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 600만 흥행이 남긴 4가지 의미

9월 극장가 완벽한 승자는 송강호, 공유 주연의 ‘밀정’이다. ‘벤허’ ‘매그니피센트7’ ‘고산자, 대동여지도’ 등이 덤볐으나, 적수 없는 독보적인 흥행으로 12일 만에 600만 명을 돌파했고, 이 같은 흥행 속도라면 700만, 800만 돌파도 기대되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할리우드 자본이 투입된 ‘밀정’은 단순한 한국 영화의 성공을 넘어 좀 더 특별한 의미를 있다. 또, ‘밀정’이 흥행하면서 다양한 선입견이 깨지지도 했다.

# 러닝타임 길어도 괜찮아

‘한국 영화가 흥행하기 위해선 2시간 이내에 끝내야 한다’라는 속설이 시간이 지날수록 뒤집히고 있다. 영화가 길면 관객들이 무조건 지루해한다는 것도 어쩌면 선입견이다. 재미없는 영화가 지루할 뿐, 재미있는 영화는 러닝타임이 길어도 크게 구애받지 않는 법이다.

외화의 경우 ‘아바타’(162분), ‘다크 나이트 라이즈’(164분), ‘어벤져스2’(141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147분) 등이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흥행했지만, ‘볼거리가 많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는 전제 조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1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간 한국형 블록버스터도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한국 영화의 러닝타임도 점점 길어지는 추세다. ‘암살’은 139분, ‘곡성’은 156분, ‘밀정’은 140분으로 전부 2시간을 훌쩍 넘지만 흥행 성적에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잘 만든 영화라면 러닝타임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암살’이 흥행하면서 가장 기뻤던 점은 상영시간이에요.(웃음) 최근 성공한 한국 영화를 보면 상영시간이 긴 작품이 많았잖아요. 물론 완성도까지 높은 작품이었죠. 한국 영화의 패턴도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관객들도 완결성을 갖추고 만족을 준다면, 이왕이면 긴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해요. 감독 입장에서 전달하고 싶은 얘기가 많으면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거든요.” (김지운 감독)

여기에 지난해 ‘암살’을 시작으로 ‘귀향’ ‘동주’ ‘아가씨’ ‘덕혜옹주’ ‘밀정’ 등은 모두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상당한 성공을 끌어냈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 시대의 아픔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작품도 있고, 시대적 배경으로만 설정한 작품도 있다.

그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일제강점기 시대는 흥행의 무덤, 무조건 망한다’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상처와 아픔이 남아있는 일제강점기를 스크린을 통해 보고 즐기기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라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암살’ ‘밀정’ 등을 계기로 더는 이런 얘기가 통하지 않게 됐다. 결국, 시대적 배경보단 누가, 무엇을, 어떻게 연출하느냐가 더 중요한 셈이다.

# 신파 없이도 흥행한다

‘밀정’은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독립 운동가들이 주인공이지만, 괜한 눈물샘을 자극하는 진부한 신파 설정이 거의 없다.

최근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등이 흥행 성적과 별개로 신파 설정으로 혹평을 듣기도 했는데, ‘밀정’은 어디서 본 듯한 신파가 없다는 게 특징이다.

독립 운동가들의 영웅적인 면모를 강조하거나, 가슴 아픈 장면에서 비장하고 슬픈 음악이 흐르거나, 주인공들이 가족을 그리워하는 등의 장면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일부 관객들은 다소 건조하고 밋밋하다는 평을 내놓고 있지만, 스타일리시한 연출을 자랑하는 김지운 감독의 세련되고 깔끔한 연출만큼은 돋보인다.

# 할리우드 자본으로 성공한 한국 영화

10년 전만 해도 한국 영화 앞에 유명한 ‘폭스 팡파르’가 울려 퍼지고, ‘WB’라는 로고가 뜰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아바타’ ‘해리포터’ ‘다크나이트’ 시작 전에만 봐왔던 로고다.

그러나 상반기 이십세기폭스코리아의 ‘곡성’, 하반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의 ‘밀정’이 차례대로 성공하면서, 한국 영화에 투자하는 할리우드 자본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밀정’은 워너브러더스가 처음으로 투자와 제작을 맡은 한국 영화로, 총 제작비 140억 원이 투입됐지만 일찌감치 손익분기점 420만 명을 넘겨 흥행 수익을 올리는 중이다.

앞서 이십세기폭스 측은 ‘런닝맨’(2012), ‘슬로우 비디오’(2014), ‘나의 절친 악당들’(2015) 등의 실패로 한 발 물러서는 듯 했지만, 기획력과 자본력이 뒷받침된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가 100억 원이 넘는 돈을 한국 영화에 투자하면서 올 상반기 흥행작 ‘곡성’을 만들어냈다.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들은 제작, 홍보 등에 한국 영화 전문가들을 영입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워너는 이병헌, 공효진 주연 ‘싱글라이더’, 박훈정 감독의 ‘VIP’, 이정범 감독의 ‘악질경찰’ 등을 준비 중이다. 폭스는 ‘곡성’에 이어 이정재, 여진구 주연 ‘대립군’을 제작하고 있다.

이십세기폭스와 워너브러더스 등이 투자, 제작, 배급을 직접 담당하면서, 한국 영화 시장의 경쟁 구도와 개념도 4대 투자배급사(CJ, 롯데, 쇼박스, NEW)에 머무르지 않고 할리우드 직배사로 조금 더 확장됐다.

“이십세기폭스, 워너브러더스 등이 한국 영화에 투자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관객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에요. 인터내셔널 마켓에서 10위 안에 드는 마켓이죠. 아무래도 폭스와 워너가 한국 영화계에서 경쟁하기엔 후발 주자라는 약점이 있지만, 외화로 쌓은 경험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 영화의 해외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 같고요. 콘텐츠만 좋다면 네트워크는 잘 구축된 회사거든요. 해외 시장에 맞는 콘텐츠라면 잘 갖춰진 네트워크 시스템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 관계자)

# 김지운 감독의 최고 흥행작 기대

지금까지 김지운 감독의 최고 흥행작은 지난 2008년 개봉해 668만 명을 동원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다. 아쉽게도 이후 흥행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최민식, 이병헌 주연 ‘악마를 보았다’(2010)는 184만 명에 그쳤고,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자 아놀드 슈왈제네거 주연 ‘라스트 스탠드’(2013)는 6만 6,698명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외면받았다.

반면 신작 ‘밀정’은 추석 연휴 337만 명을 끌어모아 600만 명을 돌파했고, 다음 주까지 마땅한 경쟁작도 없는 상황이라서 ‘놈놈놈’의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운 감독은 상업영화 데뷔 이래 처음으로 700만을 넘는 최고 흥행작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밀정’은 오는 2017년 2월 열리는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부문 한국영화 출품작으로 선정돼 김지운 감독의 기쁨도 배가됐다. 심사위원들은 작품의 미학적 성취도뿐 아니라 감독 및 배우의 인지도, 해외 배급 및 마케팅 능력 부분에서 두루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밝혀 수상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 = ‘밀정’ 포스터 및 스틸

하수정기자 ykhsj00@news-a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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