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사문서까지 위조하며 재벌의 해외 계좌를 뒤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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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지난 5월 ‘미운 털’이 박힌 재벌의 해외 재산을 비정상적인 편법으로 조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세청이 ‘재벌가의 해외 재산 추적’을 의뢰한 민간 정보업체 ‘라이언 앤 폭스’는 이같은 의혹이 담긴 자료와 기고를 13일 팩트올에 보내왔다.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은 ‘가상의 인물’ 장모씨의 이름으로 사문서를 위조해, 한진그룹과 한솔그룹의 해외 재산 추적을 이 업체에 의뢰했다. ▲한진그룹은 미르, K스포츠 재단에 기부금을 적게 내며, 최순실씨의 사업에 제동을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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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정치적 목적’으로 재벌가의 해외 재산을 추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사문서 위조 등 편법적 방법까지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세청이 특정해 조사한 재벌가는 ‘한진그룹’과 ‘한솔그룹’으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미르, K스포츠 재단에 기부금을 적게 냈으며, 최순실씨의 사업에 제동을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정보업체인 ‘라이언 앤 폭스’는 13일 이같은 내용을 팩트올에 공개했다. ‘라이언 앤 폭스’에 따르면 국세청은 ‘가상의 인물’ 장모씨의 이름으로 사문서를 위조해, 이 업체에 ‘재벌가의 해외 재산 추적’을 의뢰했다. ‘라이언 앤 폭스’는 미국과 관련된 정보 조사를 대행해주는 업체다. 미국 현지의 민간 조사관, 즉 사설 탐정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의뢰인이 요구하는 다양한 정보를 조사하고 있다.

“국세청, 정치적 목적으로 재벌가 해외재산 추적”

KBS 기자 출신인 김웅 라이언 앤 폭스 대표는 14일 광고없는 언론 팩트올에 “국세청이 정치적 목적을 갖고 소위 ‘미운 털이 박힌’ 기업들의 해외 재산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미국 측에 공식적으로 요청하면 될 것을 비공식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저의’가 있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자신의 회사에 의뢰가 들어온 사건을 밝히는 이유에 대해 “국세청은 지난 5월 3일 대한항공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씨의 동생인 조중건씨와 그의 부인 이영학씨의 미국 내 재산 상황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고, 이후에는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면서 “국세청이 왜 이들의 해외재산 조사를 의뢰했는지 당시에는 의문이었지만, ‘최순실 게이트’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석연찮은 이유로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사퇴하고 계열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넘어가는 것을 보고 재벌 ‘압박용’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뉴스1

경향신문은

김웅 대표는 국세청이 재벌가의 해외재산을 추적하는 것은 ‘재벌 길들이기’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미국은 ‘징수공조협약’이 체결돼 있지 않기 때문에 미국으로 빼돌려진 대기업 회장들의 재산을 찾아내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면서 “국세청이 압류를 할 수도 없고 강제집행에 나설 수도 없는 재벌의 해외 재산을 추적한 것은 재벌 길들이기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라이언 앤 폭스’ 김웅 대표가 팩트올에 보낸 기사 전문이다.

1979년 10월의 기억

“뒤져서 나오면 십 원에 한 대다!”

지난 1979년 시월 어느 날 전북 전주시 전주초등학교 부근 뒷골목으로 수금 나온 중학생 형님들은 경고방송 후 진짜 뒤질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자기 바지주머니의 안감을 뒤집어 꺼내서 ‘메롱’하는 혓바닥마냥 처연하게 늘어뜨려 놓는 겁니다. 우리들이 그래도 그냥 멍청하게 서 있으면 “늬들 진짜 뒤이~진다!”하면서 진짜 뒤지기 시작합니다.

39만5천 달러를 해독하다

지난 6월 국세청이 불법을 동원해 찾아 헤매던 한솔그룹 조동길 회장의 미국 현지 계좌에 39만5000달러가 예치돼 있다는 보고서를 전달받은 지 한 달이 다 돼 갑니다. 뉴저지주 버겐 카운티 소재 체이스은행(Chase Bank)입니다. 두 군데 지점에서 동일한 잔액이 확인됐으니 신뢰수준이 아주 높은 정보입니다. 두 지점 모두 조 회장의 미국 주소지인 뉴저지주 포트 리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습니다. 조 회장은 지난 6월에 마지막으로 31만 달러를 예치했습니다. 물론 조사 시점 이후에 추가로 예치했거나 인출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다른 은행에서도 계좌 두 개가 발견됐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혓바닥으로 발목을 비틀려니 ‘인지(認知) 즉시 보도한다’는 나름의 경험칙을 어기고 이런저런 이유로 보고서를 묵혀뒀더니, 아니나 다를까 슬슬 습기가 차오르고 곰팡이가 피기 시작하더니 마침내는 ‘똥’이 되기 일보직전까지 와버렸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던 차에 최근 ‘최순실 사태’을 접하면서 이 보고서를 합리적 의심으로 보골보골 끓여내서 상당히 의미 있는 ‘된장찌개’로 만들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박병원 경총 회장의 말마따나 대기업의 “발목을 비트는” 일이 과연 세 치 혀로만 가능했겠냐는 의심이 이번 요리의 발단입니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의 강제 모금을 ‘말’로 다 끝냈을까요? 대통령이 했던, 경제수석이 했던 다 ‘말’뿐이었을까요? 구두상 위협(verbal threat)만으로 해결할 수 있었을까요?

앞서 밝힌 것처럼 과거 70년대의 ‘뒤지는 형님들’도 수금 나와서 뭔가를 보여주잖습니까. 작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제적인 위협(actual threat)이 필요합니다. 직접 까보여주는 겁니다. 그래야 겁을 먹고 알아서 토해내지 않겠습니까?

대기업 회장들에 대한 국세청의 불법 금융정보 수집이 역외탈세를 추적하기 위한 ‘애국적’ 조치였다고요? 참으로 역설적입니다. 아주 단순화시켜서 얘기하자면 역외탈세는 무일푼을 가장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재산을 해외로 빼돌려 숨겨두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제, 국세청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정황증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림의 떡을 찾아 보물섬으로

첫째, 미국으로 빼돌려진 대기업 회장들의 재산을 찾아내도 뭘 어찌 할 방법이 없습니다. 압류를 할 수도 없고 강제집행에 나설 수도 없습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징수공조협약’이 체결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서 등장한 ‘뒤지는 형님들’이 현역으로 활동하던 1979년 10월 발효된 한미조세조약이라는 것이 있긴 한데, 압류나 강제집행은커녕 관련 조항 자체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이중과세 방지를 위한 조약일 뿐입니다. 혹시 미국에 있는 현금이나 부동산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가 세금을 매겼다는 얘기 들어보셨습니까?

게다가 대기업 회장들에게-멀리 갈 것 없이 조 회장에게-실제 탈세 혐의가 있긴 있는 건가요? 왜 세무조사나 검찰고발이라는 정공법을 택하지 않고 사문서까지 위조해가면서 민간기관을 동원해 불법적인 정보 수집에 나선 건가요?

“편안한 노후를 위해 대서양 보이는 언덕에 집 한 채 사고 생활비 넣어둘 통장 하나 만들어놨는데 뭐가 잘못됐습니까?”하면 어찌 반박하실 건가요?

찾아봐야 내 것으로 만들지도 못할 금은보화가 묻혀 있는 보물섬을 발견하기 위해 악전고투할 바보가 어딨냐는 얘깁니다. 공무원이든 민간인이든. 누군가가 억지로 시켰으니 눈물을 삼키며 ‘칠푼호’를 타고 미국을 향해 기약 없는 항해를 떠난 것이겠지요.

살다보니 재벌가 회장을 두둔하는 일이 다 생기네요. 시절이 하수상하긴 한가 봅니다.

OECD를 회피하다

둘째, 설사 위정자 중 하나가 궁금함이 병인 양 하여 식음을 전폐하고 끝내는 와병의 길로 접어들었다 칩시다. 해당 은행 건물에 압사당하는 악몽을 매일 꿨다고 칩시다. 이 사람 살리기 위해 그 정보가 필요했다 가정합시다. 지난 2012년 2월 국회에서 비준된 OECD 회원국 중심의 다자간 조세행정공조협약을 근거로 미국에 정보제공을 요청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공식적으로 처리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그 섬엔 아무도 없다

셋째, 국세청은 있지도 않은 계좌를 찾아 나선 겁니다. 국세청이 조사를 의뢰한 ‘J.P. Morgan Guaranty Trust Co. of New York’이라는 금융기관은 지난 2001년 11월 J.P. Morgan Chase Bank에 인수돼 이미 사라졌습니다. 당연히 국세청이 들고 있던 ‘60024474’라는 계좌번호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김웅 명의로 개설된 조흥은행 계좌 397-04-20XXXX를 뒤진 겁니다. 신한은행 110-048-45XXXX로 바뀐 줄도 모르고 말이죠. 조흥이 신한으로 바뀐 거 다들 아시잖습니까? 국세청만 몰랐던 겁니다.

이 정도 엉터리 정보력이라면 사전 예비조사도 없이 누군가의 갑작스런 지시에 의해 아주 졸속적으로 추진된 일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국세청 장씨가 국세청 장씨를

넷째, 라이언 앤 폭스를 대상으로 사문서를 위조한 국세청 공무원이 사칭한 사람은 가상의 인물이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다른 국세청 공무원입니다. 둘 다 같은 장씨에 부산 출신이고 1980년생 동년배입니다.

명의를 사칭당한 장씨는 현재 부산지방국세청 산하 금정세무서에서 근무 중입니다. 지난 2012년 2월 국세청 인사 대상자 명단에도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이거 우연의 일치인가요? 자신과 가장 비슷한 사회적 발자취를 지니고 있는 인물을 설정해야 연기하기가 수월했겠지만, 엉터리도 이런 엉터리가 없습니다. “정보수집의 비밀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상의 인물을 내세웠다”는 국세청의 변명 자체가 완전한 거짓말입니다.

예를 들어 국정원 직원 장씨가 또 다른 국정원 직원 장씨를 사칭하면 국정원 소속이라는 게 감춰지나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중앙정보부나 안기부 직원들도 이 정도 코미디언들은 아니었습니다. 살다보니 안기부 직원을 두둔하는 일이 다 생깁니다.

뭔가 아주 급했다는 얘깁니다. ‘칠푼호’를 타고 떠난 그 뱃사람처럼 이 사내도 뭔가에 쫓기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사실 둘은 동일인물입니다.

우연 속의 필연을 보다

다섯째, 지난 5월 국세청이 라이언 앤 폭스로부터 전달받은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작은아버지 조중건과 부인 이영학씨의 미국 내 자산정보가 탈세추적을 위해 쓰였다는 증거가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들에 대한 정보 수집을 누가 지시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누구에게 보고됐는지도 모릅니다. 왜 그 많은 재벌가 가운데 이들을 겨냥했는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당시 조사된 조중건 부부의 미국 내 재산은 약 2400만 달러, 우리 돈 266억원 수준이었습니다. 아주 공교롭게도 바로 그달에 조양호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외압으로 퇴출됐고, 석 달 뒤에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갔습니다.

오멘 2016

초등학교 3학년 김웅 어린이가 만났던 ‘뒤지는 형님들’은 빼앗은 돈으로 ‘맛있는 거’ 사먹는 생계 사범이었습니다. 요즘 우리를 뒤지는 형님, 누나들은 뭐 하는 종족들인지 모르겠습니다. 최소한 생계사범은 아닌 것 같습니다. ‘뒤지는 형님들’은 큰일의 전조일 수 있습니다. 1979년 시월에도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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