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암표를 절대 사면 안 되는 이유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가본 팬이라면 티케팅의 떨림과 성공의 짜릿한 쾌감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보통 이 기분은 오래가지 않는다. 당신은 곧 암표의 존재를 발견할 테니까. 직접 티켓을 구매해본 경험이 있는 모든 사람들은 암표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느껴 봤을 거라고 확신한다.

암표는 모든 잠재적 티켓 구매자들의 적이다. 티켓을 못 구한 사람은 암표상 때문에 내가 앉을 자리가 사라졌다는 사실에 1차 분통, 팬도 아닌 사람들이 내가 좋아하는 가수 공연으로 돈벌이를 한단 생각에 2차 분통이 터진다. 물론 티켓을 구한 입장에서도 나보다 더 좋은 자리를 암표상이 가져갔을 때 몹시 화가 난다.

# 나도 암표로 돈 좀 벌어볼까?

이런 암표를 파는 사람들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우리일수도 있는 평범한 티켓 구매자들이다. 티케팅 직후 중고 판매 사이트나 SNS를 통해 양도를 가장한 프리미엄 판매를 하는 일반인들은 상당히 많다. 순순히 원가에 양도를 하는 일은 같은 팬들끼리 상부상조하며 선의를 베풀 때 아니고서는 거의 없다.

이 개인 티켓 판매자들은 양도의 탈을 쓰고 잠재적 구매자들에게 ‘티켓 양도가 제시’를 요구한다. 덕분에 티켓 값에 경매가 붙게 되면서 가격은 몇 배에서 몇 십 배 이상 뛰기도 하는데, 원래 티켓 가격이 최소 10만원 내외이니 수십 만원이 오가는 거래다. 판매자는 제시가격을 보고 저울질 하다가 가장 높은 값을 부른 사람에게 판매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타 팬이 시험 삼아 티케팅에 도전해 운 좋게 좋은 자리를 잡았을 때 프리미엄 가에 대한 유혹을 떨치지 못한 경우, 혹은 팬으로서 티케팅을 했지만 프리미엄가가 치솟으면 마음이 흔들려 공연 대신 표 값을 챙기겠다고 마음을 돌린 쪽이다.

아니면 중고 티켓 거래 경험이 있는 경우, 공연에 갈 의사는 없지만 돈이 되는 공연이라는 걸 알고 있을 때 용돈이나 벌어볼까 싶어 의도적으로 티케팅에 참전해 이를 판매하는 경우다.

두 번째는 전문 암표 판매업자들이다. 이들의 조직이 어디까지 퍼져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팀 단위로 움직인다는 이야기가 많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일괄적으로 표를 쓸어 담아 구매하고 중고 사이트나 콘서트 현장에서 프리미엄을 붙여서 판다는 식이다.

“티켓을 파는 꾼들이 있잖아요. 매크로로 싹 잡아서 그걸 다시 판매해요. 그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공간이 있어요. 취소하고 싶은 사람, 양도하고 싶은 사람들이 다 몰리죠. A그룹 공연 때 티켓 판매 사이트에서도 매크로 때문에 문제가 있었어요.” (가요 기획사 관계자 A)

특히 대형 콘서트가 열리는 날 올림픽 공원에는 수상스럽게 서성이면서 “OOO 표 있어요”라고 말을 거는 중년의 남성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약 10M 간격으로 거의 입구까지 늘어서있는데, 이 수만 봐서는 암표 조직이 얼마나 많은 건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리는 팀이 있다는데, 몇 십 장씩 사서 프리미엄 붙여 파는 거예요. 티켓 값 많이 올라요. 티케팅 열리면 한 번에 블록 하나가 쫙 없어지는 경우도 있거든요. 분명히 이런 이유가 있어요.” (가요 기획사 관계자 B)

# 암표 사기, 돈도 잃고 마음도 상하고

물론 암표 판매는 금지되어 있고, 이들을 잡으려는 시도도 많았기 때문에 거래 방식은 상당히 지능적이다.

예를 들어 암표상이 판매하려는 좌석이 A구역 1열 15번 정도의 상당히 좋은 자리 일 때, 온라인 거래 시에는 입금 전까지 절대 정확한 좌석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 ‘A열 1열에 몇 번부터 몇 번까지 좌석 중 하나’라는 정보만 제공된다. 소속사나 티켓 판매 대행사에서 정보를 입수함과 동시에 좌석을 취소시켜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확한 좌석 번호를 입수하지 못하는 이상 암표상이 나열한 좌석 전체를 취소시킬 수 없으니 표를 파는 사람들도 두루뭉술하게 주변 좌석에 묻어가게 되고, 적발하려는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이 지켜만 보게 된다.

문제는 구매자가 정확한 좌석 정보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사기 당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실물 티켓이 없고 현장 수령을 해야 할 경우 간단한 조작으로 중앙 좌석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덜컥 믿고 입금을 했다가는 허공에 돈을 날리는 수가 있다.

본인도 암표 구매자라 불법 행위에 동조한 셈이니 신고도 민망한 상황이고, 설사 신고해서 범인을 잡았다고 해도 처벌 규정이 미약하다. 물론 대부분은 잡지 못한다.

# 구하기가 어려운데 어떡해!

물론 암표를 사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보고 싶은데, 꼭 봐야만 하겠는데 어떡하란 말인가.

그러나 인기 가수의 티케팅은 상상 이상으로 어렵다. 시계를 정시에 맞추고, 친구들을 모조리 동원하고,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하는 최고급 사양의 PC에, 순발력과 운까지 따라줘야 한다. 너무 힘들다.

그래서 그 공연에 반드시 가야만 하는 사정이 있는 사람들은 매번 티케팅에 성공할 수 없으니 대행 업자를 찾기도 한다. 웃돈을 얹어주고 티케팅을 대신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고 했다. 어쨌든 티켓은 구할 수 있으니 수십 배 이상 폭등하는 암표 보다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다.

그 외에 일반 사람들은 암표를 구매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유혹에 빠진다. 이 고민은 ‘암표는 불법이야!’의 고민 보다는 ‘암표는 엄청 비쌀 텐데’의 망설임이 더 클 때가 많다. 그래서 중고 거래 사이트나 팬들끼리 소통하는 SNS에 올라오는 표가 1~2만 원 정도 비싼 건 적당한 가격이라고 여긴다.

이렇게 공연과 관계없는 사람들이 얻는 부당 이득은 자연스럽게 티케팅 대행 수고비의 탈을 쓰게 된다.

“티켓 값을 왜 정해놨겠어요. 사실 이 공연을 위해 준비한 사람들이 돈을 벌어야 맞는 건데, 팬들도 피해를 보고 공연과 상관없는 사람들이 부당이익을 취하는 거잖아요. 정말 공연이 꼭 보고 싶은 해외 팬이 멀리서 왔다고 했을 때, 눈앞에서 30~40만원 불러버리면 고민 하다가도 살 수밖에 없죠.” (가요 기획사 관계자 A)

# 암표, 소속사도 미치도록 잡고 싶다

이런 사태에 대해 소속사는 모른 척 방관 중인 걸까? 결코 그렇지 않다. 모든 관계자들은 암표상을 아주, 몹시, 굉장히 잡고 싶어 한다.

다만 들이는 시간과 인력이 지나치게 많이 소요되며, 잡아봐야 경고와 미약한 처벌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포기한다. 물론 잡는 것도 어마어마하게 어렵다.

“팬클럽 선예매의 경우에 확인할 수 있는 개인정보는 전부 대조하려고 해요. 또 티케팅 끝나고 나면 새벽마다 취소표가 나올 때 ‘취케팅’이 이뤄지기도 하잖아요. 결제까지 못가고 취소된 표들이라도 잡아보려고 기다리시는 분들이 나오는데, 취소 표가 나올 때 이미 저희가 한번 걸러내고 난 표도 푸는 거거든요. 어떻게든 암표를 걸러내려고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가요 기획사 관계자 B)

물론 우리 눈에도 뻔히 보이는 공연장의 암표상들을 발견하자마자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관계자들이 제재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엄밀히 말하면 일반인 신분이기 때문이다.

“제재는 공권력으로밖에 할 수 없어요. 경찰이 움직여야 처벌이 가능한 건데, 이런 경범죄에 대해 하나하나 경찰에서 처리해주기는 어려운 일이죠. 불법 굿즈도 마찬가지인 것 처럼요. 예를 들어 암표 거래를 적발했을 때 티켓을 안주고 도망을 간 거면 ‘티켓 값을 갈취했다’ 이런 식이면 되는데, 30만원 주고 11만 원짜리를 받는다고 해도 티켓을 주긴 주잖아요. 그럼 개인 간에 합의된 거래라고 하면 어떻게 하냐는 거죠.” (가요 기획사 관계자 A)

# 제발 팔지도, 사지도 마세요

특히 관련법의 처벌 수위가 미약한 것도 문제다. 경범죄 처벌법 3조에 포함된 조항 중에는 암표 매매에 대한 항목이 있긴 있지만, 10만 원 이하의 벌금형 정도의 처분이다.

특히 현장이 아닌 온라인 암표 거래의 처벌은 아직 규정이 마땅치 않다. 10만 원짜리 티켓을 쓸어 담아 200만원에 팔아도 사실상 처벌할 수가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당장 우리가 할 수 있은 뭐가 있을까?

“본인들이 의식을 바꿔야 해요. 그렇게까지 해서 사는 사람이 있으니까 파는 사람도 점점 늘어나요. 팬들도 보고 싶은 마음 이해 하지만 ‘이건 범죄다’라는 느낌을 가져주셨으면 해요. 파는 걸 발견하면 회사에 꼭 신고를 해주세요. 저희가 확인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대한 걸러서 좌석 오픈을 다시 하거든요. 취소 티켓에 공개되는 좌석에는 그런 자리가 모두 포함이 됩니다.” (가요 기획사 관계자 B)

“적어도 온라인상에서는 불법적인 표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블랙리스트가 생기면 공유가 돼서 사지 못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티켓 대행하는 곳에서 잘못된 매크로의 공격을 막을 수 있고, 암표 거래를 모니터링 하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가요 기획사 관계자 A)

이것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비단 콘서트 뿐 아니라 당장 연휴에 필요한 기차표, 이번 주말에 보고 싶은 야구 경기표, 손꼽아 기다려왔던 팬미팅 입장권 등 우리가 암표를 만나게 되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정당한 티케팅에서 기계를 이길 사람은 없을 테니, 내 자리를 갖기 위해선 모두가 프리미엄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 일이 당연해질 수도 있다.

물론 아무도 암표를 구매하지 않으면 그 자리는 고스란히 비게 될 테고, 시간이 지나버리면 어디에도 처분하지 못하니 대량으로 표를 구매하는 암표상에게는 큰 타격이다. 우리가 프리미엄 표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선택만으로도 암표 근절에 큰 힘을 보탤 수 있다.

당장 관련 법 개정도 시급하게 필요하지만, 그 전까지는 성숙한 의식에 기댈 수밖에 없다. 구하기 어려운 콘서트의 10만 원짜리 표가 조금 더 비싼 값에 팔릴 수는 있겠지만, 그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몇 십 배 가량 뛰게 만든 건 구매자들이다. 암표 구매의 피해는 결국 구매자에게 돌아온다.

사진 = 뉴스에이드 DB, 트위터 캡처

강효진기자 bestest@news-a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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