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오구와 민주주의의 상관관계? 노량진 가보면 알죠”

1인 뉴스 크리에이터 ‘짱피디’ 장주영씨를 만나다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뉴스를 만들고 있어요”

장주영(32)씨의 첫 마디였다. 기자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장씨는 대뜸 노량진에 가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노량진에 가봤다면 제 말을 이해하실 거에요. ‘오구오구(어이구어이구를 귀엽게 표현하기 위해 쓰는 신조어)’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열쇠 중 하나인 셈이죠”

수수께끼 같은 말을 늘어놓은 장주영씨. MBC 기자라는 번듯한 직장을 그만두고 2015년부터 1인 뉴스 제작자로 변신한 그는 온라인에서 ‘짱피디’로 통한다. 뉴스를 59초짜리 랩으로 쏟아내고 본인을 쏙 빼닮은 캐릭터를 통해 날씨를 전달한다. ‘과장된 몸짓은 필수’라고 믿는 1인 뉴스 크리에이터지만 그가 전달하는 뉴스의 내용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위해 오늘도 말 그대로 ‘온 몸을 던지는’ 그를 만났다.

장씨는 민주주의라는 다소 거창한 단어를 꺼내면서 노량진 이야기를 시작했다. 컵밥이 먹고 싶어 찾은 그 곳에서 아르바이트·취업준비에 치여 사회에 관심을 가질 수 없는 청년들을 발견했다. 뉴스를 통해서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가슴으로 느끼지는 못했던 청년들 모습이었다. “기성세대들이 요즘 애들은 사회에 관심이 없다며 혀를 끌끌 차는데 정작 관심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생각은 안한다”고 꼬집은 그는 “청년들이 연예뉴스만 보는 이유가 뭔지 아느냐”고 물었다. 쏟아지는 뉴스들이 나와 관계없는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리니 관심이 안 생기고, 관련뉴스를 못 챙겨봤으니 맥락을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청년과 사회가 점점 더 괴리된다는 주장이다.

장씨는 “일단 밀레니얼 세대가 뉴스를 보게 만드는 게 먼저”라며 ‘59뉴스’를 시작할 때 ‘오구오구’ 추임새를 넣으며 귀여운 표정으로 양팔을 흔들거나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거나 춤을 추는 것 모두 젊은 층의 관심을 끌기 위해 숱한 시행착오와 분석을 거쳐 얻은 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예인도 아닌데 1분씩이나 할애해서 영상을 볼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굳은 표정으로 가만히 서서 내용을 전달하는 건 온라인에서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뉴스 보도 형태로 보면 장씨의 실험은 가히 파격이다. 그러다 보니 비판·비난도 많이 받았다. 위축될 법도 한데 장씨는 ‘정말’ 괜찮아 보였다. 비결은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다양한 매체, 즉 메시지를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 교육을 해야 한다는 그만의 사명감이다.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그는 ‘더 스쿨 오브 뉴스(The School of News)’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 8월까지 포털사이트를 통해 ‘더 스쿨 오브 뉴스’ 개교 모금을 진행했다. 당초 목표금액에는 못 미쳤지만 즉각 반응이 나타났다. 펀딩 시작 이틀 만에 교육청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장씨가 미디어 교육에 대한 사회적 갈증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걸 실감한 순간이었다. 그는 “방송반 선생님들을 모아서 세미나를 진행한 후 자체 교재 제작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해외의 모범사례를 찾다 보니 덴마크가 눈에 띄었다는 그는 이틀 만에 비행기 티켓을 끊고 무작정 덴마크로 향했다. 삶을 위한 교육을 지향하는 학교, 덴마크의 ‘폴케 호이스 콜레(Folk High School)’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폴케 호이스 콜레는 보통 고등학교를 졸업한 18세 이상 성인이 대학에 가기 전 8주~24주 동안 다니는 자유학교다. 말 그대로 학생 모두에게 자유가 주어진다. 학생은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모든 것을 직접 선택하기 때문. 정해진 교육과정이나 규제·경쟁이 없다.

“교재 때문에 갔는데 교재가 없었어요”. 장씨는 그때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장씨는 “나에게 어떤 분야가 맞을지를 탐구하는 중간 교육기관 같은 곳인데 미디어 교육을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교재가 왜 필요하느냐고 물었다”며 오히려 “뉴스는 ‘New(새로운 소식)’ 인데 어떻게 교재가 있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호이스콜레의 미디어 교육은 전날 또는 당일에 나온 뉴스를 가지고 진행됐다.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는 그는 “교재 제작보다 해당 강의를 진행하게 될 선생님의 역량을 키우는 시스템이 먼저라는 걸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돈 버는 것만 생각하면 지금도 강의는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사기 치는 거나 다름없더라고요”라고 덧붙였다. 강사의 질이 보장되는 플랫폼, 믿고 미디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장씨의 ‘더 스쿨 오브 뉴스’ 프로젝트는 숙성 중이다.

나이는 계속 먹고 감성은 올드(old)해지기 마련이고, 나이가 들수록 ‘꼰대’가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당연지사. 그래서 장주영씨의 뉴스를 보면서 그의 나이가 궁금했다. 1984년생, 만으로 서른 둘.

‘적지 않은 나이인데 영(young)한 감각을 가지려고 특별히 노력하는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많이 듣고 많이 보고 많이 간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전략이다. 장씨는 “이래 봬도 클래식을 즐겨 듣는 편이었는데 젊은 층의 언어를 익히려고 가요를 챙겨 듣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의 거리’ 홍대도 자주 찾는다. 뭘 즐겨 먹는지·어떤 이야기를 주로 하는지·관심사가 무엇인지 주의 깊게 관찰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생면부지의 10대 수백 명에게 페이스북 친구신청을 보내고 어떤 댓글을 남기는지 공유하는 내용은 무엇인지 타임라인에 뜨는 내용을 늘 살펴본다.

인터뷰를 시작할 때만 해도 흐릿하게 보이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장씨의 원대한 꿈이 두 시간쯤 지나자 점점 선명해지는 듯했다. 청년층에 대한 장씨의 애정도 느껴졌다. 그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짱피디’의 모든 댓글에는 일일이 답글이 달려있다. 더 놀라운 건 ‘복사해서 붙여넣기’가 아니라 직접 소통하는 형태라는 점이다. 이름을 꼭 불러주고 그 사람의 특징을 포함해 글을 남긴다. 일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하기 힘든 일일 테지만 장씨의 댓글에서는 그런 기색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김춘수의 꽃이 생각나는 대목”이라며 “이름을 불러준다는 데서 큰 의미를 느끼는 건 그만큼 청년들이 외롭다는 뜻”이라고 했다. “사랑도 받아 본 사람이 준다. 댓글을 통해 조금이라도 이들의 외로움을 해소해주고 싶다”며 “힘들 때는 ‘짱피디’ 한테 말하지 이런 생각을 하는 독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성 언론의 역할을 하겠다는 게 아니다. 1020과 뉴스의 연결고리가 되고 싶다”는 장주영씨의 목표가 인터뷰 말미가 되자 허무맹랑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꿈이 실현되고 있다는 걸 가늠하는 지표가 어떤 게 있겠느냐’고 물었다. “글쎄요. 5년 후에도 페이스북이 있다고 가정을 해보죠. 그런데 지금은 온통 노는 것뿐인 10대들의 타임라인에서 뉴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비판을 쏟아낼 수 있다면. 사회도 이미 변화하기 시작하지 않았을까요”.

장씨의 꿈이 이뤄지기 시작한 세상은 ‘헬조선’의 오명을 벗지 않았을까. 그의 꿈을 응원하기로 했다.

장주영씨는 MBC 대구의 영상취재팀 기자 출신이다.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쉽고 재밌는 뉴스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2013년 3월 입사해 2015년 1월 퇴사했다. 기획·제작·편집까지 도맡아 하는 1인 뉴스 크리에이터다. ‘짱피디’라는 이름으로 활동중인 그는 이동시간을 아끼기 위해 사무실에 텐트를 치고 먹고 자며 뉴스를 만든다.

/김나영기자 iluvny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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