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에야 생장피에드포르(Saint Jean Pied de Port)에 도착했다.

저녁 무렵에야 생장피에드포르(Saint Jean Pied de Port)에 도착했다. 간이역 같은 조그만 역사를 빠져나온 순례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빠른 걸음으로 순례자협회 사무실을 찾아간다. 도착한 순서대로 크레덴시알(Credencial, 순례자임을 증명하는 일종의 여권)을 발급해 주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 할머니는 구간별 고도표와 마을별 알베르게(Albergue, 순례자 숙소) 목록을 건네준다. 고도표는 총 34일 일정으로 20~30킬로미터씩 나눠놓았다. 매일 걸어야 하는 순례자에게 당일 오르막과 내리막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알베르게 목록도 하루의 최종 목적지로 어느 마을을 선정해야 할지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다.

순례자협회 사무실 책상에 놓인 조개껍데기를 권 선생님이 집어준다. 조가비는 순례자를 상징하는 징표로 대부분의 사람이 배낭에 조가비를 매달고 다닌다. 나와 아내도 조가비를 배낭에 매달았다. 이제 내가 정말 페레그리노(peregrino, 순례자)인 것 같았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크게 4개 루트가 있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길은 프랑스의 국경도시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시작하여 피레네 산맥을 넘어 산티아고까지 이어지는 800여 킬로미터의 프랑스길이다. 카미노(Camino)의 단어적 의미는 단순히 길(Road)이다. 하지만 요즘은 카미노(길)를 산티아고 순례길의 대명사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 중세에는 종교적인 길이었으나 요즘은 인생의 순례길이 되어 버린 듯, 종교인 비종교인 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침대 삐걱거리는 소리와 화장실을 오가는 사람들의 발소리에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 이제 눈을 뜨면 천 년을 이어 온 유서 깊은 순례길을 걷게 되리라. 하루하루가 모험인 카미노를 기대한다.

한 권의 책, 만 번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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