리 대신 함께 체험 행사를 즐기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것처럼 회사 안에서 함께 전통주에 대해 알아보고 2차로 직접 전통주를 마셔보는 거예요. 워크숍은 자체적으로 진행한 후 케이터링 형태로 전통주를 마시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요. 이 외에도 보잉코리아와 함께일하는재단 후원으로 운영하는 마을지원사업 ‘빚다’가 있는데요. 함께 술잔이나 술병 등의 도자기를 비롯해 전통주를 직접 빚어보는 힐링 공예 워크숍이에요.

Q. 전통주 하나로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이렇게 다양한지 미처 몰랐네요.

여기에 8월부터는 모델 에이전시 에스팀과 함께 직접 양조장을 방문하는 인터넷 방송 콘텐츠 역시 제작 중이에요. 모델들이 직접 유서가 깊은 양조장을 방문해 직접 술을 만들어보고 시음하는 과정을 카메라 안에 담는 거죠. 전통주 외에도 지역 특산물을 함께 소개하거나 관광까지 연결되도록 콘텐츠를 기획할 수도 있고요. 우선은 인터넷 방송을 중심으로 제작한 후 케이블까지 확장할 예정이에요.

Q. 전통주를 알린다고 하면 판매를 먼저 떠올리는 것과 다른 관점의 접근이네요.

술펀이 단순히 전통주 유통이나 판매만 한다면 기존 업체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럴 경우 굳이 사회적기업을 표방할 이유도 없고요. 당장 이익을 바라고 쉬운 길을 가기보다는 지금은 어렵고 돈이 되지 않더라도 전통주 문화와 양조장 전체 생태계를 생각하는 방법을 선택한 거죠. 아직 사회적기업 분야에서 전통주 아이템을 가지고 뛰어든 사람이 저희밖에 없는데요.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업체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전통주를 판매하는 푸드트럭이나 음식점이 생기는 것도 좋고 귀농, 귀촌을 꿈꾸는 청년들과 저희의 노하우를 나누면서 같이 시장을 넓혀가고 싶어요.

(소사이어티 알랩 안에서 술펀을 이끌어 가는 이수진 대표)

Q. 한편으론 술펀이 정부 기관의 역할을 대신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현재 전통주 시장을 위한 정책은 어떻게 되나요?

농림축산식품부나 산하 기관의 정책을 보면 근본적인 방안을 고안하기보다는 눈앞의 숫자만 키우는 일에 집착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막걸리나 전통주가 없어서 팔리지 않는 게 아닌데 시장을 키울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막걸리 공장부터 짓고 보는 식이에요. 양조라는 게 학원에서 몇 달 공부한다고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겐 막연한 기대감만 심어주고 시골에서 몇십 년 동안 전통을 지키며 술을 빚어온 분들을 위한 지원은 없어요. 대부분의 양조장이 가족 경영으로 간신히 운영되는 영세업자들로 생산과 유통, 마케팅을 감당하는 것도 힘든데 업체 숫자만 늘어나면 이게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싶어요.

Q. 영세한 양조업자들을 위한 대안이 절실하네요. 이에 대한 앞으로 술펀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2019년까지 10% 이상의 안정적인 전통주 시장 점유율 만드는 게 첫 번째 목표예요. 이를 위해 지역별로 영세 양조업자들을 모아 하나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품종이나 가격대를 다양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에요. 또 저희와 뜻이 맞는 분들과 함께 소비자 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전통주를 사랑하고 양조장을 기반으로 한 농촌 살리기에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색다른 방식의 소비를 계획 중이랍니다. 생산자들과 공생하는 사회, 농촌 경제를 대자본이 아닌 농민들이 지켜갈 수 있는 사회가 술펀과 저희를 응원하는 분들이 꿈꾸는 사회라고 생각해요.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우리 문화와 함께 전통주를 수출해 세계로 나가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그동안 술펀에게 육성사업은 어떤 의미였나요?

육성사업을 시작하기 전, 술펀 플랫폼 사업계획서를 농림부에 제출한 적이 있었는데요.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는지 이야기가 씨알도 안 먹혔어요. 그러다 청년창업1000 프로젝트를 통해 알게 된 분이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소개해주셔서 들어오게 된 거예요. 이전부터 사회적 경제에 많은 관심이 있었고 술펀 역시 협동조합을 준비했던지라 저희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고요. 또 보통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자금이나 공간 둘 중 하나를 지원해주는데 육성사업은 둘 다 가능하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여러모로 저는 육성사업이 술펀이라는 태아의 ‘산파'였다고 생각해요. 건강한 태아와 산모를 위해 꼭 필요한 산파 덕분에 현재 쉽지 않은 상황을 잘 헤쳐나가고 있습니다.

4기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우수 창업팀 인터뷰 [소셜챌린저 30]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베네핏소셜큐브 홈페이지

※본 콘텐츠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4기 우수사례집 소셜챌린저 30'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해 제작했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작성된 인터뷰이므로 현재의 정보와 책에 실린 정보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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