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바닷가 횟집에서 모듬회 한 상과 낮술 한 잔의 꿈, “장사항 경동횟집”

불현듯 설악산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본격적인 산행은 하지 못하더라도 다만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좋겠다 싶을 때가 있다. 저기 어디쯤 가쁜 숨 내쉬면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던 된비알, 소청산장에서 마시던 시원한 맥주, 구름이 걷히면서 드러난 암봉들을 내려다보면서 가슴 뿌듯해 하던 그 느낌이 사뭇 그리워진다. 인제터널을 빠져 나와 원통을 지나면서 낯익은 산봉우리들이 차창을 스쳐가고 한계령 갈림길을 앞두고 하늘과 맛 닿은 내설악 능선의 산 마루금이 보이기 시작하면 절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미시령터널을 지나 울산바위를 보는 것만으로도 속초에 갈 이유는 충분하다, 게다가 바다까지 있으니. 그러던 어느 날 일찌감치 동서울터미널에서 속초행 직행버스를 탄다. 속초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걸리는 시간은 총2시간 반, 마음 맞는 친구 두어 명과의 서울 탈출(주머니가 넉넉한 친구 포함 필수 ㅎㅎ)...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 내리자마자 설악동으로 향한다. 멀리 토왕성폭포와 노적봉은 차창으로 스치듯이 쳐다보고는 설악동에 내려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으로 오른다. 저만치 늘어선 암릉을 실컷 쳐다보는 것으로 설악산에 대한 갈증을 달래고 나면 이제 마음에만 남겨두고 장사항으로 향한다. 10년 넘게 찾는 단골 횟집. 동명항이나 대포항에서 생물 구입해서 회를 뜨고 번잡스럽게 하는 것보다 편안하면서도 푸짐하기도 한 집이다. 모처럼 속초에서 그것도 바닷가 횟집까지 왔으니 푸짐하게 한 상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 모듬회로 미리 예약을 해놓는다. 회야 광어 우럭 숭어와 같은 흔한 생선으로 내지만 싱싱한 성게, 오징어, 제철에 맞는 해물들을 한 상 가득 차려낸다. 도미 도다리 등등 자연산 회도 있지만 모두 싯가, 겨우 쌈짓돈 추렴해서 속초로 탈출한 서울 낮술꾼들에겐 언감생심이다. 관광시즌이 아닌 평일 낮이니 바다가 보이는 2층 넓은 방을 독차지하고 느긋하게 낮술을 시작한다. 미리 차려놓은 이러 저런 전들은 제쳐두고 제철에 맞춰 내놓은 해물에만 집중한다. (이즈음이라면 멍게와 성게가 나온다) 오징어 물회, 도루묵 구이, 튀김에 산오징어회, 배추나 묵은지에 싸먹어도 좋은 보리멸회로 마신 선주가 몇 순배 돌고 나면 모듬회가 나온다. 흔한 종류이지만 선도와 회를 썰어내는 솜씨가 치감과 맛을 한층 더해준다. 고추냉이 조금 올려 간장만 찍어 씹어보면 매콤한 향 뒤로 고소한 맛이 올라온다. 엔삐라로 불리는 광어 뱃지느러미 살의 감칠 맛은 그야말로 맑은 소주와 환상의 합이다. 미리 끓여놓으라고 한 서더리탕까지 내오고 칼칼한 국물과 서더리에 붙어 있는 남은 살까지 알뜰하게 발라 안주로 한 잔씩 먹다 보면 낮술로는 끝판이 된다. 덤으로 장사해수욕장까지 바다 바람 맞으면서 걷는 것은 서울에서 탈출한 보너스… [심란한 밥벌이 작업 뒤에 불현듯 설악산이, 속초 바다가 간절해져서 잠시 서울 탈출을 상상해본다]

디지털노매드. 낮술 사랑하기. 독서일기. 컨슈머 인텔리전스 큐레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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