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못 지키는 방탄복…미국은 5년마다 교체, 한국은 ‘15년 된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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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 산하 국립사법연구소(NIJ)는 홈페이지에서 “방탄복의 교체주기는 3~5년”이라고 밝히고 있다. ▲방탄복 수명이 최대 5년이라는 것. ▲국립사법연구소는 방탄복의 성능을 평가하고 등급을 매기는 곳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경찰청은 20일 광고없는 언론 팩트올에 “전국 각 지구대와 파출소에 보급된 방탄복은 모두 15년 된 구형 모델”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내 방탄복 제조업체인 코오롱 인더스트리 측의 한 관계자는 21일 팩트올에 “5년이 지나면 방탄복의 효과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사법연구소의 규정대로라면, 우리나라 일선 경찰관들은 목숨을 보장할 수 없는 방탄복을 입고 현장에 출동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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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복만 입었으면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19일 서울 오패산 터널 앞에서 범인 성병대(45)가 쏜 사제 총기에 맞아 숨진 강북경찰서 번동파출소 소속 김창호(54) 경위 얘기다. 김 경위는 현장에 출동하면서 방탄복을 입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방탄복이 없어서 못 입었다”는 것이 경찰청의 설명이다.

그런데 김 경위가 방탄복을 입었더라도, 과연 안전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전국 각 지구대와 파출소에 지급된 방탄복 대부분이 15년 이상 지난 ‘구형 모델’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창호 경위 사망과 관련,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20일 광고없는 언론 팩트올에 “작년 3월 작전부대로부터 빌려와 전국 각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사용 중인 방탄복은 모두 1001벌로, 이 방탄복들은 15년이 지난 구형 모델”이라고 말했다.

15년이 지난 구형 방탄복에 일선 경찰관들이 목숨을 의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는 우리와 다르다. 미국 정부기관에 따르면, 미국 방탄복의 수명은 최대 5년이다.

미국 정부기관 “방탄복 교체주기 3~5년”

홈페이지에서

그렇다면 국내 방탄복의 현실은 어떨까. 국내 방탄복 제조업체도 “방탄복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기간은 최고 5년”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코오롱 인더스트리의 조진남 팀장은 21일 팩트올에 “5년이 지나면 방탄복의 재질인 원사(原絲)의 방탄효과가 사라진다”면서 “입지 않고 가만히 놔둬도 결과는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복의 재질인 원사로 흔히 사용되는 것이 ‘아라미드(aramid)’라는 인공섬유다. 국내 방탄복 제조업체인 코오롱 인더스트리는 전 세계 아라미드 시장에서 점유율 5~6%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경찰청 “사용 중인 방탄복은 15년 지난 구형”

국내 방탄복 제조업체의 관계자조차 방탄복의 효과를 최대 5년으로 보고 있는데, 일선 경찰관들은 15년이 지난 구형 모델을 입고 흉악범들에 맞서고 있다. 미국 국립사법연구소가 밝힌 교체주기(3~5년)와 비교해보면, 이미 10년 전에 바꿔야 했을 제품들이다.

더 놀라운 것은 구형 방탄복 지급 시기다. 이 제품들이 전국 일선의 경찰관에게 처음 지급됐다는 것. 익명을 요청한 경찰청 생활안전과의 한 관계자는 21일 “방탄복을 빌렸던 작년 3월 이전에는 일선 경찰관에게 방탄복이 전혀 지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다. 방탄복의 상태도 전혀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위기관리센터 의 한 관계자는 20일 “방탄복의 성능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며 “구입할 때는 안전테스트를 했지만, 이후에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탄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찰관의 안전”

방탄복의 수명이 최대 5년이라지만, 이 보증기간이 ‘목숨 보증’기간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 국립사법연구소는 “방탄복의 수명은 보증기간이 아닌 실제 방탄성능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그 이유는 방탄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찰관의 안전이기 때문(the safety of officers is the ultimate priority)”이라고 밝히고 있다.

네덜란드의 방탄복 전문매체 ‘바디아머뉴스’(Body Armor News)는 2015년 7월 “방탄복은 자주 입을수록 성능이 떨어진다”면서 “착용 기간과 상관없이 주름이나 냄새, 구멍의 유무 등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의 한 일선 경찰관 “솔직히 겁이 난다”

김창호 경위가 방탄복을 입지 않은 채 출동했다가 사망하면서, 일선 경찰관들도 방탄복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지구대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부산 사상구의 한 경찰관은 21일 팩트올에 이렇게 말했다.

“부산에서는 러시아제 총기가 항구를 통해 밀반입되는 사건이 자주 일어난다. 최근에는 권총을 가진 야쿠자가 부산 진구에서 잡혔다는 소식도 들었다. 사제가 아니라 실제 총기가 돌아다니는 상황에서 방탄복 없이 현장에 나가는 게 솔직히 겁이 난다. 아무래도 방탄복이 있으면 안전하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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