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쌀밥

이른 아침... 언제나 날 깨웠던 휴대폰 알람은 오늘도 자신의 직무를 충실히 이행하며 일어나라는 알람을 울려댔다. 잠에서 깨어 졸린 눈을 찌푸리며 휴대폰 액정을 바라봤다. "회사 가자" 내가 내 손으로 써놓은 말이지만 당연하면서도 뭔가 씁쓸했다. 그 뒤로 기억이 흐릿한것으로 보아 다시 잠든게 분명하다. 그리고 뭔가 귀에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가 나를 일어나게 만들었다. "촥..." "촤르륵..." "쏴아아..." 이는 분명 단단한 금속에 흰 쌀이 떨어지는 소리였고, 그 흰 쌀을 맑은 물에 씻어내는 소리가 분명했다. 그렇다 흰 쌀이었다. 그렇게 건강을 부르짖으며 지겹도록 먹던 현미나 잡곡의 둔탁하고 우둔한 소리가 아닌 흰 쌀이 압력솥 위에서 춤을 추는 바로 그 쌀날같은 소리였다. 그 순간 흰 쌀밥을 먹을 수 있다는... 그것도 지금 막 압력솥에서 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나 욕실로 갔고, 서둘러 입에 칫솔을 물었다. 이리슥삭 저리슥삭... 역시 쌀밥은 양쪽 위아래 어금니로 씹는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란 생각에 어금니를 교과서적으로 집중해서 닦아냈다. 그리고 세수를 하려고 최근들어 쓰던 퍼팩트 휩을 잡는 순간 갑자기 무언가가 머릿속을 스쳐갔다. "오늘은 흰 쌀밥을 영접하는 날이거늘..." 흰 쌀밥님 앞에 오랜만에 서는 내 모습이 하얗디 하얀 모습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잡고 있던 퍼펙트 휩을 내려놓고 에그팩 비누를 집어들었다. 최근 줄줄이 이어진 술먹방으로 인해 이연복이 쓰는 웍처럼 넓은 얼굴 여기저기를 북북 닦아가며 깨끗이 씻어냈다. 잠시 후 물로 행구고 거울을 보니 역시 에그팩을 쓰길 잘했다란 생각이 들었고, 서둘러 머리를 감고 옷을 입은 뒤 정갈한 모습으로 쌀밥 앞에 앉았다. "분명히 식탁 위에 조명은 노란빛인데 어찌 이 쌀밥에만 형광등이 비추는거지...?" 간만에 영접한 흰 쌀밥의 자태는 놀라웠다. 밥 위로 흐르는 윤기는 마치 거칠은 질감의 나뭇바닥에 니스를 칠해놓은 것 같은 깔끔함을 뽐냈고, 쌀알 하나하나가 모여 군중을 이룬 공기안에 밥알 군중들은 숟가락과 젓가락을 향해 꽂아볼테면 꽂아보라며 위용을 풍기는 듯 보였다. 경건한 마음으로 젓가락을 집어들고 백옥같은 밥알 한줌을 젓가락으로 집어들어 입에 넣었다. 그리고 한 입 씹는 순간... 주변에는 이마에 선명하고 깊숙한 세줄의 주름이 잡힌 농부 2명이 밀짚모자를 쓴 채로 지긋이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고, 그 두 농부의 주변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황금빛깔 잘익은 벼들이 파도치듯 춤을 추었으며 그 사이로 못나게 생긴 허수아비가 주변 새들과 주먹다짐을 하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역시 요리왕 비룡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만화임을 다시 한 번 자신했다. 아내가 정성껏 한장한장 양념을 바른 깻잎을 덮어 한입... 전자렌지에 요리한 것이라곤 믿기지 않는 부드러움과 덩어리덩어리 탱탱함을 자랑하는 계란찜을 밥 위에 고슬고슬 뿌려서 한입.. 국내산 소고기와 탱탱한 곤약을 간장양념에 조린 장조림을 얹어서 한입... 이미 시계의 분침은 내가 나가야할 시간을 넘어섰지만 나는 이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 너무 맛있다고 감사하다라는 행복과 밥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시간이 촉박하다라는 현실에 좌절감이 공존하는 묘한 기분이었다. 아침에 압력솥으로 지은 흰 쌀밥을 든든히 먹고 출근하는 나는 참 운이 좋은 놈이다. 이런 아내와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다니...

여행은 늘 옳다 게임보다 가성비 좋은 취미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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