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로렌스> - 열정은 재능보다 강하다

재능과 열정이 꼭 비례하는 건 아니다. 어떤 분야에서 특출난 능력을 보여 인정받으면서도 그다지 열정적이지 않은 사람이 있고, 반대로 능력은 턱도 없지만 열정만큼은 하늘을 찌르는 사람도 있다. 전자의 경우라면 기회를 얻기도 쉬울 테고 명예를 거머쥘 수도 있겠지만, 후자라면 하릴없이 도태되기에 십상이다. 그런데도, 사실 드라마틱한 감동을 주는 쪽은 오히려 후자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 쿠베르탱 남작이 "올림픽에서 '이기는 것'이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만큼 중요하지는 않다"고 말했듯, '무엇을 이뤄냈는가'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했는가'의 문제인 셈이다.

영화 <플로렌스>은 실존 인물이었던 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1868~1944)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사교 클럽 '베르디'의 소유주이자 문화애호가인 노년의 플로렌스(메릴 스트립 분)가 소프라노 가수의 꿈에 도전하는 과정이 큰 줄기다. 음악적 소질이라곤 전무한 플로렌스가 남편이자 매니저인 베이필드(휴 그랜트 분), 피아니스트 맥문(사이몬 헬버그 분)의 도움을 받아 주옥같은 오페라 아리아를 연습한 뒤 지인들 앞에 선보이고 음반을 녹음하더니, 심지어 카네기홀 무대에까지 오른다.

설정만 놓고 보면, <플로렌스>는 한 인물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결국 실력을 인정받는 익숙한 서사의 휴먼 드라마 작품일 법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 같은 예상을 보란 듯 비껴간다. 영화 속 주인공 플로렌스(의 성악 실력)는 좀처럼 성장할 것 같지 않고, 실제로 영화가 끝나도록 거의 성장하지 않는다. 저명한 성악 선생님과 피아노 연주자를 모셔놓고 연습을 시작하는 그의 노래 실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음정은 심각하게 불안정하고 리듬감이라곤 느껴지지 않으며, 발음은 부정확한 데다가 발성은 거슬리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듣기 거북할 정도다.

자세를 바로 하고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돌연 터무니없는 실력의 노래가 울려 퍼지니 '이건 뭐지'하는 생각에 어이가 없어진다. 그리곤 쿡쿡거리는 웃음이 삐죽삐죽 나오다가 결국엔 빵 터지고 만다. 그 와중에도 정작 본인은 모른 채 한껏 취해 노래하는 플로렌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코미디다. '저따위 실력'으로 무대에 서겠다니 기가 찬 데 남편 베이필드는 심지어 그걸 실제로 이뤄준다. 그렇게 플로렌스의 '소질 없음'이 만천하에 드러난다.

재미있는 건 이 터무니없는 무대를 대하는 영화 속 관객들의 태도다. 첫 공연, 플로렌스의 지인들로 이뤄진 관객들은 공연 중 삐져나오는 웃음을(예의 바르게도) 애써 참는다. "내가 본 중에 최악의 음치"라며 폭소를 참지 못해 배를 잡고 쓰러진 여성 관객은 베이필드에게 이끌려 공연장 밖으로 나가고, 다행스럽게도 이날 공연은 성황리에 마무리된다. 문제는 결국 다음 공연에서 터진다. 카네기홀 수천 명의 관객 앞에서 공연하게 되면서, 플로렌스가 처음으로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자신을 내보인 것이다. 관객들은 터지는 웃음을 숨기지 않은 채 "우리 엄마보다 노랠 못한다"는 등 플로렌스를 조롱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객석 한구석에서 '브라보'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 소리는 점점 커지고, 객석의 조롱은 어느새 응원으로 바뀐다. 이 변화는 스크린 밖 관객에게도 그대로 이뤄진다.

영화에서 아내 플로렌스에게 진실을 숨긴 채 공연을 강행하는 베이필드를 향해 한 기자는 "음악은 조롱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자신의 노래 실력이 형편없단 사실을 안 플로렌스는 "사람들은 내가 노래를 못한다고 할 수는 있어도 내가 노래를 안 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플로렌스>는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조롱과 응원, 자아도취와 기만 사이에서 작지 않은 시사점을 남긴다. 그럼에도 한 가지 선명하게 남는 메시지는, 열정적인 사람을 조롱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그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더더욱. 2016년 8월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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