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en Camino #43. 레온가기 전 작은마을 Mansilla

14/ 06 / 2014 (Day 17) EL Brugos -> Mansilla del camino

아침 일찍 간단한 아침을 챙겨먹기로 했다. 가방에 몇 가지 빵이 남았고, 오늘의 목적지 Mansilla 까지 그리 오랜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서 여유를 부리기로 한 것이다.

마침 영국에서 이고지고 가져왔던 홍차티백이 조금 남아서 간단하게 한잔하고 떠나는 길. 길을 걷다가 금방 프란체스카를 따라 잡았다.

"프란체스카 오늘은 좀 늦게 출발했나봐?"

"아냐.. 젠장 오늘 출발하고나서 스틱을 깜빡했지뭐야.. 그래서 다시 가지러 가느라 늦은거야"

그래서 얼결에 프란체스카와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길을 걷게 되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Mansilla 까지는 금방갈 수 있을 것 같다. 고작 17km. 이전에는 25km 이상을 걸었던것치고는 나름 금방이다.

오늘도 날이 더워질까 새벽녘에 드리우는 밝은 달빛을 벗삼아 걷는다.

늘 길을 걸을 때 이렇게 수분을 머금고 있는 풀들(?)이 밀어내는 공기가 참 좋다.

Mansilla 까지 가는 길은 평탄한 길이 계속 된다. 프란체스카를 앞질러 계속 가다가 중간에 있는 벤치에서 잠시 쉬고 있었는데 왠 중학생쯤 되어보이는 아이들이 눈 앞에 보였다.

속으로 '너네들도 까미노에 온거야?'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뭔가 행동이 이상해서 물어보지 않았다. 나를 앞서다가 길을 막아서기도 하고, 뒤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것으로 봐선 뭔가 인종차별적인 행동같은데 아, 어려서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게 되었다.

내가 원래 지냈었던 런던. 관광객이 많아서 좀 덜한편이라곤 하지만 직접 사는 입장에선 별의 별 경험을 다 하게 된다. 살았던 곳도 약간 변두리이고 위험지역이라 인종차별을 당해봤던 경험이 있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기봉이와는 벤치에서 만나 함께 움직였다. 주간에 조그마한 마을이 나오는데 간단하게 까페 콘레체를 할 수 있는 바가 하나 있어 간단하게 카페인과 당을 보충한다. 가족적인 분위기의 까페, 그리고 꼬마아기가 참 귀여웠는데 이곳에서 쉬고 있다가 어디서 많이 본 아저씨가 다가온다.

가끔 마주쳤던 미국인 신부님인데 이분은 멕시코계 원주민 출신 아저씨다. 플로리다에서 거주하시는 이 분은 일정이 바빠 이 다음 목적지인 '레온'까지만 걷겠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한마디를 남기신다.

"너희들이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이유로 이곳을 여행하고 있는지 경험해봐!"

그 말인 즉슨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라는 것이다. 까미노를 여행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겠다고 왔던 나도 사람들을 만나면서 더 많이 인생에 대해서 깨닫고 있다.

아저씨와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늘 그랬듯 다시 길에서 이별을 했다.

"자 이제 슬슬 출발해볼까.. 오늘은 어디서 왔는지 모를 단체 학생들이 까미노를 걷고 있어 서둘러 가고 싶거든"

나는 그 아이들이 생각나서..나도 모르게

"아-" 했다.

이제 슬슬 일어나볼까 하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데 어떤 여성 순례자 두 분이 어디에서 왔냐고 묻는다. 가방을 챙기며 "아...네.. 한국에서 왔어요!" 라고 하니 같이 사진을 찍자며 한국 분들 너무 좋다며 사진을 찍었다. 아마 다른 알베르게에서 만난 한국분들이 이분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었나보다.

이 조그마한 마을에서 Mansilla 까지는 5km 정도 남았다. 이상하게 얼마 걷지도 않은 것 같은데 오늘은 컨디션이 좋은 지 이른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었다. 프란체스카는 아무래도 친구때문에 Leon까지 계속 걷는다고 했었는데, 어떻게 되었을런지 모르겠다.

우리가 Mansilla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30분이었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체크인시간이 이뤄지는 12시 30분까지 뭔가를 하며 기다려야 했다. 사진기는 어제 충전을 적게 해둬서 꺼져버렸고, 아 오늘은 사진은 적게 찍고 편하게 쉬는데 집중하기로 한다.

Mansilla는 생각보다 큰 마을이었다. 교회야 당연히 있고, 슈퍼도 두 개에 해산물 파는곳까지 모든것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 마을이었다. 기봉과 나는 간단한 맥주를 시켜 감자칩과 함께 마시고 있었는데 다음 도시로 지나가는 통로에 있다보니 속속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음 마을까지 가겠다는 미국인 교사 카렌도 보고, 근엄한 크리스티앙 아저씨도 여길 지나갔다. 숙소를 다녀오시곤 "아직 안열었네-"라고 짧게 읊조리시더니 우리와 함께 테이블에 앉아계셨다. 오늘은 이곳에 머무실 예정인 것 같다.

어제 EL Brugos 에서 컴퓨터로 론에게 "우리는 먼저 간다며 하루씩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했는데 "그럼 레온에서 기다려라"라는 문자가 왔다. 아마도 레온은 도시가 크고 모두가 하루 이틀정도 쉬다가 출발하게 되니까 빨리 론을 다시 재회했으면 좋겠다.

체크인을 하고 바로 샤워한 뒤 간단한 점심을 먹기로 한다. 근처 슈퍼에 가서 저녁까지 해먹을 재료를 몇 개 구입하고, 점심용으로 와인 한병을 구입한다. 오늘 점심은 기봉이표 라면스프 파스타. 이거 은근 오랜만에 먹으니 참 맛있다.

우리가 파스타를 열심히 먹고 있자 마침 토마스가 도착했다. 맨 처음 만나던 날 배가 고픈 토마스를 기봉이표 라면스프 파스타로 구출해 준 적이 있어 "이야 - 그 파스타네" 하며 토마스가 좋아한다. 그리곤 여기에 치즈 들어간 파스타를 만들어와 함께 먹었다.

마지막으로는 프란체스카가 합류했다. "프란체스카 넌 내일 니 친구 만나려면 레온까지 가야하지 않아?" 라고 물었더니 친구 일정이 변경되서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다고 한다. 같이 와인 한잔을 하면서 "그럼 오늘 무리해서 40km나 걸을 필요없겠네 다행이다" 라고 답한다.

무리하다간 자신의 길도 잃어버릴 수 있는데, 친구의 일정이 그렇게 되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니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프란체스카와 함께 아이패드로 시트콤하나 시청하고, 시에스타를 즐기고 나서 다시 저녁을 먹기로 한다. 가끔 생각하는건데 정말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생각하고의 단순패턴이다.

특히 오늘이 정말 심한 것 같다.

오늘의 Menu del coreano(한국인의 메뉴라고 이름 붙였다) 는 수제비! 만들기도 쉽고 마법의 수프도 있기 때문이다. 식당은 이미 많은 순례자로 붐비고 있었다. 나는 밀가루 반죽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이 특이한 광경을 참 좋아한다. 야채는 이렇게 바쁠줄 알고 점심전에 썰어두었다. 서로 양보해가며, 서로의 음식을 궁금해하며, 또 서로 응원도 해가며 음식을 준비한다.

오늘의 저녁 스포트라이트는 우리와 브라질 아저씨들이었다. 발목에 진흙을 묻혀주던 브라질 신부 아저씨들이 이번엔 빠에야 만드는 넓적한 팬을 어디서 공수해와서 12인분치 볶음밥 같은걸 뚝딱 만들어낸다.

"너무 많이 만들었으니 맛이 궁금하면 덜어가세요~~"라고 말하는 아저씨들. 장날에 인심이 후한 고깃집 아저씨같다.

그날 저녁에는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식탁에 올라왔다. 브라질 팀은 8병이나 되는 와인을 일렬로 세워 기념사진을 찍는다. 우리는 수제비를 먹고 남은건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크리스티앙 아저씨께도 맛보여 드렸다.

브라질 분은 우리 테이블로 오더니 한국 음식도 은근히 프랑스 음식과 비슷한 맛이라고 극찬했다.

(그날의 만찬, 기봉, 프란체스카, 토마스)

밥을 먹고 와인이 살짝 부족하다고 느낄 즈음 크리스티앙 아저씨가 브라질 아저씨들을 포함한 모두에게 스파클링 와인을 한 잔씩 돌리셨다. 알고보니 오늘 생일이시라고.

헐!

그래서 우리는 먼저 아저씨에게 감사의 인사로 생일축하노래를 심지어 한국어로 불러드렸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라고 운을 띄우니

브라질 분들은 포르투갈어로,

스페인은 스페니시로,

프랑스는 프랑스어로. 멜로디는 같아도 다른 언어로 부르는 성대한(?) 생일축하송 릴레이가 되었다.

아저씨가 정말 부끄러워 하시면서도 정말 좋아하셨다.

너무 여유롭게 보내고 피곤을 모두 떨쳐버린 즐거운 하루였다. 프란체스카와 마지막에 남아 와인을 갈구(?)하며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눈다. 인생과 그리고 여유.. 그리고 까미노를 걸으며 했던 여러 생각들을 나눈다.

신기하다. 영어를 거의 못하던 내가,

한국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얘기하면서 재밌게 여행했던 것 처럼

영어를 열심히 배워 모든 외국인들과 재밌게 여행하고 싶다는 소망을 이뤄..

이렇게 외국 친구들과 깊은 이야기를 하며 소통한다는게.

(다음에 계속)

(전)빙글 관광청장입니다. 청정 클린 여행커뮤니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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