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유목민이라는 숙명으로

서울의 유목민으로 사는 우리에게 집이란 없다. 전세 혹은 월세만 있을 뿐. 변변한 둥지 없이 옮겨다니는 이에게 이 곳은 천막을 칠 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온곳에 건물이 있지만 정작 머물 자리 없는 도시는 사람에게 21세기형 순례길을 강요했다.  이리저리 옮기는 동안 식구는 셋에서 둘이 됐다. 당연히 집은 더 작아졌고, 마음도 그 길을 따랐다. 시댁은 아이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연락선을 닫았다. 살아야 했다. 살아야만 한다면. 내겐 죄가 있어도 내 품에 죄 없는 어린것이 있었다.  그런 탓일까. 교복을 입은 후로 아이와 대화한 적이 거의 없었다. 숨을 쉬기 위한 모든 일에 부딪치며 뒤에 있는 녀석에게 걱정마, 엄마가 지켜줄게, 그리 말했는데 정작 아이에겐  '엄마'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해가 뜨고 지는 그 잠깐 얼굴을 보지만 우린 그 누구보다 낯선 타자가 돼갔다.  그리고 그 애가 거의 어른이 될 무렵, 전화가 왔다. 종건이 어머님이시죠, 드릴 말씀이 있는데 오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이는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고 거기엔 이유가 있었다. 무엇으로 위로할까, 혹은 편을 들까. 방법을 몰랐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기댈 정도의 짬조차 얻지 못했던 게 이렇게 무딘 심장을 남을 줄이야.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지내요?"  지금. 그래, 그 이후로 시간이 꽤 흘렀다. 난 나도 모르던 새 학교를 그만둔 아이의 방에 들어가 타이르고, 자초지종을 물었다. 짐짓 모른 채 했지만 내 아들이  남자를 좋아한다는 걸  위로하고 싶었던 것 같다. 혹은 이해 비스무리한 것이라도. 물론 아들의 차가운 눈과 마주쳤다. 엄마도 똑같아요. 착한 척 하지마요. 차라리 하지 말라고 말해요. 말 끝마다 경멸이 있었다. 그 날 후로 우리 모자의 말수는 멸종에 가까워졌다.  "별 일 아닌 것처럼 말하네요."  정말 별 일은 없었다. 난 똑같이 그 애에게 용돈을 주고, 밥을 먹이곤 했다. 아이도 그걸 마다하진 않았다. 삶에 납득할 수 없는 여러 순간을 지고 온 터라 아이의 문제마저 그 일부 같았다. 아들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바란 것 같지만, 모르는 감정을 전하는 건 어려운 게 아니었다. 불가능한 것이었다.  "지금도 가끔 연락해요. 친구들이랑 음악을 한다더라고요. 자세한 건 말 안해줘요."  "인정받지 못할 거라 생각하나보죠."  "애초에 그런 걸 바란 적이 없었지만."  사람은 대개 자기 문제를 맞닥트리면 탓할 상대를 찾는다고 한다. 어쩌면 공휴일에 집에 불러 일을 시키는 사모님의 삶은 그런 인간의 나약함을 움켜쥐는 데 익숙했던 모양이다. 허나 날 때부터 가난한 영혼도 있는 법. 내게 최선이었던 생존이 시시할 정도 인정받는다는 게, 그다지 절실한 걸까. 아이는 자기 문제의 책임 소재에 날 첨가한 걸까.  "아들이 몇 살이에요?"  "스물 여섯이요."  "저랑 비슷한 때 결혼했나봐요."  "그쵸. 우리 때 낳은 자식들이 다 엇비슷해요."  근래 들어 사모님은 자주 저녁을 먹으러 들어왔다. 몸이 안 좋아 조금 야위었지만 여전히 매끈한 피부. 같은 연배라는 말이 잠시 어색하던 찰나 문가에서 구두 소리가 났다. 사장님이 들어오는 걸 느낀듯 그녀도 고개를 돌렸다. 많이 메마른 사람임에도 사장은 놀라는 눈치였다. 엉뚱한 날, 엉뚱한 사람과 내가 나란히 서있었다. 사모님은 곧 예의 활기를 띈 목소리로 말했다.  "아줌마 아들 만나보려는 데 같이 갈래? 우리 애랑 나이도 같더라."  아이, 이 단에에 그는 순간 인상을 묻었다. 이내 손사래치며 방에 들어가버렸다. 분명 그들 사이엔 자식이 없었다. 아마 사연이 있겠지. 사장님은 농으로라도 사모님이 알 수 없는 여자라고 평했다. 빙긋 웃으며 후다닥 약속을 잡더니 날 퇴근시키는 그녀의 머리엔 무슨 생각이 있는 걸까. 골치 아픈 속셈일지, 순수한 연민일지 아니면 특유의 변덕일지 그저 살아내는 것보다 더 간절하게 그들이 매달리는 것이 무엇인지, 궁핍한 내 삶으론 도무지 그려낼 수 없었다.  #쮼 #점에대한고찰 

잉여, 평범, 가난이 장래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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