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고발한다”… 실제로는 출석 안해도 그만/ 가습기살균제 청문회에 없는 6가지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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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가 8월 29~30일, 9월 2일까지 3일간 국회에서 열렸다. ▲특위가 요청한 옥시 측 핵심 증인 11명 중 3명만 청문회에 출석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1항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한 증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특위는 19일 팩트올과의 통화에서 불출석 증인에 대한 고발 조치 등을 협의중에 있다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은 7일 청문회에 대해 “진상규명, 피해대책, 재발방지라는 3대 목표에 훨씬 못 미쳤다”며 ‘3無 청문회’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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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기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가습기살균제’를 검색하면 무려 5만여 건의 관련 기사가 나온다. 그만큼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이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는 방증일 게다.

하지만 8월29~30일, 9월 2일 3일간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이하 청문회)는 이 같은 국민의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는 평가다. 특위 소속 국회의원(18명)이 60명의 증인과 참고인을 출석시켜 하루 10시간씩 총 30시간 동안 청문회를 진행했지만 ‘또렷한’ 성과는 없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모임’이 이번 청문회를 ‘3無청문회’라고 평가 절하한 이유다. 이들 단체는 지난 7일 “옥시 영국본사관련 부분에 대한 약간의 진전 외에 검찰수사의 범위와 수준을 넘지 못했다”며 “진상규명, 피해대책, 재발방지 등의 3대 목표에 훨씬 못 미쳤다”고 말했다.

왜 ‘맹탕’ 청문회가 된 것일까. 광고없는 언론 팩트올(FACTOLL)은 ‘3無 청문회’가 된 이유와 청문회 문제점 등을 보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30시간의 청문회 영상과 A4용지 323페이지에 달하는 청문회 회의록을 살펴봤다. 2014년 질병관리본부가 발간한 200페이지 분량의 ‘가습기살균제 백서’와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처음부터 현재까지 계속 모니터링해온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자료 수십 건도 참고했다.

청문회 ‘첫날’부터 삐걱...‘핵심’ 증인 없는 청문회

8월 29일, 청문회 첫째 날의 최대 이슈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RB코리아(구 옥시)의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RB)’가 사건 은폐에 개입했느냐 여부였다. 특위는 3일간의 청문회 기간 중 하루를 할애할 정도로 이 부분에 대한 진상규명을 벼르고 있었다. 이는 특위 위원장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모두 발언에서도 잘 묻어난다.

△우원식 위원장(더민주/서울 노원을); “현재까지 피해자 총 258명 중 212명, 사망자 113명 중 87명이 옥시레킷벤키저 제품을 사용한 분들입니다. 글로벌기업 레킷벤키저는 사고 이후 대응 과정에서 여러 중요한 사실들을 은폐한 정황이 검찰에 의해 포착됐고, 이것이 영국 본사의 주도하에 이뤄졌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음에도, 글로벌 CEO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물론, 주요 증인들이 청문회 출석 거부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정조사특위는 국민을 대표하여 레킷벤키저 등 가해 기업들에 대한 책임을 철저하게 물어 나갈 것입니다.” (1일차 회의록 1쪽)

영국 본사 관계자 아무도 출석 안해

하지만 영국 본사의 개입 여부를 직접 밝힐 수 있는 ‘핵심’ 증인들은 첫째 날뿐만 아니라 청문회 마지막 날까지 출석하지 않았다. 특위가 요청한 옥시 측 증인과 참고인 11명 중 출석한 사람은 단 3명뿐이었다.

가습기살균제 특위가 요청한 옥시 측 증인 및 참고인은 다음과 같다. △제난 알 아트라쉬(흡입독성실험 계약 체결 담당자) △아룬 프라카쉬(2004년 물질안전보건자료 승인, 발행 담당자) △거라브 제인(보고서 조작 의혹 당사자) △아타 샤프달(현 RB코리아 대표) △도모 씨(가습기살균제 제조 문의한 옥시 전 직원) △신현우(전 옥시 사장) △김진구 씨(1991년~2005년 옥시연구소장) △조한석 씨(2005년~현재 옥시연구소장) △최은규 씨(1991년~현재 옥시연구소부장) △이재원(대외협력전무) △존리(옥시 전 CEO).

이 가운데 △아타 샤프달(현 RB코리아 대표) △이재원(RB코리아 대외협력전무) △조한석(2005년~현재 옥시 연구소장)씨 등 3명만 청문회에 출석했다.

재판 중이면 출석 안해도 용인?

‘핵심’ 증인의 불출석은 본사 관계자에만 한정된 게 아니다. “RB코리아의 의뢰를 받아 회사에 유리한 내용의 허위보고서를 작성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유일재 호서대 교수, 조명행 서울대 교수도 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출석하지 않았다. 신현우 전 옥시 대표, 김진구 옥시연구소장, 최은규 옥시연구소부장 역시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우원식 위원장은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우원식 위원장; “오늘 불출석한 증인 중에 재판 관계로 참석하지 못한 증인들은 불출석사유가 인정되어서 동행명령 등 별도의 조치는 취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청문회 출석이 가능한 9월 2일 종합기관 보고 시, 일반증인으로 다시 출석요구를 했습니다.” (1일차 회의록 8쪽)

하지만 1일차에 불출석한 증인들은 9월 2일 청문회 마지막 날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불출석한 이유에 대해서는 회의록에 기록돼 있지 않았다.

핵심부처 장관들도 불출석

청문회 마지막날인 9월 2일에는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법무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국가기술표준원장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한국소비자원장 등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의 발생 및 처리 과정에 관련된 정부부처의 보고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날 △법무부 △산업부 △복지부 △환경부 △공정위에서는 장관이나 위원장 대신 차관 또는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공교롭게도 기관장이 출석하지 않은 5개 기관은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다.

법무부는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의 수사를 담당하고 있고, 산업부는 가습기살균제가 ‘공산품’으로 관리되던 당시 관리 책임이 있는 주무부처이다. 복지부는 산하의 질병관리본부와 1차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를 실시했던 부처다. 환경부는 화학물질을 관리할 책임과 함께 2~4차 피해조사를 총괄하고 있고, 공정위는 ‘인체에 무해’ ‘아이에게도 안심’이라고 붙어 있던 가습기살균제품의 허위광고를 감시, 적발할 책임이 있다.

우원식 위원장은 이들 기관장의 불출석 사유에 대해 “국외출장 및 장관 교체 등의 이유로 참석이 어려워, 해당 부처 차관이 대리 출석했다”고 말했다. 이날 출석하지 않은 위 5개 기관의 장관과 위원장의 프로필과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일정은 다음과 같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 - 9월 2일 일정 적혀 있지 않음

△1959년 전남 고흥 출생 △1977년 광주제일고 졸업 △1982년 서울대 법대 법학과 졸업 △1984년 제26회 사법고시 합격 △1987년 사법연수원 제16기 수료 △1990년 부산지검 검사 △2001~2002년 광주지검 특수부 부장검사 △2006~2007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 △2009년 서울고검 형사부장 △2011~2012년 서울서부지검 검사장 △2013~2015년 법무부 차관 △2015년 서울고검 검사장 △2015년 7월 법무부 장관 취임.

▲주형환 산업부 장관 - 9월 2일 ‘00시 00분’ 러시아 출장

△1961년 서울 출생 △덕수상고 졸업 △1982년 제26회 행정고시 합격 △1984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87~1991년 미국 일리노이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및 박사 △1999~2000년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 조정2과장 △2003~2005년 재정경제부 서기관 △2009년 기획재정부 성장기반정책관 국장급 △2011~2012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녹색성장기획단장 △2013~2014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 △2014~2016년 1월 기획재정부 제1차관 △2016년 1월 산업부 장관 취임.

▲정진엽 복지부 장관 - 9월 1~2일 러시아 해외출장 (시간 미기재)

△1955년 서울 출생 △1973년 서울고 졸업 △1980년 서울대 의과대 졸업 △1983~1988 서울대병원 인턴 및 레지던트 △1986~1993 서울대 의과대학원 정형외과학 의학 석사 및 박사 △1993~1995년 서울대병원 조교수 △1995~2000년 서울대 의과대 조교수 △2000~2005년 서울대 의과대 부교수 △2000~2003년 서울대병원 소아정형외과 분과장 △2003~2005년 분당서울대병원 정영외과장 △2008~2013년 분당서울대병원장 △2015년 8월 복지부장관 취임.

▲조경규 환경부 장관 - 9월 5일 취임

△1959년 경남 진주 출생 △1978년 진주고 졸업 △1985년 제29회 행정고시 합격 △1986년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졸업 △1991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1996~1997년 재정경제원 경제정책국 서기관 △2001~2002년 기획예산처 공보과장 서기관 △2008~2009년 기획재정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국장급 △2013~2014년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사회조정실장 △2014~2016년 8월 국무조정실 제2차장 △2016년 9월 5일 환경부 장관 취임.

▲정재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 9월 2일 일정 비어 있음

△1956년 경북 문경 출생 △1975년 경북고 졸업 △1979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1996년 영국 셀포드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수료 △1997년 제21회 행정고시 합격 △1998년 공정거래위원 경영국 공동행위과장 부이사관 △2002~2003년 공정위 하도급국장 부이사관 △2003~2004년 공정위 경쟁국장 이사관 △2006~2008년 공정위 카르텔조사단장 △2011~2014년 공정위 부위원장 △2014년 12월 공정위 위원장 취임.

다른 기업 관계자는 출석 요구조차 안해

이번 청문회에서는 RB코리아를 제외한 다른 가해업체 관계자들의 모습도 찾아 볼 수 없었다. 특위가 RB코리아 측을 제외한 다른 가해업체 관계자들의 출석을 요구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참고인 명단’에 따르면 특위가 RB코리아를 제외한 가해업체 중 증인 출석을 요구하지 않은 곳은 △글로엔엠(현 제너럴바이오) 서정훈 대표 △홈케어 서정민 대표 △산도깨비 전종관 대표 △GS리테일 허연수 대표와 △기업정보가 확인되지 않은 ‘엔위드’ 제조사 메덴텍 관계자 등이다.

다만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두 곳의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한 용마산업의 김종군 대표 △‘세퓨’를 제조·판매한 오유진 대표 등은 국민의당 김삼화 위원(비례)이 출석을 요구했지만 재판 등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3無청문회’는 특위가 자초

시민단체들은 이번 청문회를 ‘3無 청문회’로 만든 것은 특위가 자초했다고 주장한다. 불출석한 증인에 대한 동행명령과 같은 ‘강제’ 조치가 없었고, 고발 등 사후 조치도 미흡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가습기살균제 특위의 행태는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을 청문회장으로 끌고 나왔던 ‘5공비리 특별위원회’의 활동과 사뭇 다르다. 1988년 6월 27일 구성된 5공비리 특위는 11월 청문회를 열었다. 하지만 제5공화국의 핵심 인물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며 설악산에 있는 ‘백담사’에서 1년을 버텼다. 그러나 결국 전두환 전 대통령은 여야 의원들의 끊임없는 출석 요구로 1989년 12월 31일 청문회에 출석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1항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한 증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해놓고 있다.

이와 관련, 우원식 위원장은 19일 팩트올과의 통화에서 “현재 불출석 증인의 사후 처리에 대해서는 여야 간사에게 협의를 넘긴 상황”이라면서 “간사실에 문의해보라”고 했다.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실에 문의했다. 김상훈 의원은 “현재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하는 사안과 기업들이 내놓기로 한 기금 운용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의가 우선 진행되고 있어, 불출석 증인의 고발 건은 뒤로 미뤄져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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