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924 조각글5

어떨 때는 모호함이 오히려 여러 생각을 끄집어내더군요. 별 뜻 없는 모호한 조각글을 가져와봤습니다.

물방울이 떨어진다. 새벽의 한숨을 담아 미끄러져 내려가고 나면 호수에 부딪혀 부서졌다. 말 못하는 존재들만 남은 이 숲을 깨우는 몇 안 되는 소리였다. 다들 어디로 갔나? 호수가 물으니 돌멩이가 답했다. 모두 죽었지요. 내 물로 목을 축이던 내 아이들은 어딜 갔나? 호수가 물으니 돌멩이가 답했다 모두들 죽었지요. 생명체들은 서로 밟고 찢어 결국은 남질 않았지요. 누가 그랬냐는 호수의 질문은 잠시 묻히고 돌멩이는 울음을 이었다. 당신의 생명으로 목을 축이던 아이들은 찢겨져 당신에게 파묻혀 있고, 이젠 이곳에 아무도 없지요. 아무도 없고 죽은 땅에 당신 또한 완전히 더럽혀져 있으니 이제 누가 더 오겠나이까. 이 물은 땅으로 흘러 작은 웅덩이를 만들고 그 물은 저 밑에 사람 아이들이 마셨겠지요. 흙으로 걸러진다 한들 독은 독, 마셨다면 저 아이들이 비명 지를 새도 없이 죽어 나갔을 테니. 지금 저곳이 시체 밭이 되었을지, 아직 사람이 돌아다닐지 발 없는 우리가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이런들 저런들, 당신이 생명을 품는다 한들, 우리가 움직일 수 있다 한들 이제 와 뭘 하겠나이까. 호수가 답했다. 내가 생명이다. 나에게서 목을 축여 그 젖으로 새끼를 키워내었고, 뿌리를 박아내려 더 높이 자라고, 또 그 꽃과 열매로 배를 채우고 또다시 생명이 퍼지고... 내가 생명이야.... 내가 생명의 어미란 말이다. 호수가에 자리 잡고 박혀있던 돌멩이 하나가 호수로 굴러떨어졌다. 물이 튀기며 잔잔하던 표면이 일렁거렸다. 그래 봤자 그 생명이 이제는 독인 것을 어쩌겠나이까. 이렇게 된 지 벌써 반백 년인 것을 어쩌겠나이까. 하루하루 메마른 나무들이 부서지고, 땅은 무너져 내리고, 벌레 하나 울지 않은 이 숲은 반백 년이 지나니 돌만이 뒹굽디다. 당신께서 매일같이 하는 질문도 이제는 작아질 대로 작아진 우리밖에 답할 자가 없지요. 흘러가는 바람에 호수가 일렁였다. 누가 이런 짓을 해 놓았나? 돌멩이가 답했다. 그렇지요. 그 질문도 있었지요. 어제도 물으시고 그제도 물으시던 그 질문이 있었지요. 늘 같은 제 답변도 다시 들어주시지요. 당신께서 그러셨습니다. 스스로 바꾸셨습니다. 암흑이 새벽빛에 쫓겨날 적마다 조금씩 그러모으시더니 한순간에 푸시더이다. 늘 찾아오던 아이들은 당신을 마시고 미쳐 날뛰어 서로를 물어뜯고 찢었습니다. 암흑 속에 암적색의 피가 섞여 들어가니 그 뒤로는 공기마저 탁하게 하여 날개 달린 것들이 같은 짓을 하게 두었고 떨어져 내리는 핏물을 받아마셨지요. 당신은 누구의 목소리도 듣질 않으셨습니다. 그들의 악다구니에 어떤 대답도 내놓질 않으셨습니다. 당신은 어떤 것도 듣질 않으셨습니다. 지금까지도요. 돌멩이가 말을 멈추니 정적이 휘감았다. 다들 어디로 갔나? 호수의 질문이 반복되었다. 무엇을 원하신 겝니까? 돌멩이가 물었다. 호수는 답이 없었다. 후회하진 않으십니까? 당신의 생명을 마시던 아이들이 울부짖을 때 무슨 생각을 하셨습니까? 돌멩이가 또 물었다. 호수는 답이 없었다. 나는 생명이다. 내 물로 목을 축이던 내 아이들은 어디로 갔나? 생명의 곁에서 숨 쉬어야 할 아이들은 모두 어딜 갔나? 호수가 물었고 돌멩이가 답했다. 이제는 끝났습니다. 그 아이들은 울부짖었습니다. 당신이 시발점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 하고 원인 모를 광기에 휩싸여 서로를 찢어발겼지요. 대체 무엇을 원하신 겝니까? 후회인지 미련인지 날마다 끝도 없이 같은 질문만을 하는데 그래 봤자 이제 와서 어쩌겠나이까. 이젠 저도 기력을 다 했습니다. 이런 대화 없는 말동무도 끝이란 말입니다. 홀로 이러고 계시겠지요. 죽음도 없는 영원의 호수였으니 앞으로의 영원도 이러고 계시겠지요. 누가 이런 짓을 해놓았나? 호수가 물었다. 답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맑은 바람이 지나가도 그의 손이 닿는 곳엔 썩은 물 뿐이었다. 맑은 바람은 줄행랑을 치고 호수가 일렁였다. 다들 어디로 갔나? 호수가 물었다. 그냥 물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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