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핏_문화] 사회적기업으로 패자 부활을 말한 드라마, 유나의 거리

그들이 사는 세상도, 연애시대도 안 봤다. 조인성이 나오는 드라마, 김수현이 나오는 드라마, 어느 누가 나오는 드라마도 잠깐 보고 말뿐이었다. 매일 시간을 내어 챙겨본다는 게 성가셨고 혹시 빠트리기라도 하면 봐도 문제, 안 봐도 문제였다. 돈을 내긴 아깝고 무료로 다운을 받자니 믿을만한 사이트가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한 화가 빠졌는데 이야기 전개에 문제가 없다는 건 전체를 보지 않아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것과 같은 뜻으로 여겨졌다.

그런 이유로 나는 평생 단 한 편도 빼놓지 않고 챙겨본 드라마를 단 하나도 보유하지 못했다. 몇 달 전 IP TV에서 ‘유나의 거리’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김옥빈, 이희준 주연의 드라마, JTBC 특별기획, 서울의 달을 쓴 김운경 작가의 작품, 작가 김수현, 이외수 같은 사람들이 극찬한 숨은 명품. 2년 전 3% 남짓의 시청률을 남기고 TV 브라운관에서 사라진 유나의 거리 앞에는 다양한 수식이 붙는다. 식상하지만 그 앞에 내 몫의 숟가락을 얹어 ‘인생 드라마’라는 호칭을 달 수도 있다. 하지만 매체의 성격을 고려하여 그 앞에 붙을 말을 가다듬어 보자면 유나의 거리는 ‘사회적기업이 등장한 드라마’가 된다.

유나의 거리에는 사회적기업이 나온다. 대하사극 뺨치는 분량인 50회 전화에 걸쳐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단원의 막을 사회적기업으로 내린다. 별 세 개짜리 현직 소매치기가 주인공이고 건달과 양아치를 오가는 이들이 난무하는 드라마에서 사회적기업이라니.

그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유나와 그의 직장 동료들, 즉 소매치기 무리는 남의 지갑 터는 일을 그만하고 싶어도 좀처럼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다. 평균 학력 중졸에 불과한 소매치기를 받아주는 곳은 거의 없으며 전과자라는 게 알려지는 날에는 어김없이 주위의 편견 어린 시선이 날아드는 게 사실이니 말이다. 자기 힘으로는 도저히 범죄의 소굴에서 빠져나올 길이 없어 보이는 이들에게 어느 날 어린 시절 헤어졌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난 유나의 친모와 양아버지가 나타난다.

대기업 회장과 사모님으로 등장하는 이들은 삼류 인생을 살아가는 유나와 그 친구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해주고자 한다. 대사 그대로 ‘자네 사회적기업이라고 들어봤나?’ 라며 운을 떼는 회장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사회적기업을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전체 직원의 85%를 알코올 중독자 및 전과자 출신으로 채워 넣은 미국의 1세대 사회적기업 파이어니어 휴먼서비시즈(PHS, Pioneer Human Service)를 예로 들기까지 한다.

작가는 회장의 입을 빌려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변화의 기회를 얻을 자격이 있다’고. 누구나 죄를 짓고 실수할 수 있지만 이를 만회할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렇게 유나의 거리는 회장의 도움으로 사회적기업을 통해 등장인물들이 손을 씻고 새 삶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종지부를 찍는다.

한 명의 시청자로서 꽤 애정을 담고 지켜본 인물들이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모습은 기뻤지만, 사실 조금 아쉬웠다. 이 무슨 갑자기 산신령이 등장해 금도끼, 은도끼, 쇠도끼 다 주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여배우들이 돌아가며 입에 ‘개년아’ 소리를 달고 나오던 드라마가 어찌도 이리 착한 결말을 취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언뜻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지는 그 모습에서 문득 내가 경험한 사회적 경제의 현실이 오버랩 되었다.

어느 날 서울역을 지나다 마주한 노숙인에게 문득 관심이 생긴 한 청년은 몇 년 새에 30명 가까운 노숙인을 고용하며 한 달 매출 2억 원을 올리는 사회적기업가가 되었다. 2010년 국내에 들어와 노숙인의 자활을 돕는 잡지 빅이슈는 격주로 1만 2천 5백 부를 발행하며 주요 역사마다 판매원을 두고 있다. 문제아로 낙인 찍힌 청소년과 출소자들은 지금 한 사회적기업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으며 근무 중이다.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사회적기업이 그들의 소셜미션을 실현하고 있다. 그들이 처음 사회적기업을 시작하겠다 말했을 때 내가 유나의 거리를 보고 생각한 것처럼 아마 주위의 많은 사람은 말했을 거다. 너무 비현실적인 것 아니냐고 좋은 일이긴 하다만 어떻게 돈을 벌 수 있겠냐고. 실제로 힘들지 않냐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회적기업가들은 힘들다,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알았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그냥 죽으라는 법 없다는 듯 그들은 자신만의 길을 간다. 어찌 보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죽을 것 같다가도 살게 되고 살 것 같다가도 나 죽네 소리가 절로 나오는 그 모습. 어쩌면 그야말로 유나의 거리가 그리고 싶었던 ‘삶’이 아닐까. 어디서도 주목받지 못했던 이들을 무대에 올려놓고 한 명, 한 명 돌아가며 나름의 뻐꾸기 우는 사연을 그렸던 유나의 거리. 유나의 거리가 사회적기업 그 자체를 해답으로 보고 이를 말하기 위해 6개월 동안 일주일에 두 번씩 60분을 꽉꽉 채웠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어떤 정신, 약자를 돕고 서로 연대하고 패자부활의 기회를 선사하는 그 마음에서 변화는 시작된다.

Images courtesy of 유나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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