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팀 vs 매니지먼트팀, 전쟁 같은 공생

배우 한 명을 위해 대체 몇 명의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 걸까. 그 중에서도 단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곳은 매니지먼트팀과 홍보팀이다. 열정이 과하려면 싸움도 발생한다고. 양 팀의 싸움은 어느 회사든, 비슷한 이유로 발생하고 또 이어진다.

그래서 그 싸움을 중재하기 위해 나서 봤다. 대체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불만들이 뭔지. 그리고 원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물론, 모든 관계자들은 익명으로 처리될 예정이다. 싸움을 더 만들고 싶지는 않으니까. (참고로 누구의 편도 아니다. 이기는 편 우리 편.)

# 싸움의 역사는 길다

역사가 길다. 이 싸움의 역사가. 사실 연예 기획사가 생겨나던 초창기에는 홍보팀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지금 소속사를 이끌고 있는 주축들은 과거 직접 연예 매체들을 돌아다니며 홍보를 하던 매니저 출신들이다. 다시 말하면, 홍보팀이 있는 세상에서 살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서로의 존재에 아직은 적응하지 못했다. 생소하니까.

“아직도 홍보팀이 왜 있는지 모르는 분들 많아요. 보통 매니지먼트팀이 먼저 생기고 홍보팀이 생기는 거잖아요. 예전부터 매니저를 해오시던 분들이 회사를 차리는 경우가 많으니까, 아직도 홍보팀이 없던 시절을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저절로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고. 홍보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을 안 하는 거죠. 보도자료 그냥 나오는 거 아닌데요.”(홍보팀 관계자A)

“사실 매니저들도 기자 분들 만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기자 분들도 홍보팀 통하는 것보다는 저희한테 바로 물어보시는 게 더 빠르다고 판단하실 때가 많은 거 같아요. 특히 예전부터 기자를 해오셨던 분들은. 그래서 가끔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홍보팀을 거치지 않을 거면, 왜 홍보팀이 필요한 건지요.”(매니지먼트팀 관계자B)

# 그 대표, 출신이 무엇이냐

이 문제가 이 싸움에서 그렇게 중요한 요인이 될 줄은 몰랐다. 대표가 어떤 부서의 출신이냐에 따라 두 팀의 우위가 결정된다고 한다. 매니저가 만든 회사는 자연스럽게 매니저가. 홍보사나 기자 출신이 만든 회사는 당연히 홍보팀이 우선이고. 그렇게 극명하게 갈리는 회사들이 몇 곳 있지만, 이름은 언급하지 말도록 하자.

“홍보팀이 우선인 회사들이 몇 곳 있어요. 매니저들은 홍보팀을 위해 사진을 찍어주죠. 처음에 신입 매니저들 들어오면 하루에 배우 사진 100장 찍기 미션을 줍니다. 잘 나오는 각도, 잘 찍는 방법을 찾아가는 거예요. 그리고 모든 일정도 홍보팀이 정하면 그 뒤에 매니저들이 따르는 순서. 정보 공유도 홍보팀이 먼저예요. 매니저들은 드라마가 확정이 됐는지 안 됐는지 스케줄 표 보고 알고요.”(매니지먼트팀 관계자C)

“아직은 철저히 매니지먼트팀 위주인 거 같아요. 저희 대표님도 매니저 출신이라 그런지 홍보팀 활용을 못 하시거든요. 그래서 홍보팀은 이제 총알받이가 됩니다. 아무 것도 모르지만, 일단 기자들을 만나야 하고요. 그리고 홍보 외 업무가 많아지죠. 이제 대표님 식사 자리 예약은 제 일 같아요. 매니저들이 못 보는, 러브콜 들어온 대본 보는 것들도 다요.”(홍보팀 관계자D)

# 그래서 뭐가 문제인데

자, 솔직하게 문제를 털어놔 보자면. 첫째도 공유, 둘째는 내 배우의 홍보가 부족하다는 거다. 한 쪽은 공유를 너무 안 해줘서 문제라고 하고, 한 쪽은 배우 홍보가 부족하다고 하는 것. 이 문제로 한 회사에서는 매니지먼트팀과 홍보팀이 서로 육두문자를 이용해 싸우는 사태도 발생을 했으니. 심각하지 아니할 수 없다.

“아 저 제발. 이 말 하고 싶어요. 공유 좀 해주세요. 저희가 어디에 가서 얘기하고 다니는 것도 아니잖아요. 최소한 배우가 열애를 하고 있다든가. 어떤 드라마 출연을 두고 지금 최종 조율 중이라든가. 이 정도는 좀 알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기자님들이 연락하는 쪽은 저희 쪽이고, 답변을 기다리고 계시는데 기사가 나와도 답을 안 주시면 저희는 어떡하나요? 그리고 제발 기자님들한테 기사 내려달라고 전화하게 만들지 마세요. 기사 못 내리고요. 배우가 잘못한 걸 어쩌라고요.”(홍보팀 관계자D)

“공유를 안 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아직 확정된 게 없어서 말을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저희도 말 못하고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리고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홍보팀은 기자들을 만날 때가 많으니까 걱정이 되죠. 협의 중인데 기사로 나와 버리게 되면 감독님과 대표님 사이에서 고통 받는 건 저희니까요.”(매니지먼트팀 관계자B)

문제가 딱 한 가지면 그것만 해결하면 되겠지. 하지만 감정의 골은 깊었고 그래서 둘 사이에서 싸움이 일어나는 이유도 많았다. 그래서 한번 그 트러블의 이유들을 들어봤다. 뭐가 또 문제인 거야.

“배우에 대해서 잘 아는 건 매니저인데, 홍보팀이 잘못 대처해서 배우까지 욕을 먹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럴 때 진짜 화가 나죠. 그리고 잘 모르면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다가 어그러지기도 하고요. 모 기자님은 홍보팀 때문에 다시는 배우 L과는 인터뷰를 안 한다고 하셨대요. 홍보팀이 중간에서 역할을 못 하니까, 매니저는 모르는 상태에서 더블 스케줄을 잡았고요.”(매니지먼트팀 관계자C)

“홍보팀이 있는 이유는 기자님들과 소통을 좀 원활하게 하려는 거잖아요. 그리고 나가서는 안 될 말들을 홍보팀이 정리해주기도 하고요. 그런데 매니저가 직접 기자와 통화를 하게 됐을 때 잘못된 말이 나가는 경우가 좀 많거든요. 특히 안 해도 될 말을 하거나 말실수를 하는 분들 완전 많아요. 그 말실수 때문에 열애가 아니었는데 열애인 것처럼 기사 나고 난리 난리. 그게 다 매니저 한 명의 말실수 때문이었습니다.”(홍보팀 관계자A)

# 우리 사이좋게 삽시다

하지만, 결국에는 공생해야 하는 존재들이다. 전쟁 같은 사랑들이 아닐 수 없다. 아니, 사랑이라기보단 애증이랄까. 어찌됐든 배우를 위해 존재하고 배우를 스타로 만들어보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하는 존재들이라 이 말씀이다. 그래서 물어봤다. 사이좋게 살기 위해서 서로에게 바라는 것들이 있는지.

“저희도 어차피 같은 배우를 위해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이잖아요. 매니저들의 밑에 있는 사람이 아니고요. 그러니까 서로 도우면서 같이 가야한다는 말이죠. 그러니까 제발 존중이 필요합니다. 홍보팀은 심부름꾼도 아니고 가장 하부 조직이 아니에요. 홍보팀의 업무를 존중해주시면 좋겠어요. 아무튼 우리 회사, 우리 배우들 파이팅!”(홍보팀 관계자D)

“제발 사이 좋게 지내면 좋겠어요. 어느 일이든 솔직히 배우들이 책잡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잖아요. 사전에 서로 공유가 필요한 것도 있고요. 제발 밥그릇 빼앗긴다고 생각하지 말고, 서로의 업무를 존중해줘야죠. 이제는 TV에 나오기만 한다고 잘 알려지는 게 아니고 홍보팀이 있어야 한다는 것 저희도 알고 있으니까요. 서로 시너지 효과 나도록 한 발씩만 양보하고 살면 좋겠어요.”(매니지먼트팀 관계자B)

사진=셔터스톡

그래픽=계우주

문지연 기자 mjy809@news-a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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