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빚는 남자 그리고 인형같은 여자

아주아주 예쁜 인형이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주아주 예쁨을 품고 있는 인형이 있었다. 그 인형은 주인에 따라 달라진다 주인에 따라서 예뻐질지, 현명해질지, 따뜻해질지, 한없이 차가워질지, 모나질지를 결정하는, 수동적이면서도 나름대로 적극적이고 싶어하는 그런 인형이었다. 인형은 주인을 찾고 있었다. '나는 예뻐지고 싶어' 더없는 따뜻함과 품격을 휘두른 예쁜 인형 더없는 고아함과 매력을 휘감은 예쁜 인형 '나를 더 예뻐지게 해 줄 수 있는 주인을 찾고 싶어' 인형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우연히 고개가 멈추는 곳이 있었다. 왠지 모르게 손이 따뜻할 것 같은 그 사람, 나에게 닿는 손만큼이나 가슴도 따뜻할 것 같고 그가 웃을 때는 마치 다채롭게 빛나는 가을햇살이 느껴질 것만 같았다. 그 사람이 주인이 되면 내가 예뻐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느낌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 사람에게 느껴지는 끌림만큼, 인형도 그 사람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가을 햇살같던 손길이, 가을 햇살같던 눈빛이, 가을 햇살같던 그 사람의 마음이, 지점토와 같이 하얗고 매끈하고 말랑말랑한 인형을 빚기 시작했다. 인형은 예뻐지고 싶었고, 그 사람은, 잘은 모르겠지만 인형에게서 [자신을 예쁘게 만들어달라]는 무성聲의 끌림을 받았을 것이다. 마치 피그말리온이 자신이 원했던 이상을 구현한 여자를 빚듯이, 그렇게, 다른 점이 있다면, 인형이 주인을 선택했다는 것이 차이점일 것이다. 지점토 같아서 누군가 만들기를 원한다면 원하는대로 모양이 빚어질 수 있었다. 더없이 예쁜 눈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 사람만 보면 예쁜 반달처럼 휘어지는 눈, 그 사람의 체취에 더 깊은 숨을 들이마시는 예쁜 코, 그 사람의 앞에서는 더욱 더 고운 말만 하고 싶어지는 고운 입, 그 사람의 마음을 담고 싶어하는 어여쁜 보조개, 그 사람이 꽉 잡아주는 손에 미세하게 힘을 실어 맞잡는 보드라운 손, 약간은 시리게 느껴졌던, 그러나 시나브로 따듯해질 고운 가슴, 그 사람의 팔에 자신의 것을 끼워넣을 줄 아는 어여쁜 팔, 그 사람의 모습에 머리보다 빨리 움직일 무엇보다 예쁜 발, 마지막으로, 그 사람의 심장박동만큼이나 거세게, 빠르게 끓는 점에 도달해서 달그락거릴 너무나 어여쁜 심장. 그 사람은 마치 피그말리온 이야기에 나오는 그 조각가처럼 심장을 심었다, 무엇보다도 그 사람이 소중했던 이유는, 아주 예쁨을 숨기고 있던, 그러나 평범하게만 보였던 이 인형에게 심장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인형은 예쁘다, 그런데 예쁘지 않을 수도 있다. 주인을 못 만났을 때. 주인이 없어도 제 나름대로의 매력을 풍기는 인형이지만, 주인이 있을 때의 그 인형은 그 어떤 인형보다도, 아니 어떤 사물보다도 빛이 났다. M과 F의 극이 만나서 불이 확 튀어오르는 전구처럼, 누구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강렬한 빛을 오롯이 발하는 광원으로서 거듭난다. 그 인형은 생동감이 넘치는 이목구비를 가졌고, 더없이 고아한 품격이 느껴지는 화사한 굉장함을 지닌 인형으로 거듭났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그래서 실은, 누군가를 상상하는 일이야. 시시한 그 인간을... 곧 시시해질 한 인간을... 시간이 지나도 시시해지지 않게 미리, 상상해 주는 거야. 그리고 서로의 상상이 새로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희생해가는 거야. 사랑받지 못하는 인간은 그래서 스스로를 견디지 못해. 시시해질 자신의 삶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이지. 신은 완전한 인간을 창조하지 않았어. 대신 완전해질 수 있는 상상력을 인간에게 주었지.] feat. 박민규 작가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중 일부 인형은 더없이 예쁘게 빚어져 그 사람 앞에 섰다. 그러던 어느 날, 무심코 던진 그의 말에, 그의 무심한 듯한 일상에 상처를 받았다. 인형은 그의 손에 자신을 맡겨, 보드라운 지점토체體를 맡겨서 스스로를 만들었지만, 상처를, 그의 손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만들어냈다. 그가 뛰도록 한 심장이 한 행동이다. 그를 좋아해서, 그 가을 햇살이 시리도록 좋아서 이제는 심장이 멋대로, 그가 가져다준 보드라운 몸에 스크래치를 냈다. 절기상으로 가을 햇살이 겨울 눈살로 바뀔 무렵이어서있을까. 호오호오, 입김을 불었다. 추운 겨울 눈살에 대비해야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인형은, 이제 스스로가 스스로를 빚을 줄도 알게 되기는 한다. 생기가 넘치는 눈빛을 저 홍채 이면으로 잠시 숨겨두는 좀 덜 예쁜 눈, 더 이상 그의 체취에, 후각에 관여하는 뉴런(동물에서 신경을 구성하여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세포의 일종)이 찌릿한 전기를 내보내기를 주춤하는 좀 덜 어여쁜 코, 그 인형, 아니 그녀의 고운 손은 더 이상 그의 손을 맞잡지 못하고 그녀의 발은 그의 존재감에 앞으로 나가기를 망설이면서, 이제는 그만의 인형이기를 포기하고 온전한 하나의 인간으로서 서기를 자처한다. 다른 향기와 인기척을 느낄 수도 있게 된다. 스스로를 더 예쁘게 빚어줄 주인이 어디엔가 다른 곳에 있지는 않을까 눈길을 돌리는 미운 눈동자를 품고 더없이 무심하게 휘적휘적 움직이는 못난 팔과 다리를 가지고, 인형은 인형이 아니었다. 더 예뻐지기를 원하는, 아름답게 빛나고 싶어하는 인간이었다. 다만, 너에게 휘둘려지고 싶은 그런 인형같은 인간, 그러나 홀로 서도 예쁘고 향기로울 수 있는. 피그말리온은 해피엔딩이었지만, 그의 손에 의해 숨결이 불어넣어져 아름다움으로 살아움직이던 갈라테이아는 그 후로 온평생 행복했을까. 이상향에 갇혀 자신에게 집착하는 그를 두고 혹시나 다른 피그말리온을 향해 떠나지는 않았을까 딸 파포스가 아닌 또다른 2세를 꿈꾸게 하는 또다른 피그말리온을 마주쳤던 건 아닐까. 인형은 사랑이 하고 싶었다. 인형은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그 인형은 원래도 예뻤지만, 사랑받지 못하는 자신은 시시하다는 것을, 그래서 오랜시간 견디지 못할 것임을. 자신은 발랄한 고아함을 갖추고 있었지만, 신은 자신을 완전체로 창조해주지 않았음을. 자신이 가진 완전해질 수 있는 상상력으로, 그리고 그 사람이 가진 피그말리온의 완전해질 수 있는 상상력으로, 견딜 수 있게, 시시해지지 않게, 그렇게 거듭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상상이 너로 하여금, 나로 하여금 현실이 되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이 하고싶었기 때문이다. 예쁜 인형은 더, 더 그리고 더욱 더 예뻐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빠 너는, 나만의 피그말리온이 되고 싶어? 대답을 듣고 싶어 숨죽여 기다렸다. 오빠 네가 빚어낸 나의 눈, 나의 코, 나의 입, 오빠 너에게 보드레하게 닿고 싶어하는 나의 입술 오빠 너에게만 향하도록 만든 발,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네가 빚어낸 인형인 나. 서로의 상상이 새로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희생해나가기를. xoxo, dear you, my Pygmalion p.s 헤어지는 법을 모르는 소년을 찾고있어. 사랑하려고. From, 소년을 만드는 방법적 소녀, 어여쁜 소녀인형이 마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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