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대를 본 남자> 때론 증명보다 믿음이 중요하다

스리니바사 아이양가르 라마누잔(1887~1920)은 특별한 수학자였다. 인도인인 그는 다른 수학자들과의 교류가 거의 없이 혼자 온갖 공식과 정리를 만들었다. 원주율을 비롯한 수학 상수, 소수, 분할 함수(partition function) 등을 응용한 합 공식(summation)들이 그의 노트에 기록됐다. 재미있는 건 그 대부분이 증명 없이 해답만을 담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라마누잔이 죽은 뒤 수학자들은 그가 발견한 수많은 정리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수학 기법이 고안되기도 했다.

영화 <무한대를 본 남자>는 바로 이 제멋대로인 천재 수학자 라마누잔(데브 파텔 분)의 이야기다. 어머니, 아내와 함께 인도 마드리스에서 살던 그가 영국 수학자 하디(제레미 아이언스 분)의 초청으로 캠브리지 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에 입학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이 영화의 큰 줄기다.

인도를 식민 지배하는 영국에서 라마누잔이 겪는 수난, 그리고 유달리 강한 그의 자존심은 내내 서로 부딪치며 영화의 긴장을 자아내는 주된 요소다. 계산기를 사용하지도 필기를 하지도 않은 채 암산으로 단번에 답을 내놓는 그의 태도는 교수들의 반감을 사고, 철저히 채식을 하는 그의 종교적 신념 또한 학생들 사이에서 놀림거리가 된다. 영국인들에게 있어 라마누잔은 '식민지에서 온 주제에 거만하게 잘난 척하며 나대는 검둥이'로 비춰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라마누잔의 신념과 직관을 통해 그의 자존감을 긍정적 자신감으로 변모시키는 데 성공한다. 인도가 주는 특유의 종교성과 신비감을 차용한 그의 신념은 '수'를 신으로 치환한 듯 경건하기까지 한 태도 덕에 특별한 지위를 얻는다. "세상 모든 존재에는 패턴이 있다"며 "수학은 가장 놀라운 모습으로 패턴을 드러내는 아름다움"이라는 그가 '신을 믿지 않으면서도' 무한급수와 초기하급수를 파고드는 스승 하디와 최적의 앙상블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흥미롭다.

라마누잔이 트리니티 칼리지, 나아가 영국 왕립 수학학회 회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그가 지닌 문제들과 더불어 효과적인 클라이맥스가 된다. 강한 직관과 확신은 자신이 만든 소수 공식에 오류가 발견되면서 부메랑이 되어 그를 몰아세우고, 이후 반쪽짜리 성취를 세상 앞에서 제대로 인정받기 위한 라마누잔과 하디의 도전은 급물살을 탄다.

영화는 이와 함께 이방인 라마누잔의 고독을 조명하며 그림자를 드리운다. 인도에 두고 온 아내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변변찮은 식사와 과로로 인한 건강 악화가 그를 옥죄는 후반부는 수학만 바라보고 내달리는 그의 광기 어린 열정만큼이나 위태롭게 다가온다.

극 중 "도대체 어떻게 그 공식을 얻었느냐"는 하디의 물음에 대한 라마누잔은 답한다. "어느 순간 신이 내려 주셨다." 책임감과 겸손을 요구하는 대학에 직감과 확신으로 맞선 그의 태도는 "신이 주셨기 때문"이었던 셈이다. 설명할 수 없지만 확실한 것. 아니,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내면의 진리 말이다. 라마누잔의 수학이 종교와 닮은 건 그런 면에서다.

따지고 보면 수학자는 철학자이기도 했고 종교학자이기도 했다. 최초의 수학자라고 불리는 탈레스도, '피타고라스의 정리'로 유명한 피타고라스나 기하학을 만든 유클리드도 그랬다. 결코 완벽하게 알 수 없지만, 그래서 더욱 빠져들게 되는 미지의 영역. <무한대를 본 남자>가 다루는 그곳은 아마 '수의 우주'이자 '신의 우주'일 것이다. 2016년 11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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