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동족 살인 충동은 인류의 조상에게 이어받은 것인지 인간이 사는 환경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에 대해 과학자와 철학자 사이에서 수세기 동안 논의되어 왔다. 그런데 그라나다대학 연구팀이 포유류 계통수를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세대별 인간의 살인률을 산출한 연구를 네이처에 공개해 눈길을 끈다. 연구팀은 포유류 1,024종에서 400만 건이 넘는 동족 살해 기록을 모아 분석했다. 그 결과 인간의 살인률은 다른 포유류보다 조금 높은 영장류 전체와 견주면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판명됐다. 영장류 외에도 집단 생활을 하는 종이라면 이 정도 동족 살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집단 속에서 사회적 문제가 동족 살인을 일으키는 결정적 요인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인간의 살인 충동이 조상에게 물려받은 유전인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기원전 5만 년 전부터 인간 살인률을 조사했다. 인간은 채집이나 수렵 생활을 하면서 무리하게 부족을 만들어 마을을 만들고 국가라는 집단으로 변화를 이뤄왔다. 이 변화에 따라 살인률도 크게 증가했다. 이런 변화의 간격은 유전학적으로 보면 너무 빨라 유전에 의한 영향을 적고 환경에 의한 변화인 걸 알 수 있다. 또 포유류 전체를 보면 동족 살해 비율은 0.3%로 포유류 중 60%에서 치명적 상처를 줄 수 있는 동족 살인 기록이 있다는 걸 보면 높지 않다. 포유류 중에서 가장 동족 살해률이 높았던 건 몽구스로 19%다. 원숭이의 살인률은 1.8%로 추정된다. 채집 수렵 생활 시절 인류도 2%로 추정된다. 무리나 종족, 국가를 만들고 서로 싸우게 된 인류는 30%에 이르는 살인률을 기록한다. 현대로 들어선 폭력 등 불법을 단속하는 경찰 조직과 법제도, 교도소와 확고한 문화 정책이 구축되면서 살인률은 줄어 0.01% 미만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인류가 선사시대부터 이를 유전학적으로 계승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면서 인간의 동족 살해가 조상에게 물려 받은 게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물론 하버드대학 인류학자인 리처드 랭엄(Richard Wrangham)은 이번 연구에 대해 모든 살인을 정리해 계산한 것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는 영장류의 가장 일반적인 동족 살해는 영아 살해라면서 하지만 인간은 동족 성인을 죽이는 예외적 존재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연구팀 역시 살해 종류까지 파악할 만큼 충분한 데이터는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 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aop/ncurrent/full/nature19758.html )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