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110_모닝레터. 충무로 '여풍당당' 이경미-손예진

매년 연말에는 한해 동안 고생해준 배우들과 스탭 등 영화인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각종 영화제 시상식이 열리는데, 이런 시상식의 수상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중 열린 부일영화상과 최근 개최된 영평상 시상식입니다. 영평상 시상식은 한국영화평론가협회의 주최로 진행되는 행사로, 지난 8일 개최된 영평상 시상식에서는 사상 최초로 여성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해 주목되는데요, 바로 영화 '비밀은 없다'를 연출한 이경미 감독입니다. 영화 '비밀은 없다'는 올해 영평상에서 감독상 외에도 인생 연기를 선보였다고 평가받은 주연배우 손예진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죠. 어떻게 이 영화가 흥행도 실패했고 관객들에게 장르 불분명이라며 호불호가 갈렸는데, 국내 평론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냐구요? 영화 '비밀은 없다'는 기존 모성애 소재 영화나 판에 박힌 듯한 범죄스릴러의 이야기 구조를 탈피해서 색다른 질감으로 '선거'란 정치 담론 속에 왕따라는 사회문제를 박찬욱 감독이 개척했던 장르인 복수극이란 맥락으로 보게 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 올해 개봉했던 영화 중 세월호 참사 원인이 된 시스템의 부재와 부조리한 사회를 고발했던 영화 '터널'이나 외화 '설리:허드슨 강의 기적'보다 은유적 표현과 형식의 실험을 통해 자식을 잃은 모성의 극단을 그려내며 '끝까지 간다'의 여풍당당편처럼 다가옵니다. 이경미 감독은 지난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충무로 데뷔작 '미쓰 홍당무'를 공개했고 당시 해운대 야외무대의 오픈토크 프로그램 '아주담담'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푸른 강은 흘러라'의 강미자,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의 부지영 그리고 '그녀들의 방' 고태정 등과 함께 충무로 기대되는 여성감독 5인으로 미라가 촉망되는 신예였죠. 그리고 그해 개최된 제29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신인감독상과 각본상 등 2관왕에 오르며 충무로에 존재감을 내비쳤어요. 영화 '미쓰 홍당무'에 이어 무려 7년만에 내놓은 영화 '비밀은 없다'에서도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이야기로, 마치 세월호 침몰 후 7시간 동안에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재난관리 시스템을 은유하는듯 딸의 죽음을 외면한 채 선거 야망과 욕망에 눈먼 정치인 남편과 사회에 통렬한 한방을 던지는데요. 여자 박찬욱이라 일컫는 이경미 감독은 범죄스릴러란 맥거핀을 영리하게 잘 활용해 열패감이나 상실감에 그치는 전통적인 모성 캐릭터를 탈피했으며, 기존 장르에 매몰되지 않고 감각적인 미장셴을 통해 컬트스러운 복수극으로 전환시키며 박찬욱월드를 발전시킨 것 같았어요. 올해 '비밀은 없다'와 '덕혜옹주' 두편에 출연하며 인생영화를 업데이트 했다고 생각된 손예진은 영화인이라면 그 누구도 그녀의 여우주연상 수상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생애 최고의 연기로 한해를 보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영화 '비밀은 없다'의 손예진은 '몽타주'의 엄정화, '세븐 데이즈'의 김윤진, '소원'의 엄지원 등 애달픈 모성애를 계승하듯 실종된 자녀를 실성한 사람처럼 찾아 나서다가 슬픔과 한숨이 한계에 달하는 지점에서 마치 '마더'의 김혜자 같은 미친 모성애로 돌변해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리는 복수극으로 변주해냅니다. 영화 '덕혜옹주'에서는 비운의 인생을 살다간 황족으로서 페이소스를 자아내고 잊지말아야 할 굴욕의 역사를 환기시키며 가슴 뭉클하게 공명되는 비애와 억압의 정서는 물론 관객들의 눈물샘까지 자극하는 신들린 듯한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죠. 특히, 멜로의 거장이라 일컫는 허진호 감독이 장기를 살려낸 절제되고 담백한 연출 덕에 일제강점기에 아이돌스타 같았던 덕혜가 제국주의의 강압과 친일파의 농단에 의해 혈육같은 몸종과 이별하면서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고 타향에서 겪어야 했던 설움과 슬픔, 분노 등의 감정 등이 오롯이 전달되는 듯합니다. 손예진은 2002년 차태현, 이은주와 출연한 영화 '연애소설'로 영평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한지 14년만에 연기자로서 최고의 영예를 차지했고, 이달 말에 개최될 청룡영화상에는 '덕혜옹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수상이 기대됩니다. 2014년 51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때에도 타 후보와 비교해 연기력 논란이 제기됐지만 올해 만큼은 그녀의 여우주연상 후보 선정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워보이네요. 이들의 수상은 수 많은 촬영 현장에서 입봉이나 데뷔를 꿈 꾸는 여성 영화인들에게 대기만성형의 성공에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새 작품에서 이경미 감독과 배우 손예진의 더 발전된 모습 기대해주시길. From Morningman.

Social Film/Healing Qurator,Reporter,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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