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읽남의 오르되브르] '칠드런 오브 맨'·'매트릭스'가 지금 소환 될 수 있는 이유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연말은 우주 영화의 시즌이 되었다. 과거에 그 자리를 차지하던 로맨틱 코미디는 설 자리를 잃어버렸는데, 화려한 테크놀로지와 스펙터클한 영상이 발달하는 속도를 로맨틱 코미디의 캐릭터와 스토리가 따라가지 버거워 보인다. '인터스텔라', '마션'이 이어가고 있는 우주 영화의 흥행. 그 시작을 알린 영화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다.

이 영화는 우주라는 공간에서의 재난과 그 속에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매 순간 땅 위에서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국내에서는 3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 감독의 전작(최신작이 아니다.) '칠드런 오브 맨'이 개봉했다고 한다. 왜 이제야 개봉할 수 있었을까. 아니, 왜 지금 개봉해도 괜찮다고 생각한 걸까.

▲ '칠드런 오브 맨'의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감독.

촬영의 장인 '엠마누엘 루베즈키'

한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뭘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캐스팅한다? 역사 영화 혹은 전기 영화를 만든다? 영화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 최근 3년 간 가장 확실한 수상 카드는 엠마누엘 루베즈키를 촬영 감독으로 두는 것이다. 아카데미 최초로 3년 연속(86회, 87회, 88회) 촬영상을 받은 그는 카메라를 들었다 하면 걸작을 뽑아내고 있다.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 알레한드로 이냐리투의 '버드맨', '레버넌트'가 그의 손에서 탄생한 영화다.

다른 촬영감독과 비교해 그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롱 테이크' 촬영 방식이다. 카메라를 컷 하지 않고 물 흐르듯 유연하게 찍는 그의 촬영은 '그래비티'의 첫 20분 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보다 더 확실히 보고 싶다면 '버드맨'을 추천하겠다. 이 영화는 작정하고 (거의) 하나의 테이크로 영화를 완성했다. (물론 트릭이 있다)

그리고 '레버넌트'에서는 자연의 생생한 빛을 있는 그대로 담아 호평을 받기도 했었다. 인위적인 조명을 배제하고, 한정적인 시간(영화의 시간이 새벽이면, 실제 촬영도 새벽에만 이뤄졌다고 한다.) 속에 뛰어난 영상을 뽑아냈다. '롱 테이크와 '자연광'의 속성을 생각해보면, 그는 현장의 질감과 생동감을 스크린으로 최대한 옮겨오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덕분에 인물의 정서와 공간의 무드가 컷으로 분절되거나 깨지지 않는다. 이는 그가 촬영한 영화가 유독 몰입감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칠드런 오브 맨'에서도 뛰어난 '롱 테이크' 감상할 수 있다. 영화 도입부의 장면과 중·후반부의 총격 씬은 그 몰입도가 상당하다. 엠마누엘 루베즈키의 카메라 워킹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황홀하며 볼 가치가 있다.

일부는 현실이 된 영화 속 세상

'전 인류가 불임인 시대'라는 설정만으로 영화는 어둡고, 암울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스크린 가득 채운다. 불임의 정확한 원인은 제시되지 않는다. 그래도 스크린 밖의 세상이 방사능, 환경오염 등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걸 고려했을 때, 이 설정은 허무맹랑해 보이지 않는 설득력이 있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로 민감한 우리나라를 생각한다면, 태아가 세상에 나오기를 거부하는 이야기도 상상해볼 수 있다)

이러한 특이한 설정 속에, 이제는 익숙한 테러가 일어나는 도시를 보고 있으면, IS 이후의 현실 세계를 보는듯한 기시감도 있다. 더불어 영화에서는 '푸지'라는 난민도 등장한다. 이 난민이 차별과 분류의 대상이라는 점, 그리고 이를 통제하는 국가 시스템이 존재하는 점에서도 현재의 유럽 난민 사태와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2006년에 개봉했던 이 영화가 주는 진정한 공포는, 영화가 상상한 미래가 생각보다 지금의 현실과 많이 일치한다는 것, 즉 우리 현실과 영화가 오버랩되는 지점이 많다는 것이다.

10년 전 이야기가 재소환 될 수 있는 이유

명작이라 불리는 SF 영화엔 유독 디스토피아적 상황과 불행한 미래가 자주 제시된다. 있을 것만 같은 미래는 우리네 현재에 경고를 던지고, 지금 결점인 것들을 부각해서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삭막해지는 세상, 그 속에 사라져 가는 인간성, 그리고 망가져서 오작동하는 사회 시스템 등을 영화는 시뮬레이션해서 보여준다. 일부는 이미 현실에서 발생한 일이기에 뉴스를 보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이 영화의 가장 잔인한 설정은 불임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 등장할 새로운 세대(아기)가 어떤 의미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목격하는 게 가장 참혹한 순간이다. 가치이자 목적이 되어야 할 것들이 수단이자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 지금 인류와 '칠드런 오브 맨'의 세상은 무엇이 닮았으며, 또 우리와 영화 속 그들이 어디를 향해 걷고 있는지 생각하며 관람할 수 있다면, 이 영화는 꽤 섬뜩하게 다가올 것이다.

같은 날 재개봉하는 '매트릭스' 역시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암울한 미래를 보여준다. 이러한 디스토피아를 보여주는 영화를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재개봉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좋은 작품을 다시 개봉한다는 의미일까. 시간이 지나도 낡지 않은 영화의 작품성에 감탄하기 위함일까. 개봉 당시보다 지금이 더 몰입할 구석이 많기에, 디스토피아는 다시 소환되는 게 아닐까. 10년 전의 상상은 생각보다 많이 현실이 되었다.

[글]문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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