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핏_문화] 우린 정말 이상만 좇고 있는 것일까, 영화 <puncture>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영화 마케팅은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판의 미로>다. 지금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선'등에 소개되며 입소문을 탔지만, 국내 개봉 당시만 해도 영화에 대한 평가는 처참했다. <나니아 연대기> 정도의 판타지 영화처럼 보이도록 마케팅을 한 탓에 아이들에게는 그저 재미없고 잔인한 영화로, 어른들에게는 애들이나 볼 영화로 각인돼 버렸다.

애덤 캐슨 감독, 크리스 에반스 주연의 <puncture>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번역으로는 <불량 변호사>. 아마 술과 담배, 마약, 섹스에 찌든 주인공의 '양아치성'에 감명받아 제목을 지은 모양이다. 혹은 '세상을 바꾼 변호사가 양아치라니, 이런 반전 매력이!'하는 식의 낚시를 생각했을 수도 있다. 사실상 영화의 흐름은 puncture, 즉 '뾰족한 것에 찔려 생긴 구멍'을 매개로 충실히 흘러가는데도 말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병원에서 사용되는 주사기로 인해 에이즈에 걸린 한 간호사와 미국 내 병원에 안전주사기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그녀의 의뢰를 받고, 거대 자본과 맞서는 변호사 마이크 와이스의 고군분투를 다루고 있다. 언뜻 이성과 논리의 향연이 펼쳐지는 짜릿한 법정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주인공 마이크는 동료인 폴과 함께 작은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며 손해배상, 상해 등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다. 동시에 시도 때도 없이 마약을 하는 중독자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응급환자를 돌보다 실수로 주사기에 찔려 에이즈에 걸린 간호사 비키의 의뢰를 받게 된다. 그녀의 바람은 다시는 이러한 의료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주사기 도입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 상습적으로 자기 팔에 주사기를 찔러 넣는 마이크와 달리 단 한 번의 어이없는 주사기 사고로 졸지에 에이즈 환자가 되어버린 비키를 보며 그는 이후 소송에 대해 집착에 가까운 열정을 보인다. 하지만 번번이 정보 공개 신청을 기각당하고, 자잘한 소송이 무산되면서 마이크는 이 사건 뒤에 숨은 막강한 자본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증거와 증인, 투자자를 모아보려고 노력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쌓여가는 고지서와 끊긴 일감뿐. 영화는 우리에게 제대로 된 소송조차 보여주지 않는다.

프라이스가 말한 담배회사들과 뭐가 다를까? 이 사례 역시 엄청난 액수의 배상금을 받아냈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의료사고는 벌어지고 사람들은 죽어간다. 어쩌면 세상을 변화시키겠다고 뛰어든 젊은 변호사의 사생활을 빌미 삼아 불량하다고 낙인찍고, 그의 열정을 평범함으로 치부하는 세상에서 ‘정의’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돈이면 다인 세상. 소자본으로 창업한 사람들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라도 내놓을라치면 어느새 대기업이 날름 끼어들어 가로챈다.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을 개선하고 사회적 의미를 추구하겠다고 이 바닥에 뛰어든 사람들도 돈 앞에 무력해지긴 마찬가지다.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초과근무에 과로가 일상이고, 애초에 꿈꿔왔던 사업 모델은 순식간에 뒷전으로 밀려난다.

하지만 마이크가 그랬듯,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를 바로 잡으려는 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일본에서 병아보육 사회적기업 플로렌스 재팬을 운영하는 고마자키 히로키는, 그의 에세이 <젊은 사회적 기업가의 꿈>에서 사회적 기업을 ‘쇄빙선'에 비유했다. 꽁꽁 얼어붙어 다른 배가 갈 수 없는 곳에 얼음을 깨며 길을 내주는, 작지만 힘이 센 쇄빙선 말이다.

‘때로는 가장 밝은 빛이 가장 어두운 곳에서 나오는 법(Sometimes the brightest light comes from the darkest pla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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