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그거 얼마요? - 에드워드 호퍼-

에드워드 호퍼가 그린 공허하고 쓸쓸한 이미지의 '방'들은 현대인의 가볍고 흔한 우울증을 귀신같이 포착해내 액자 그대로 거울이 되었다.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오후 네 시 쯤의 허무와 고독. 친구에게 '혼자 방에 있으면 아득하게 우울한 순간이 있어. 때론 남편이 곁에 있어도.'라고 호소해 봤자 말이 지닌 모호함 때문에 지나친 걱정을 사거나 기대만큼의 공감을 얻지 못했던 감정들. 명확한 원인이 있는 슬픔이 아니라 칭얼거릴 대사도 찾지 못하고, 그냥 넘기자니 이해받지 못한 고독이 더욱 깊어지는 것 같아 답답할 때, 호퍼가 콕 집어 그려준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환상이나 위로를 더하지 않은 그의 시선에서 현대인의 고민을 극복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내 안에 숨겨둔 어두운 방문을 달래며 여는 것 같다. 밝은 척, 괜찮은 척하며 창고에 던져둔 짐들. 그의 그림을 봤을 때,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방문을 호퍼가 열고 들어온 느낌이었다. 커버력 뛰어난 컨실러 덕에 나조차도 잊고 있던, 맨 얼굴 위의 기미를 호퍼의 거울 속에서 발견한 기분이랄까. 적나라한 생얼이 기쁠리 없는, 그런 씁쓸함말이다.


그림 속 울적한 사람들은 섣불리 위로를 건네기 힘든, 깊고 짙은 고독에 잠겨 있다. 마음의 빈 잔을 채우지 못해 갈피를 못 잡는 그들은 마치 자기 집 안에서 길을 잃은, 다 큰 미아 같다. 인생의 허무에 허덕이는 어른들의 초상을 보면서 나는 호퍼에게 질문 하나를 받는 느낌이었다. 행복의 거품을 싹 뺀 그의 그림은 역설적으로 행복을 말하고 있었다.


"너 지금 진짜 행복하니?"

행복이라… 행복을 말하면서 속물처럼 돈 운운하기는 싫은데, 나의 어두운 방에 쌓아 둔 짐짝에는 돈이 촉발되어 일으킨 감정들이 대책없이 받아 둔 영수증처럼 구겨져 있었다. 후회와 분노, 비교의식과 열등감까지.... 빠듯한 살림 따위, 자존감만 단단하면 이길 수 있다고 다짐하면서도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소비사회에서 종종 나는 돈 때문에 우울해지고는 했다. 돈이 줄 수 있는 행복은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까지, 눈코 뜰새 없이 다채로워서 굳이 파랑새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입에 혀처럼 감기며 신속하고 정확하게 행복을 파는 돈. 없으면 내가 허리를 굽혀야 하지만 있으면 남이 나에게 허리를 굽히는, 권력의 분배자.

호퍼의 그림에서 돈의 맛은 권태의 일부로 자리잡은 듯, 인물들에게는 집이 있고 방이 있고, 중산층의 여유가 있지만 표정은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마치 돈으로 행복을 사 봤자, 종내에는 처음에 누리던 행복 비슷한 것도 느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듯 무미건조하다. 돈의 치명적인 약점은 신속하게 행복을 주는 대신 지속력은 놀랍도록 짧다는데 있다. 수도꼭지에서 따뜻한 물이 나오고, 지하철이 제 위치에 서서 눈부신 속도로 움직이는 것, 수백 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온갖 필수품 등. 꽤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도 차츰 삶의 당연한 일부로 자리잡아 그곳에 많은 돈을 쓰는지조차 인지하기 힘든 현대인의 값비싼 부품들.


호퍼는 그림에서 브랜드를 떼어버리고 물건 자체만 남김으로써 간접광고를 최소화했다. 대신 방에 비추는 햇빛 한 점에는 사력을 다해 집중했다. 희망의 상징인 햇살까지도 호퍼 답게, 쓸쓸하게, 단촐하게 그렸지만 햇빛이 지닌 부인할 수 없는 긍정의 힘마저 완전히 박멸하지는 못했다. 빈 방에 드리워 누구의 칭송도 받지 못하고 사라질 한줄기 빛. 누가 봐주지 않아도 거기, 그 자리에 있을 때까지 있다가 곧 사라질 것. 오후 네 시 쯤, 이 빛 한줄기를 못 봐서 나는 자꾸 돈에게 나의 행복을 묻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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