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인 더 다크’, 공포영화 마니아도 떨게 한 이유

일단 기자는 어떤 공포영화도, 잔인한 스릴러물도 팔짱 끼고 무미건조하게 본다는 걸 밝힌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귀신이나 흩뿌려지는 핏줄기보다 옆자리 관객의 발작에 더 놀라는, 그런 사람이다.

그러나 최근 한 공포영화를 보며 ‘숨 막힘’을 느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야 탄성 섞인 숨을 내쉴 수 있었던 기묘한 경험을 했다. 근래 본 공포영화 중 가장 무서웠던 ‘맨 인 더 다크’의 이야기다.

# 제한된 공간

‘맨 인 더 다크’는 거액의 현금을 노린 10대 빈집털이범들이 눈 먼 노인의 집에 갇히며 벌어지는 잔혹극이다. 이 얼마나 단순한 스토리 라인인가. 또한 등장하는 인물은 단 네 명이고, 배경이 되는 공간은 노인의 집이 전부다.

총 제작비 990만 달러라는 저예산은 화려한 시각효과와 부가적인 장치를 가하기에는 부족했다. 그러나 이러한 핸디캡은 공포감을 만드는 데 한계로 작용하지 않았다. 최소화된 인물과 배경은 관객들의 숨통을 마음대로 움켜쥐었다.

맹인의 집은 일반적인 집과는 다른 모양새를 가졌다. 벽에 진열된 연장, 뒤집힌 액자,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한 각종 장치 그리고 미로처럼 얽힌 집 구조는 혼란스러움을 조성했다. 이 혼란스러움은 롱테이크 방식을 빌려 긴장감까지 만들어냈다.

세 도둑이 현금을 찾기 위해 집안 곳곳을 훑는 장면에서 쓰인 이 촬영 기법은 맹인의 집안 곳곳을 스르륵 안내하며 노인이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란 걸 은연중에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부터 서서히 숨 쉬기가 힘들어졌다.

# 최소화된 소리

영화는 여기저기에 핏방울을 뿌리지 않아도, 기괴한 비주얼의 악령을 만들어 내지 않고도 극한의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어둠 그리고 제한된 공간이 주는 압박감도 있겠지만, 정적에 가까운 침묵은 ‘맨 인 더 다크’의 공포감을 배가했다.

감독은 배경 음악과 대사조차 최소화하며 노인의 집을 진공 상태에 가깝게 만든다. 약간의 움직임도, 잠깐 숨을 고르는 찰나의 순간도 조심스러운 정적은 영화 속 스릴러의 핵심으로 사용된다.

노인과 도둑들의 대치상황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펼쳐진다. 숨막힐 듯한 정적은 긴장감을 끊임없이 조성한다. 바로 앞에 장님이 스쳐지나 갈 때, 노인의 앞에서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도둑들의 모습 등이 그렇다. 이러한 장면의 연속은 관객의 숨통을 더욱 거세게 조인다.

영화가 조용해질수록 관객들의 몰입도는 최대치로 고조된다. 쪼그려 앉아 입을 가리고 숨죽이는 도둑들의 태도를 극장 안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따라하게 된다. 도둑들이 참았던 숨을 조심스럽게 내뱉을 때 같이 숨을 고르고, 다시 숨을 참고 손으로 입을 움켜쥐는 도둑들의 행동에 동조하기 시작한다.

# 예측할 수 없는 전개

‘맨 인 더 다크’는 극 초반부 범행의 대상이 되는 노인을 무조건적인 약자로 만든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퇴역한 군인이란 과거가 암시하듯 노인은 10대 도둑들을 5분 컷으로 손쉽게 제압한다. 순식간에 피해자와 피의자의 관계는 역전된다.

불쌍해 보이던 노인은 어느덧 악당으로 변해 도둑들의 뒤를 쫓고, 그의 집은 출구 없는 지옥으로 변한다. 이에 관객들은 도둑들의 탈출을 기원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딜레마에 빠진다.

어느 편에 서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유는 도둑들의 비도덕성 때문이다. 아무리 이들이 약자로 비춰진대도 도둑은 도둑일 뿐. 악의적인 목적을 갖고 가만히 있던 노인의 집에 들어선 건 이들이었다. 이 때 타이망 좋게 ‘맨 인 더 다크’는 예상치 못한 카드를 내던지며 관객들을 도둑의 편으로 완전히 끌어당긴다.

탈출을 원하는 또 다른 이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맹인 역시 도둑들처럼 도덕적이지 않은 인간임을 보여주며 도둑의 편에 서도 괜찮다는 착각을 하게끔 만든다. 맹인이 비윤리적인 사람임을 알려주는 이 장면은 전혀 예상치 못한 도구와 설정에서 시작돼, 공포감을 뛰어 넘어 숨막힐 듯한 역겨움을 안겨준다.

사진 = ‘맨 인 더 다크’ 스틸

김은지 기자 hhh50@news-a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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