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 - 아저씨와 여고생, 그리고 좀비

성공한 만화가가 꿈이지만 현실은 별 볼 일 없는 만화 어시스턴트 히데오(오오이즈미 요 분). 연인 뎃코(카타세 나나 분)와 동거 중인 그는 어느 날 일을 마치고 돌아온 집에서 좀비로 변해버린 그녀와 맞닥뜨린다. 히데오는 자신을 공격하는 뎃코에게서 겨우 벗어나 작업실로 향하지만 동료들 역시 좀비가 되어 그에게 달려들고, 밖으로 나선 그 앞에 펼쳐진 거리는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다. 좀비들을 피해 얻어 탄 택시에서 만난 여고생 히로미(아리무라 카스미 분)와 우연히 동행하게 된 히데오. 한 아웃렛 쇼핑몰에 다다른 두 사람은 그곳에서 또다시 좀비 떼의 습격을 받고, 건물 옥상에서 지내던 생존자들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남는다. 하지만 생존자들 간에 분열이 발생하면서 히데오와 히로미는 좀비와 인간 사이에서 사투를 벌이게 된다.

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는 마치 많은 좀비물에서 쓰인 이런저런 요소들을 모아 짜깁기한 듯한 작품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정체불명의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재난 앞에서 공권력은 속수무책이다. 생존자들은 일종의 '부락'을 형성해 생활하는데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이들 중 누군가는 추악한 이기심을 드러내고 다른 누군가는 정의의 편에 선다. 클라이맥스에서는 외모적으로나 능력치로나 '괴물'에 가까운 끝판왕 좀비와의 사투가 펼쳐진다. 가깝게는 <부산행>이 떠오르고, 멀게는 미드 <워킹데드>나 할리우드 영화 <레지던트 이블>도 연상된다.

그런데도 <아이 엠 어 히어로>는 특별한 좀비 영화다. 좀비를 일종의 '재난'으로 여기는 데에서 더 나아가 좀비가 지닌 본능, 즉 '인간을 향한 식욕'을 극단적으로 파고들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부, 관절을 괴상하게 꺾어대며 문 앞까지 기어와 히데오를 공격하는 뎃코는 마치 거미줄에 걸린 먹이를 노리는 독거미처럼 무감정한 욕망 그 자체다. 도심의 골목에서 갑작스레 벌어지는 좀비들의 '인간 사냥'이 대로변으로 옮겨가며 대규모 살육으로 번지는 장면은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야생의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란 걸 감안해도 충격적인 비주얼. 이는 무섭다기보단 차라리 경악스럽다고 하는 편이 정확해 보인다.

재미있는 건, 이렇게나 적나라한 '비주얼 쇼크'가 쌓이면서 관객 입장에선 되레 '면역'이 생긴다는 점이다. '원인불명의 조큔(ZQN) 바이러스가 일본 전역에 퍼졌다'는 비현실적 전제, 그리고 그보다 더 비현실적인 좀비들의 행태. 이 덕분에 관객은 한 발짝 떨어져 이 영화를 현실이 아닌 '이야기'로서 즐길 수 있게 된다. 쇼핑을 하는 여성, 교통 안내를 하는 경찰 등 생전의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좀비의 습성은 그렇게 웃음을 자아낸다. 무시무시하기만 했던 좀비들에게서 어리숙한 모습을 발견하고, 그들의 멍청함을 이용해 반격에 나서는 생존자들의 사투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와 다를 바 없이 흥미롭다. 영화 말미, 히데오가 엽총 한 자루로 100여 명에 이르는 좀비들에 맞서는 장면은 슈팅 게임을 하는 듯 청량감마저 느껴질 정도다.

감염됐지만 인간성을 유지하는 여고생 히로미, 그리고 그를 지키려는 서른다섯의 '루저' 히데오. 두 주인공의 관계는 세대와 성별을 뛰어넘는 약자 간의 연대로서 나름 시사점을 남긴다. 아웃렛 건물 옥상에서 각자 역할을 갖고 살아가는 생존자 집단과 지상에서 이들을 올려다보는 좀비들의 구도 또한 계급과 권력 구조의 문제를 가볍게 건드린다. <아이 엠 어 히어로>는 60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하나자와 켄고의 일본 만화 <아이 앰 어 히어로>를 원작으로 했다. 영화 속 '후지 아웃렛 파크' 신은 우리나라의 파주 아웃렛에서 촬영됐으며, 100여 명의 한국 엑스트라가 좀비로 출연했다. 2016년 9월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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