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으로 늦깎이 창업해 순자산 100억 기업 만든 男

거침이 없다. 예상 질문지를 먼저 건넨 것도 아닌데, 물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답변의 말이 되돌아온다. ‘어지간히 성격 급하군’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몸을 가만히 안 두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자본금 1억 여원으로 창업해 12년 만에 순자산 100억원의 회사를 일군 최고경영자(CEO)이니 어련할까. 환경촉매 및 2차전지 소재 전문 제조업체 ‘이엔드디’의 김민용(50·사진) 대표 얘기다.

자본금 1억 여원으로 창업해 12년 만에 순자산 100억원의 회사를 일군 최고경영자(CEO)이니 어련할까. 환경촉매 및 이차전지 소재 전문 제조업체 ‘이엔드디’의 김민용(50·사진) 대표 얘기다.

지난 2004년 설립된 이엔드디는 매연저감장치 및 촉매 분야의 주문자위탁생산(OEM), 이차 전지에 쓰이는 양극활물질 전구체를 주된 사업 영역으로 하는 업체다. 지난 2013년엔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의 아이콘이자 국내 제 3의 장내주식시장인 ‘코넥스’의 1호 상장 법인으로 이름을 올렸고, 현재는 코스닥 시장으로의 이전 상장을 앞두고 있다.

올해 매출액 300억 돌파를 앞두고 있는 이 알짜 기업을 이끌고 있는 김 대표는 현대오일뱅크에서 약 10년간 기름밥을 먹다가 서른 여덟살, 그러니까 섣불리 창업하기엔 걸리는 것도, 버리는 것도 많을 나이에 사표를 던졌다. 왜 그랬을까.

“대학 시절부터 창업 욕심이 있었어요. ‘직장 생활 딱 5년만 하고 나가야지’ 했는데, 회사에서 맡은 일 때문에 기회를 갖지 못했죠. 그러다가 10년차 된 해에 ‘더 늦어지면 창업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그만뒀어요.”

돈 많이 주는 직장에 안정된 가정. 창업을 망설일 조건들이 꽤 있었지만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직장 생활할 때도 힘든 일을 많이 찾아서 했던 편이에요. 동기들에 비해 터프한 길을 많이 갔고, 그 과정에서 쌓은 경험이 창업에 큰 자산이 됐죠.”

김 대표가 사업 분야로 잡은 ‘환경소재’는 연구·개발(R&D) 및 생산설비 등 선행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시제품이 나오더라도 상용화까진 정부 인증을 거쳐야 해 투자금을 환수하는 데 시간도 많이 든다. 그래서 늦깎이 나이에 도전할 만한 창업 분야론 적절치 않다.

“2003년부터 1년간 진행된 물품 상업화를 100% 제 돈으로 했어요. 당시 모아놨던 돈과 퇴직금을 그 때 거의 다 썼죠. 정작 창업했을 땐 돈이 없어 1억 3,000만원의 자본금을 갖고 시작했어요. 지인들이 기꺼이 펀딩을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죠”

그렇게 오피스텔 하나 빌려 책상 5개를 놓고 시작했던 환경 촉매 분야 사업은 10년 이상의 R&D 및 생산 노하우가 쌓이며 이젠 전세계 내로라 하는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까지 올라섰다. 특히 지난 2008년부터 공을 들인 중국 시장에서 재작년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올해는 이란·베트남·인도로 발을 넓히는 등 해외 진출 확대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김 대표가 회사의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2008년 처음 발을 들인 2차 전지 사업 분야에서도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김종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리포트에서 “이엔드디가 자체 개발한 전구체는 기존 제품 대비 고용량·고밀도·고출력의 특성을 가졌다”며 “지난해까지 양산라인을 안정화시켜 1차 투자가 완료됨에 따라 올해부터 매출 성장 및 수익성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코넥스 1호 상장 기업 이엔드디는 지난 6월 코스닥 시장으로의 이전 상장 청구를 한 뒤 현재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2차 전지 소재와 관련한 생산설비 추가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돈과 명예를 모두 가져다주는 창업가의 꿈, ‘IPO’. 그 꿈을 이룬 기분이 어떨까. “코넥스에 상장했을 땐 그 시장이 처음 생긴 것이다 보니 뭐가 뭔지 잘 모르고 지나간 것 같아요. 이번에 코스닥 시장에 들어가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회사의 대외 신인도도 많이 올라가서 수출 납품에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고요. 더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죠.”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 불혹을 두 해 앞둔 시점에 창업해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50세·지천명)가 된 김 대표.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픈 얘기가 있는지 물었다. “얼만큼 창업이 절실한 지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물어봤으면 좋겠어요. 창업이 도피처가 돼선 안 되거든요. 무조건 해보라고 하기엔 본인이 감내해야 할 게 너무 많은데 그래도 정말 하고 싶은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고, 그래도 하고 싶다면 그 땐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고 ‘질러야죠’.” /유병온기자 on@bzu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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