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1등 작품 내놔요”, 여름에 천만이 자주 나오는 이유

1년간 한국영화를 본 누적관객수가 1,000명이라고 가정한다면, 평균적으로 여름 두 달 동안 350명 이상의 관객들이 극장에 몰린다. 전체 관객수 3분의 1이 더위를 피해 영화관을 찾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시장이다.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들여 영화를 만든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이토록 탐나는 시장을 놓칠 리 만무하다. 모든 영화에 공을 들이지만, 특히 여름에 개봉되는 작품에 총력을 기울인다.

# 작품만 좋으면 메가 히트작 탄생

‘영화가 재밌으면 흥행한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여름 시장에선 예상을 웃도는 흥행작이나 천만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7~8월에는 여름 방학과 휴가가 맞물려 있어서 설, 추석, 연말보다 훨씬 큰 시장이 형성된다. 소위 말해 작품이 좋으면 ‘제대로 터지는’ 시즌이다.

지난 2014년 한국영화를 관람한 총 관객수는 약 1억 770만 명이었고, 7~8월 사이의 관객수만 3,532만 명이었다. 2015년에는 1억 1,294만 명 중에서 3,232만 명, 2016년에도 지난 23일 기준 3,385만 명을 돌파했다.

위의 수치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여름 극장가는 흥행할 수 있는 기본적인 관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블록버스터 작품 외에도 공포, 애니메이션, 멜로까지 뷔페처럼 다양한 작품이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1년 중 7월 말~8월 첫째 주 주말에 가장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아요. 거기다 전 연령층이 움직이는 시기라서 상업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선 제일 중요한 시장일 수밖에 없어요.” (영화 관계자A)

# ‘괴물’ 전과 후로 나뉜다

여름 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 계기는 ‘웰컴 투 동막골’과 ‘괴물’의 성공이었다. 한 관계자는 “‘괴물’ 전만 해도 여름 시즌에 맞춘 기획 영화의 의미가 지금보다 덜 명확했다”고 말했다.

2000년대 멀티플렉스(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영향으로 관객이 엄청나게 증가했고, 외화에 밀리던 한국영화의 CG 기술력이 발전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형 블록버스터 작품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지난 2006년 7월에 개봉한 ‘괴물’은 1,301만 명을 동원했고, 잘 만든 영화가 여름 시장과 만나면 얼마나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하는지 증명했다.

“‘괴물’이 성공하면서 ‘여름 시장이 정말 크고 중요하구나’라는 인식이 확실하게 퍼졌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여름 시즌에 맞춘 영화들이 기획되기도 했죠. 기술력과 자본력이 바탕이 되고, 국내 관객들의 정서에 맞는 스토리가 더해지니까 한국영화도 경쟁력을 갖게 된 거죠.” (영화 배급사 관계자B)

지난 10년간 ‘트랜스포머3’를 제외하면 한국영화의 흥행이 두드러졌고, 2014년 개봉한 ‘명량’을 시작으로 ‘베테랑’ ‘암살’ ‘부산행’까지 3년 연속 천만 영화가 탄생했다. 또, 한국영화 천만 작품 중에서도 여름 시장에 개봉한 영화가 절반 가까이 된다.

이제 여름에 개봉한다는 것만으로도 ‘톱스타가 출연하는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인식이 커져 홍보 단계부터 엄청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터널’처럼 기획력이 뒷받침되는 영화들이 여름에 집중적으로 개봉되고 있어요. 그리고 작품의 퀄리티도 좋아야 하지만, 제작비는 어느 정도인지, 누가 출연하는지, 어떤 소재인지 등 화제성도 굉장히 중요해진 것 같습니다.” (배급사 관계자C)

이번 여름 유일하게 천만을 돌파한 ‘부산행’도 개봉 직전 ‘좀비’라는 키워드가 주목받으면서 독보적인 화제성을 자랑했다. ‘인천상륙작전’ ‘터널’을 능가하는 화제성이 큰 시장과 만나 고스란히 흥행 성적으로 이어진 셈이다.

# 1등 영화를 내놓는 투자배급사

메가 히트작이 나오는 시기인 만큼 국내 4대 배급사(CJ, 롯데, 쇼박스, NEW)는 그해 가장 힘을 준 1등 작품을 여름에 선보인다. 높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는 크게 히트해야 수익을 남길 수 있기에 흥행 가능성이 높은 일명 ‘텐트폴’ 작품들을 내놓는다.

“여름 시장은 배급사 별로 제일 자신 있는 작품을 개봉해요. 기획 단계부터 관심을 받았던 소재거나, 톱스타 멀티캐스팅이거나, 가장 퀄리티가 높거나, 제작비가 제일 많거나 등 그 집안의 1, 2등 선수를 내보내는 거죠.” (배급사 관계자C)

또한, 내용 면에서는 전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스토리가 갖춰진 작품들이 준비된다. 관객층의 한계가 존재하는 장르 영화, 19금 작품은 선뜻 내놓기 힘들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영화를 내놔야 흥행할 가능성이 있어요. 다시 말해 장르 영화와는 반대되는 의미죠. 19금 영화를 내놓는 건 더더욱 조심스럽고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가 봐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영화들을 배치하고 있어요.” (배급사 관계자D)

이와 함께 외화보다 한국영화의 성적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실제로 ‘도둑들’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 붙어서 우위를 선점했고, ‘베테랑’ ‘암살’은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 2위를 차지했다. 최근 개봉한 ‘부산행’도 ‘제이슨 본’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으나, ‘부산행’의 압도적인 스코어로 싱겁게 마무리됐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한국영화의 완성도가 외화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과 중장년층이 불편함을 느끼는 자막이 없는 점을 흥행 이유로 꼽았다.

“여름에는 영화를 보는 연령층이 높아져요. 30~40대는 기본이고, 60~70대까지 극장을 찾고 있거든요. 아무래도 나이가 있는 중장년층에겐 자막이 나오는 외화보단 한국영화가 편하죠. 자막이 없어서 영화를 더 쉽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배급사 관계자B)

사상 최고의 폭염이 지속된 올여름은 한국영화 빅4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터널’이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다 같이 웃게 됐다. 그러나 여름에 개봉한다고 무조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앞선 준비와 전략이 필요하다. 영화 관계자들은 벌써 내년 여름 시장을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

그래픽 = 이초롱

사진 = '부산행' '괴물'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터널' '도둑들' '다크 나이트 라이즈' 포스터 및 스틸

하수정기자 ykhsj00@news-a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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