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부터 습관처럼
양치를 할 때면, 치약을 새끼 손톱만큼만 짜 쓰는 버릇이 있었다.
무엇때문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치약을 많이 짜면 안된다는 강박 같은 것도 있었던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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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해서 처음 아내와 함께 씻던 날,
나의 치약짜는 모습을 보고는
“그걸로 닦이겠어? 아직 양치도 제대로 못하나봐~” 라며,
놀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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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치약 광고에서 나오듯이
칫솔의 솔 부분을 가득 덮을 정도로 듬뿍 짜내어
양치를 하곤 했는데,
어느날 그 모습을 본 아내가 또 역성을 냈다.
“치약으로 배 채울거 아니면 좀 줄이지?”
좀처럼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양(量)”이 “적당히”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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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치약을 짜는 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도
난 양치질을 준비할 때면,
치약을 얼만큼 짜야할지 알지 못해 머뭇거리고,
그 때, 아내의 잔소리를 기억하며 망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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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매일같이 해야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해야 하는 일에
넌 그런 추억을 만들어 두었니…
계절에 한 번,
아니면 한 달에 한 번쯤만 추억할 수 있게 해도
넌 이미 충분할텐데
그것들을 모두 모아도
매일같이 내 머릿속에서 넌 떠나지 않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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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잔소리가 유난히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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