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시크릿> - 여명이라면 신파여도 괜찮아

'죽은 이를 향한 그리움'은 신파 영화에서 좀처럼 실패하기 어려운 소재다. 주인공에게 있어 망자(亡子)가 소중한 사람일수록 그 효과는 커지고, 그가 연인 혹은 배우자라면 더할 나위 없다. 멀게는 <사랑과 영혼>(1990)을 들 수 있고, 가깝게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4), <이프 온리>(2004) 등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까지 치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동서양 문화권을 막론하고 이런 작품들이 계속 나온다는 건, 그만큼 이 소재가 대중의 공감을 얻기 쉽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영화 <더 시크릿> 또한 이러한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는 작품이다.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떠나보낸 주인공 카이펑(여명 분) 앞에 아내 츄제(왕뤄단 분)이 살아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살아 돌아온 영혼'은 그를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만 보인다는 설정, 그리고 '스스로 살아있다고 여기는 영혼이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면 사라지고 만다'는 조건이 주어진다. 때문에 카이펑은 츄제를 집 안에 둔 채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면서 그녈 지키려 하지만, 이웃에 사는 동생 지미(임준걸 분)와 그의 아내 엔쯔(장용용)가 츄제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그녈 잃을 위기에 처한다.

<더 시크릿>은 주인공 카이펑(여명 분)을 중심에 둔 채 신파 감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아내 츄제를 잃은 카이펑의 슬픔. 그가 돌아온 츄제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언제 다시 헤어질지 몰라 느끼는 불안감. 아들 무무를 돌봐주는 동생 지미와 그의 아내 엔쯔, 연락을 끊고 지내던 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연인과 형제, 부모 사이의 관계를 통해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그리면서 세대를 아우르는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 감동을 유도하는 정도를 넘어 강요하는 듯한 태도는 다소 거슬리지만, 뭇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영화는 퍽 익숙한 서사에 기대어 '영혼'이라는 초자연적 소재를 이렇다 할 설명 없이 다룬다. 대신 카이펑과 츄제, 아들 무무의 행복한 시간들을 그리면서 중간중간 부부의 달콤했던 과거를 되새길 뿐이다. 그렇게 '죽은 자가 어떻게 살아 돌아오는가'의 문제는 무의미해지고 살아 돌아온 영혼의 '기억'이야말로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러다가 과거와 현재가 만나 충돌하면서 클라이맥스에 다다르고, 그때서야 폭발하듯 드러나는 '비밀'작전의 전모는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으로 드라마를 극대화한다.

영혼이 가진 태생적인 한계를 로맨스의 장치로 활용하고 미스터리를 열쇠로 삼아 비밀에 다가서는 과정. 이는 '당신을 이대로 떠나보낼 수 없다'는 미련과 '내가 없어도 당신이 행복하면 좋겠다'는 바람 사이에서 영화의 가장 큰 동력이 된다.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행복감을 깊이 표현하는 여명의 연기는 인상적이고, 특히 그가 부른 OST '태양이 사라진대도'는 영화 속 장면과 어우러지며 심금을 울린다. 여기에 극 중 츄제가 "몰라요", "오빠", "사랑해요"라며 서툰 한국어를 읊는 장면, 흩날리는 눈 속의 클로즈업과 슬로 모션 등이 활용된 로맨스 신 등에서는 한국 드라마 특유의 채취가 엿보여 반가운 기시감이 든다. 2016년 9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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