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죽여주는 여자' 윤여정 "나한테 30대와 사랑하는 역 주겠어?"

[스포츠서울 남혜연기자] 무심한듯 시크합니다. 늘 당당하고, 센언니 같은 포스가 가득합니다. 하지만, 한 켠으로 보면 누구보다 세심하며, 마음 여린 천상 여자입니다.

무엇보다 멈추지 않는 도전과 열정은 다른 이들에게 부러움을 삽니다. “어머! 너무 멋있으세요”, “(영화 촬영이)힘들지 않으세요?”라는 호들갑스러운 감탄사에 “왜 이래. 난 그런 오글거리는 것은 싫어. 난 배우니까. 연기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에요? 조금 달라진게 있다면, 이제는 사치스럽게,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하고 사는 거야. 제발 부탁인데, 영화 얘기만 물어봐줘요. 나 영화 홍보하러 나왔어요”라며 툭툭 내 뱉는 말투도 마냥 정겹습니다.

1947년 생, 내년이면 고희를 바라보는 윤여정 얘기입니다. 와인을 즐겨마시고, 초콜릿과 곰젤리를 내밀며 “이거 진짜 맛있어요. 먹어. 여기 조금 더 있어”라며 주섬주섬 간식거리를 내놨습니다. 때론 푸근한 옆집 할머니 같지만, 쉬지않고 속속 새로운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성실한 여배우. ‘이번에는 그가 또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기대감을 저버리는 않는 윤여정이 영화 ‘죽여주는 여자’(이재용 감독)로 돌아왔습니다.

윤여정에게 “‘장수상회’ 부터 ‘계춘할망’ 까지 노년에 대한 자연스러움을 상징적으로 연기했습니다. 배우가 갖고 있는 마음의 반영일까요.

그는 “아니에요~ 저한테 들어올 수 있는 역할이 늙은 역할이죠. 설마 30대와 사랑을 하는 여자 역할을 주겠어요?”라고 반문하더니 “그동안의 역할은 순리대로 편안하게 산 사람, 억지로 꿈꾸고 계획하는 사람을 맡았어요. 나한테 맞는 역할이기 때문에 했죠. 서른 살 먹은 여자, 이건 이룰 수 없는 꿈이잖아요. 나는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지 않아요”라며 잘라 말했습니다. 아마도 이 답은 배우 윤여정만이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속으로 알고있지만, 현실을 당당하게 얘기하고 싶지 않는 게 속마음이니까. 바람을 얘기할 수 있음에도, “이뤄지지 않을 것을 뭐하러 얘기해요?”라는 말에 속이 후련했습니다.

그런 그가 현실에선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역할에 몰입했습니다. ‘죽여주는 여자’는 ‘여배우들’과 ‘뒷담화:감독이 미쳤어요’에 이어 윤여정과 이재용 감독이 세 번째 만난 작품으로 죽여주게 잘한다는 소문이 난 박카스 할머니 소영(윤여정 역)이 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죽여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윤여정은 고독하고 안타까운 현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거칠게, 가감없이 노인들의 성매매를 그렸지만, 사실 속내는 죽음에 대한 얘기입니다. 당장, 지금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에게 언젠가는 꼭 닥치는 현실적인 이야기인 만큼 많은 공감대를 얻고있습니다. 앞서 ‘제20회 몬트리올판타지아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제17회 아시아티카 영화제’에서 작품상 수상하며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았습니다.

수상소감에 그는 “내가 안 받으러 가서 몰라요”라며 너스레를 떨더니 “수상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박해일한테 축하 문자가 왔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공정한 상인가 보다. 상을 받으러 가지도 않았는데 줬으니까’라는 답을 했더니 ‘참 선생님 다운 수상소감입니다’라고 하더라고요.(웃음)”라고 뒷얘기를 들려줬습니다.

웃으며 얘기했지만, 영화촬영 내내 그는 심적 고통이 심했습니다. 우울증이 왔고, 41℃의 감옥소 촬영에 “너무 덥다. 감옥은 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답니다. 그는 왜 이 영화를 선택했을까요. 그리고 ‘연기하는 삶’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저는 환갑 전 까지는 돈을 벌기위해 열심히 했어요. 그 이후에는 ‘아! 내 책임을 완수했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나는 사치스럽게 살리라’라고 생각했죠. 그 사치라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을 때, 좋아하는 감독과 작가와 작업을 하는 거였어요. 지금 그것을 실행하고 있는 단계고요. 왜 계속 작품하냐고요? 여행이요? 사실 여행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윤여정’이라는 내 이름은 배우를 하면서 얻었잖아요. 여행만 하면서 살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것은, 내가 살아있음이죠. 살아있고, 존재한다는 증거니까, 나는 일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 멋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요. 성별을 떠나 그냥 윤여정은 윤여정스러웠습니다. 가식없이,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얘기하지만 ‘결코 밉지 않은, 사랑스러운, 멋있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제일 잘 어울렸습니다. 이후 “‘너무 멋있는 배우다’라는 말을 자주 들으시죠?”라는 질문에도 역시나 윤여정스러운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는 “‘여배우’라고 하면, 미모가 빼어나잖아요. 빼어난 미모가 아니라서 ‘멋있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라며 능청스럽게 말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늙습니다. 그 자연스러운 과정을 누군가는 고통스럽게 넘기기도 하고, 누군가는 행복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마지막으로 배우 윤여정이 생각하는 늙어가는 시간, 나이에 대한 생각을 물었습니다.

“아쉽고, 아프지 않은 인생이 어디있겠어요. 저는 ‘난 70이야’라고 늘 주문을 외워요. ‘여기까지 왔어’라고요. 빈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할 말만 하고 살아도 다 못살아요. 나이가 들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일들이 많아요. 노동도 할 수 있는 나이가 있으니까.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혹시라도 이 영화가 잘 돼서, 이런 얘기가 문제가 돼서 나라에서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무조건 손가락질만 하지 말고, 왜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지에 대한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whice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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