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난민들 다 죽게 놔둘건가”…차기 유엔 사무총장의 절박한 호소

Fact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확정된 안토니우 구테헤스(67) 전 포르투갈 총리는 ‘난민 전문가’로 통한다. ▲10년 동안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를 지낸 그는 2015년 4월 23일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에 절박한 심정의 글을 실었다. ▲그는 “난민 문제에 더 이상 전세계가 방관해서는 안된다”며 유럽의 난민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광고없는 언론 팩트올이 당시 기고문을 전문 번역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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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안토니우 구테헤스(67) 전 포르투갈 총리가 확정됐다. 구테헤스는 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치러진 안보리의 비공개 예비투표에서 차기 총장으로 사실상 낙점 받았다. 그는 12월 31일 임기를 마치는 반기문 총장에 이어 이듬해 1월 공식 취임한다.

10년 동안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 지낸 ‘난민 전문가’

구테헤스는 유엔 내 최고의 ‘난민 전문가’로 평가 받고 있다. 2005~2015년 10년 동안 유엔난민기구(UNHCR: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의 최고 대표를 지냈기 때문이다. 사무총장으로 취임하면 난민 문제에 유엔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타임

<현재 지중해에는 난민 익사 사고라는 심각한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서방의 인도주의적 가치가 중대한 심판대 위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우리가 난민들의 삶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우리는 가장 근본적인 가치들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 결과는 수 십 년 동안 메아리치며 이어질 것이다.

올해만 이미 1700여명의 난민들이 더 안전한 세상을 찾아 나섰다가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이번 달에만 2013년 전체 익사자 수의 두 배가 넘게 희생됐다. 우리 UN 난민기구가 파악하기로는, 지난주 7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사고는 지중해 지역 최악 참사로 기록됐다. 봄은 이제 겨우 시작됐을 뿐인데….

“난민들의 위기는 우리와 무관하다”는 망상을 버려야 한다

“난민들의 위기는 우리와 무관하다”는 망상을 유럽인들은 버려야 한다. 우리가 사는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인도주의적 재난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우리의 대응은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다. 이젠 입장을 바꿔야 할 때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더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민자 문제 그 이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보트에 몸을 실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분쟁과 핍박으로부터 도망치려는 난민들이다.

이는 우리에게 그들을 보호해야 할 분명한 법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난처를 구하고 제공하는 것은 보편적인 인권일 뿐 아니라, 그동안 현대 유럽이 쌓아 올린 근본적인 가치이기도 하다.

일부 사람들은 “난민들과 다른 외국인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 유럽 사회 생활 방식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럽인들이 정체성을 지킨다는 것은 난민들을 막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데에 있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로, 우리가 난민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미래를 보장할 때 우리는 ‘우리를 더 우리답게’ 만드는 가치를 보존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새로운 길로 나아가야 한다.

지난 목요일 브뤼셀에서 열린 긴급 정상 회담에서는 “유럽 국경 지역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비극에 대해 유럽이 공동 대응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럽연합은 지중해 연안에 대한 종합적인 수색과 구조 작업을 즉시 재개해, 위기에 처한 바다 난민들을 구해야 한다. 해상 순찰 임무인 트리톤(Triton)과 포세이돈(Poseidon) 합동 작전이 바람직하며 그 결과, 더 많은 사람들이 구조되기를 희망한다.

난민들을 안전하고, 인간적으로 관리해주는 것이 우리의 선택

그러나 우리는 국경 순찰만으로는 난민이 처한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진리다. 우리 유럽인들은 그들(난민)이 살기 위해 떠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들은 (우리에게) 올 것이다. 우리의 선택은 그들이 얼마나 안전하게 도착하느냐, 또 얼마나 인간적으로 그들을 관리해주느냐 하는 것이다.

서방국가들은 또한 난민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더 많은 법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즉, 폭넓은 재정착 방안, 인도주의 입국 계획, 가족 재결합, 개인적 지원 연계, 취업 및 학습 비자 발급 등을 강화해야 한다. 난민들의 안전을 확보할 현실적인 대안 없이는 국제 사회의 노력이 효과적일 수는 없다. 난민 안전을 위해서는 점점 심각해지는 밀수와 인신매매 퇴치가 급선무다.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책임 분담’ 제안들이 쏙쏙 나오고 있다. 예를 들면 난민 대부분을 받아들이는 나라들에 대한 더 많은 지원, 회원국들 간의 난민 분배, 재정착을 늘리기 위한 실험 프로젝트 등이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은 훨씬 더 많다. 우리는 이 책임을 유럽 내부에서 밖으로 더 넓혀 나가야 한다. 독일과 스웨덴이라는 두 EU 회원국이 난민의 대다수를 감당하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다른 나라의 프로그램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없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난민 수용은 이미 포화상태다. 예를 들어 레바논은 이미 전체 인구의 25%가 난민으로 구성돼 있다.

난민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지중해 위기가 끝나지 않는다. 이는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해결하고 새로운 분쟁을 예방하겠다는 진지한 결의를 의미한다. 유럽은 난민들이 거쳐 가는, 즉 북아프리카 같은 가난한 나라들에게 문제를 떠넘겨서는 안된다. 그 대신, 이들 정부가 난민들을 더 효과적으로 보호하도록 도와야 한다.

서방국가들이 계속해서 자국의 문을 닫는 대응을 고집한다면, 우리는 수천 명의 절박한 사람들을 점점 더 범죄집단의 손으로 넘겨주는 꼴이 된다. 이는 우리의 안전마저 위협하게 될 것이다.

1951년 국제 난민 협약을 만든 세계 지도자들 교훈에 귀 기울여야

이번만큼이나 심각했던 과거가 한때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세계 지도자들은 고향에서 강제로 이주해야 했던 사람들을 보호하고, 책임을 분담하기 위한 기념비적 제도를 의결했었다. 1951년 제정된 국제 난민 협약이다. 이 협약은 ‘이상주의의 산물’이 아니다. 여러 해에 걸친 분쟁 끝에, 새롭게 냉전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만들어졌다. 한마디로 철저한 ‘실용적인 문서’였다.

당시 지도자들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안보는 위기를 회피할 때가 아니라 관리할 때에 얻을 수 있다. 오직 단결과 진정으로 단합된 대응만이 대규모의 고통을 멈출 수 있다.”

우리는 이제 당시 지도자들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현재 일선(front lines)에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타석(plate)에 설 때가 됐다. 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행동으로 표현해야 한다. 왜냐하면,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포기하는 가치란 가치라고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인도주의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가장 필요한 순간에 그것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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