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패션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후 출국하거나, 큰 이슈를 가지고 입국하는 인물이 아닌 이상 공항에서까지 사진이 찍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몇 년 전까지는 그랬다.

공항은 스타의 사생활과 스케줄의 경계에 있는 장소다. 스케줄을 소화하러 가거나, 마치고 오거나의 찰나다. 그래서 암묵적으로 촬영을 하지 않는 곳이었지만 언젠가 부터는 공항패션이라는 타이틀로 연예인들이 사진 찍히는 게 당연한 장소가 됐다.

패션이면 패션이지 공항에서 입은 옷들이 유독 ‘공항’패션으로 불리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편안한 여정을 위해 가벼운 복장으로 나서던 스타들의 모습이 우연히 찍혔을 때 기존 행사나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매력이 느껴졌던 게 시작이었다.

막 입은 듯 했지만 얼굴이 ‘열일’ 해준 후광 덕분인지 왠지 스타일리쉬 해보이기도 하고, 자연광 아래 편안해 보이는 모습은 또 그런대로 그 사람의 평소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것만 같아서 생소하지만 친근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느 때나 볼 수 있는 잘 꾸며진 모습보다는 이런 모습에 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공항, 출근길 등 스타의 평소 모습에 대한 수요가 늘게 됐고 점차 공항으로 카메라가 몰리게 됐다.

# 공항패션은 어쩌다 원망의 대상이 됐나

그런데 문제가 있다. 사실 완벽하게 세팅되지 않은 모습으로 사진 찍히는 걸 즐기는 스타는 많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거의 없다.

처음에는 민낯에 편안한 복장으로 나서던 스타들은 뜻밖의 장소에서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고 경악하게 됐다. 개의치 않고 다니는 스타들도 있었지만 점차 공항 패션, 방송국 출근길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점점 공항에 갈 때도 카메라를 의식하게 되면서 모든 이들의 공항패션이 점점 더 스타일리쉬해지고, 말끔하고 화려해졌다.

음악방송 출근길의 변화와도 비슷하다. 얼마 전 까지 다들 민낯으로 방송국 대기실에 입장하던 아이돌들이 어느 새 풀 메이크업을 하고 나타나는 요즘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된다. 이제는 그 부담스럽던 시선을 센스있게 홍보 효과로 탈바꿈시켜 입장 이벤트까지 펼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이쯤에서 스타들의 공항패션은 더 이상 안락하고 편안한 비행을 위한 의복이라는 목적을 잃었다. 그냥 사진에 예쁘게 찍히기 위해 최대한 근사한 옷을 입어야 했던 거다.

이런 과정 속에 대중은 스타들의 사복 패션 보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공항 패션으로 화제가 된 스타들이 걸친 의상과 가방, 신발은 불티나게 팔렸다. 연예인 누구누구가 출국할 때 입었던 옷은 한 번 뜨면 매진, 매진, 매진을 기록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돈 냄새를 귀신같이 맡은 브랜드에서는 발 빠르게 인기 연예인에게 출국용 의상을 협찬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웬만한 CF나 PPL 못지않은 효과를 누렸다.

비행기 타는 데 무슨 꽉 끼는 스키니진? 엄청난 하이힐? 치렁치렁한 데님 재킷? 빵빵한 구스 다운? 싶을 땐 다 이런 이유였던 거다. 평소 모습인 공항 패션도 아주 스타일리쉬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차려 입었거나, 말도 안 되는 복장이지만 협찬사에서 입어달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걸치거나다. 물론 정말 입고 싶어서 입은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이제는 협찬사에서는 스타의 비행 스케줄을 공개적으로 메일링 한다. 사진기자들에게 와서 좀 찍어달라는 뜻이다. 그리고 몇몇 스타들은 협찬 의상을 입고 입국하는 대가도 톡톡히 받는다. 누군가는 백 하나만 매고 비행기를 타러 가면 수백에서 수 천 만원 까지 받을 때도 있다고 했다.

인기 아이돌의 출국 현장에는 대포 카메라를 든 팬들도 몰리게 됐고, 밀치고 밀리는 싸움이 거듭되면서 그들이 입국하는 찰나의 순간을 위한 포토라인까지 세워졌다. 공항 내부는 찍지 말자는 가이드라인도 정하게 됐다. 촬영이 가능한 공간은 스타들이 차에서 내려서 공항 게이트로 들어가는 찰나의 순간이 전부다.

물론 그들이 입장하는 게이트 번호도 합의가 되어있다는 게 함정이다. 결코 우연히 찍힌 것이 아닌 치밀하게 사전 합의된 스케줄인 셈이다. 이 거리는 횡단보도 하나 정도 길이밖에 되지 않지만, 스타들은 마치 일상에서 얼떨결에 찍히는 듯 수줍어하면서도 걸치고 있는 것들이 돋보이게 런웨이처럼 우아하고 멋지게 걸어 나가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포털사이트 메인에 걸리는 사진 한 장을 위한 ‘공항패션쇼’가 되어버린 거다.

그렇다고 차려입고 공항에 나타나는 스타들을 찌릿한 시선으로 볼 것도 아니다. 사진 찍히는 게 직업인 사람들이 이왕이면 더 예쁘게 찍히고 싶은 것이 당연하고, 가방 하나 매고 가주기만 한다면 돈도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이들로서는 시간 외 초과 근무로 수당을 챙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볼 수도 있다.

# 기획사의 속사정

그렇지만 이렇게 변질되어버린 공항패션에 기획사 관계자들은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협찬을 받는 연예인이야 금전적인 이득이 있겠지만, 사적으로 출국하는 연예인들은 공항에 갔다 하면 무조건 찍혀버리니 스트레스를 호소한다는 거다. 여기에 모든 연예인들의 공항 스케줄을 알려달라는 문의도 부지기수다.

“제발 공항패션 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도대체 누굴 위한건가 싶어요. 사생활이 보고 싶어서라지만 다 협찬 바닥인걸요. 장시간 비행해야 하는데 실제로 누가 공항 갈 때 그렇게 입고 다니겠어요? 몇 미터 되지도 않는 거리를 사진 찍히며 걸어가려니 배우들도 민망해해요. 그래서 일부러 선글라스 쓰기도 하고요. 그거 아시죠? 포토타임 끝나면 게이트 들어가자마자 바로 편한 옷으로 갈아입는 거. 진짜 웃기죠? 완전 쇼라니까요.” (기획사 관계자 A)

찍히는 것 자체로 스트레스를 느끼는 연예인들의 하소연 뿐 아니라 누구라도 옷을 입고 나가줬으면 하는 협찬사들의 끝없는 요청도 담당자들 입장에서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하이패션 브랜드나 선글라스 브랜드, 평상복 같은 걸 입어달라고 요청하는 건 그럴 수 있어요. 근데 요즘엔 아웃도어 입어달라는 요청이 그렇게 많이 들어와요. 해외에 촬영가는 스타들이 등산복을 왜 입겠어요? 기능성 옷이라 필요해서 입을 수 있다고 쳐도 캐리어에 넣겠죠.” (기획사 관계자 A)

공항 패션이 일반화되면서 외국 나가는 프로그램은 아예 공항에서 공식 포토타임을 갖는 경우도 있다. 새벽같이 나온 연예인들은 ‘내추럴하게 꾸며진’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선다. 여기서도 PPL의 마법이 시작된다.

“생각해보면 ‘정글’ 갈 때가 제일 웃겨요. 누가 오리털 빵빵한 등산복을 입고 비행기를 타요? 포토월 앞에서 배낭도 매잖아요. 그 가방 아마 텅텅 비어있을걸요? 사진 한 장 팔려고 모두가 쇼를 하는 거예요.” (기획사 관계자 B)

# 사진기자의 속사정

물론 그렇게 사진을 찍어 올리는 모습에 누리꾼들은 ‘기레기’라고 비난을 쏟아내지만 사진기자들도 공항패션을 못 견디게 찍고 싶어서 머나먼 인천공항까지 가서 셔터를 누르는 게 아니다.

“너무 비효율적이에요. 정말 필요에 의해서 취재를 하는 환경이 아니고 남들 다 하니까 모두가 가야하는 거죠. 팬들이나 사람들에 치이고 일반적인 취재 환경도 아니고 굉장히 힘들어요. 대부분의 사진 기자들이 반기지 않는 일정이에요.” (매체 사진기자 A)

정식 취재현장이 아니다보니 공항에서의 사진촬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열악하다. 브랜드 홍보 대행사에서는 편명과 도착 시간, 게이트만 알려주고 끝이다. 사진이 찍히길 원한다지만 현장의 어수선함을 정리해줄 담당자는 없다.

“어떤 기자는 팬들에게 치여서 노트북이 두 동강 나기도 하고, 플래시가 박살난 경우도 있어요. 팬들이 하도 기자 사칭을 하니까 정작 진짜 기자들이 경호원들에게 밀쳐지거나 치이기도 하고요. 그들의 업무 평가를 멤버들이 하다 보니 오버 액션 하는 경우도 많아서 더 그렇죠.” (매체 사진기자 B)

또한 연예인들이 늘 정확한 시간에 오는 것도 아니니, 주어진 정보만 가지고 언제 올 지도 모르는 그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게 일이다. 알아낸 게이트 대신 다른 게이트로 들어가기라도 하면 몇 시간을 걸려 도착한 인천공항에서 허탕을 치게 되는 셈이다.

특히 해외에서 열리는 음악방송 스케줄일 때가 제일 생지옥이다. ‘MAMA’라든지 ‘K-CON’을 위해 출국할 땐 약 이틀에 걸쳐서 아침부터 밤까지 쉴 새 없이 수십 팀의 아이돌들이 공항에 나타난다. 최악의 경우 새벽부터 공항에 도착해서 15시간 이상을 공항에 ‘알박기’ 해야 하는 경우도 흔하다.

“문제는 대기할 공간이 없어요. 오전 10시 비행기, 다음은 2시, 다음은 5시, 다음은 밤 9시 이러면 인천공항에서 잠깐 서울에 갔다 올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냥 있어야 하는 거죠. 사실 어떻게 보면 공항 이용객들의 자리를 뺏는 셈이라 사람 없는 곳에 구석에 쪼그리고 있을 때도 많아요.” (매체 사진기자 A)

후다닥 도망치거나 얼굴을 꽁꽁 싸매고 가리는 경우도 많다. 어쨌든 몸에 걸친 걸 찍는 게 목적이니 아예 허탕은 아니지만, 누군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면 못 쓰는 사진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호의적으로 카메라 앞에 나서는 편이다.

“때에 따라 다르긴 해요. 인기 팀들은 늘 얼굴 찍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근데 예전에는 휙 지나가던 친구가 인기가 시들해지고 나서는 손도 흔들고 굉장히 살가울 때도 있거든요. 당연히 변함없이 매너 좋은 연예인도 있어요. 유재석씨처럼요. 물론 찍히고 싶어 하는 경우도요. 육아 프로그램에 나오는 모 연예인은 다른 아이돌 기다리다가 얻어걸린 케이스인데, 카메라를 굉장히 의식하더라고요. 애를 안고 공항 안을 한참 왔다 갔다 하다가 들어갔어요.” (매체 사진 기자 B)

이렇게까지 모두가 싫어하는데 굳이 공항패션을 찍어야 하는 이유는? 당연히 매체에서도 뷰가 잘 나오고 사진을 팔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조회 수만큼 돈을 버는 구조는 아니지만 한류 스타들의 사적인 영역에 닿아있는 공항 패션 사진은 해외에도 잘 팔리고 국내 브랜드에도 잘 팔린다. 포털 메인에 걸리는 사진일수록 노출이 많이 되니 그런 컷은 더 잘 팔린다.

모든 매체에서 공항 패션 촬영을 거부하면 자연히 공항 패션쇼도 사라지겠지만, 어디선가는 돈 되는 현장의 단독 취재를 위해 나서게 되어있고 회사마다 방침이 다르니 쉽지 않다.

“일부 회사에서는 공항 사진 판매 수익을 모두 당사자에게 인센티브 형식으로 주는 곳도 있어요. 그런 매체는 직원들이 딱히 불만이 없겠죠?” (매체 사진기자 B)

이것이 바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공항패션의 뒷모습이다. 모두가 협찬 의상을 주렁주렁 걸치고 나오는 걸 알지만 안 찍을 수 없고, 올라오면 보게 되는데 어디에도 안락한 공항 이용을 위한 패션은 없고 패션을 위해 이용당한 공항만 있다.

찍히며 스트레스를 받는 연예인들도, 기획사 담당자들도, 인천까지 날아가서 찍는 기자들도, 연예인들의 가짜 사복을 보며 ‘기레기’를 외치는 대중까지 모두가 고통 받는 공항 패션. 도대체 누굴 위한 걸까?

*사진 속 인물들은 예시일 뿐 해당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 = 뉴스에이드 DB

강효진기자 bestest@news-a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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