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8년차 누드모델 하영은씨의 충격 고백... “내가 누구를 사랑하지 못했던 이유”

Fact

▲2016년 오늘날에도 누드모델이라는 직업은 낯설고 생소하다. ▲1988년부터 28년 간 이 생경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있다. ▲한국누드모델협회를 만든 하영은(48) 대표다. ▲누드모델이자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그녀는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광고없는언론 팩트올 여기자가 7월 30일 토요일, 누드드로잉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인사동 ‘갤러리M’에서 하영은 대표를 만났다. ▲육체가 아닌, 그녀의 내면 이야기를 전한다.

View

하영은(48) 대표는 대한민국 ‘공개 누드모델 1호’라 불린다. 지금보다 훨씬 보수적이었던 1988년, 20세 때부터 누드모델을 하기 시작했다. 28세 때인 1996년에는 한국누드모델협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평범한 여인으로 살아온 삶보다 누드모델로서 살아온 세월이 더욱 긴 셈이다.

누드드로잉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갤러리M’에서 7월28일 토요일 오후, 그녀를 만났다. 처음 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쎈 언니’였다. 화려한 옷을 입거나 화장을 진하게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보통’이 아닌 듯 느껴졌다.

스무살 때 처음 500명 앞에서 옷 벗어… “하늘이 노랬다”

하영은 대표는 1988년, 20세 때 처음으로 타인 앞에서 옷을 벗었다. 광주에서 여상을 졸업한 뒤 상경, 평일에는 건설회사 경리로 일하고 주말에는 경양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종로 2가에 있는 레스토랑이었어요. 돈까스도 팔고, 함박 스테이크도 팔고, 후식으로 커피도 나오는 그런 경양식집이었죠. 그곳에 드나들던 어떤 사진작가의 제안으로, 처음 누드모델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첫 작업 당시의 심경을 물었다. 그녀는 “압박과 강압 그 자체였다”면서 다음과 같이 그때 상황을 떠올렸다.

“500명 정도 되는 사진작가들 앞에서 옷을 벗어야 했어요. ‘죽어도 못 벗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여기서 그만두면 이 경비를 제가 다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몇 달치 월급을 다 털어도 못 갚을 그런 돈이었죠. 하는 수 없이 옷을 벗고 무대로 올랐습니다. 그때 알았어요. ‘하늘이 노랗다’라는 말이 어떤 건지......”

하영은 대표는 “그 다음에는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작가들 얼굴도 기억이 안나요. 그냥 카메라 셔터 소리가 수천 번 났고, 요즘처럼 햇볕이 엄청 뜨거웠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아요.”

돈이 없어서…

‘하늘이 노랗게’ 보였던 일을 마치고 그녀가 받은 돈은 10만원. 당시 건설회사 경리로 받았던 월급이 15만원 가량이었던 것에 비하면 적지 않은 돈이었다. 그녀는 1992년도까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말마다 모델 일을 병행했다. 이후 자신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전업 누드모델의 길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첫 작업의 힘든 기억을 안고, 계속 그 일을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 대표에게 당시 누드모델의 어떤 매력 때문에 계속 누드모델을 했던 건지 물었다. 뜻밖에도 그녀는 “매력이요? 그런 것을 느낄 겨를도 없었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에 한 거죠”라고 했다.

“당시 서울에 올라와 몇 달 정도 언니랑 형부 집에서 같이 살았어요. 언니 형편도 어려웠고, 그 집이 단칸방이었기 때문에 거기서 오래 살 수도 없었죠. 따로 나와 살기 위해서 혼자 얻은 집이 미아리 달동네였어요. 그 언덕 골목골목을 오를 때마다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빨리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어요.”

“너는 어느 술집 애니?”

누드모델을 하며 돈은 벌었지만 여성으로서 수치심이 느껴지는 ‘더러운’ 경험을 셀 수 없이 겪었다고 한다. 하영은 대표는 “그때는 작업을 하러 나가기만 하면 성희롱, 성추행을 겪었다”면서 “‘섹시하게 생겼다’거나 은밀한 신체부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언급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일을 겪어도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었어요. 그때는 누드모델이라고 하면 당연히 술집여자라고 생각했어요. 작업이 끝나고 나면 자연스레 ‘너는 어디 술집에 나가는 애니’라고 물을 때였으니까요.”

1996년 6월, 하영은 대표가 직접 나서서 한국누드모델협회를 만든 것도 “더 이상 이런 일들을 누드모델 혼자서 감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하지만 협회를 만들고 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는 언론에 자신을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하 대표의 가족과 친구들이 그녀의 ‘직업’을 알게 된 것도 그때였다.

“이전까지는 가족들도 몰랐습니다. 말할 수가 없었어요. 신문과 TV를 보고 언니, 오빠들이 알게 되면서 난리가 났었죠. 오빠는 저랑 연을 끊겠다고 했지만 오래가지는 않았어요. 1년 정도 후에는 다시 예전처럼 지냈죠.”

아직도 90세 노모는 ‘직업’ 몰라…

하지만 현재 살아계신 90세 노모는 아직까지 하영은 대표가 누드모델을 한다는 것을 모르신다고 한다. 하 대표는 “몇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도 (제 직업에 대해) 모르고 계셨어요”라면서 “엄마가 살아계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마음 편히 가시게 해드려야죠”라며 웃어보였다. 그 웃음 끝에는 왠지 모를 씁쓸함이 묻어있는 듯했다.

하영은 대표는 협회를 꾸려나가면서 방송통신대학교에서 불어를 공부했다. 전공을 불어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녀는 “여상에 다닐 때 불어 선생님을 정말 좋아해서 그때 불어를 잘했거든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졸업은 하지 못했다. “협회 일에 모델 일까지 하다 보니 졸업하기가 쉽지 않더라”고 했다.

40대 후반… 누드모델로는 ‘어중간한’ 나이

그녀는 40대 후반인 지금까지도 계속 누드모델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요즘에는 사진보다 그림 작업 위주로 하고 있다.

“지금 제 나이가 어중간해요. 20대의 젊고 팽팽한 몸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예 주름이 많이 져서 세월을 담고 있는 몸도 아니잖아요. 사진작가들은 주로 젊은 몸을 원하거든요. 그래서 요즘에는 화가들과의 작업이 더 많은 편이에요.”

그녀는 작가에게 어떤 모델일까? 3년 전쯤부터 하영은 대표와 함께 작업해왔다는 조성미 작가는 “작가를 설레게 하는 모델”이라고 표현했다. 조 작가는 “하 대표는 다른 모델과 확실히 다르다”면서 “빨리 그림으로 담고 싶고, 작업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모델”이라고 말했다.

하 대표는 “선배 모델이나 동료들처럼 결혼하고 애 낳고 살았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비혼이다. “3년째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가 있지만, 서로 결혼은 하지 않고 연애만 하기로 했어요”라고 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했던 이유

그녀는 남들처럼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을까? 이에 대해 그녀는 “당연히 있었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 일은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또 다른 세계잖아요. 안해 본 사람은 모르는 그런 세계니까...”라고 말하더니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이내 고통스러운 기억을 끄집어내, 힘겹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슴 깊이 혼자 간직하며 견뎌왔던 이야기였다.

“스무살 때 직장 상사한테 강간을 심하게 당했었어요. 그때 안죽어서 지금 이렇게 살아 있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신고를 하고, 피해 사실에 대해 주변에 알릴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어요. 남자랑 손만 잡아도 손가락질을 받던 때였으니까요. 강간 당했다고 하면,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어도 여자가 욕먹던 때였죠. 강간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치유할 시간도, 상황도 아니었던 거죠. 그러다보니 남자를 잘 만나지 못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동안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 적도 없었던 것 같아요.”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도 없어"

그래서 하 대표는 그동안 “남자를 만났다가도 몇 달 못 만나고 헤어지고, 그러고 나면 오랫동안 또 누군가를 만나지 못하고... 그래서 제대로 된 연애를 해 본 적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다행히 현재 하 대표는 그때의 상처가 많이 치유된 상태라고 했다. 그녀는 혼자 감당해오던 상처를 남자친구 등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으면서, 끔찍했던 기억들을 흘려보내고 있는 중이다.

그녀에게 “누드모델을 바라보는 시선, 선입견 등과 관련해 바뀌었으면 하는 점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기자가 예상했던 답과는 전혀 다르게 말했다.

“나는 누가 내 생각을 바꾸려고 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해요. 그런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 ‘누드모델을 성적으로 바라보지 말아 달라’ ‘누드모델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 달라’고 하는 것이 좀 웃기는 얘기 같애요. 모델이 다 벗고 있는데 성적으로 보지 말라니, 말이 안되는 것 아닌가요? 누드모델을 어떻게 바라보든 상관없어요. 단, 누드모델을 직업으로 봐 달라는 것 뿐입니다.”

광고없는 언론 팩트올은 기자들이 만든 첫 비영리언론입니다.

기자들과 후원자들이 만든 비영리 언론입니다. 최대한 객관적이며 가치 중립적인 보도를 지향하기 위해 이름을 ‘팩트올’로 정했습니다. 팩트체크와 탐사보도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Follow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