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죽여주는 여자’ 속 소영은 왜 박카스 할머니가 되었나? : 미군 위안부 여성의 끝나지 않은 고통

<출처 : 영화 '죽여주는 여자'>

“나랑 연애하고 갈래요? 잘 해 드릴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기로 유명한 종로의 탑골공원. 한껏 차려입은 할머니들과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다른 한 편에는 조금은 생소한 모습도 보입니다. 추파를 던지는 할머니 곁을 할아버지들이 훑으며 지나치기도 하고, 할머니들이 먼저 할아버지에 접근하기도 합니다. 소영(윤여정 분)은 홀로 벤치에 앉아 있는, 혹은 혼자 운동을 하는 할아버지들에게 다가가 묻습니다.

“나랑 연애하고 갈래요? 잘 해 드릴게.”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 등장하는 ‘박카스 할머니’의 모습입니다.

<소영은 어떠한 이유로, 박카스 할머니가 된 것일까요?>

박카스와 같은 자양강장제를 권하며, 그와 함께 ‘성매매’도 권하는 여성. 사실 ‘박카스 할머니’는 사회 속에서 그리 환영받는 존재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소영은 박카스 할머니가 된 것일까요? 아니, 왜 박카스 할머니가 될 수밖에 없었던 걸까요. 소영의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 한국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50년부터 53년까지 일어난, 한국전쟁. 전쟁이 우리 사회에 남긴 것은 아주 많습니다. 도시는 파괴되었고, 사람들은 이곳저곳으로 흩어졌습니다. 가족끼리 서로 생사도 확인할 수 없었던 혼란의 시기. ‘전쟁’이란 그런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2016년인 지금, 전쟁이 끝난 지 이제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고, 우리 사회는 전후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도시는 완벽히 복구되었고, 경제도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하였습니다. 말 그대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이죠. 경제면에선 남부러울 것 없을 수준으로 성장한 우리나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쟁이 남긴 상처가 완전히 복구된 것일까요?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그 상처가 남아있습니다. ‘소영’도 그 상처를 이고 살아가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그리고 한국전쟁이 끝난 후에도 수많은 ‘미군’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미군을 상대하는 ‘성매매’ 여성, 즉 ‘미군 위안부’이자 ‘양공주’라고도 불렸던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나라에서는 ‘기지촌’을 만들어 미군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를 관리하였고, 이들을 상대했던 미군 위안부 여성들은 한국 매춘부 사회에서 최하층, 불가촉천민과도 같은 대우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 미군 위안부 중 한 명이, 바로 ‘소영’ 이었던 것이죠.

<사진 : 기지촌에서 미군을 상대해야 했던 미군 위안부 여성들>

사회의 최하층 대우를 받으며 이들은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그들이 당해야만 했던 온갖 종류의 ‘인권유린’입니다. 사회의 최하층으로 여겨지던 이들에게 올바른 대우가 이뤄졌을 리는 만무합니다. 포주들의 일방적인 폭언, 폭행, 그리고 감금을 당해야만 했고, 일부는 미군으로부터도 이러한 심각한 폭력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더 힘들었던 것은 이러한 처우를 고발해도 도와줄 곳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국가는 전쟁 후에도 기지촌 여성들을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여기고 관리했습니다. 미군 위안부들은 매일 상대하는 미군들을 위해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 ‘성병 검사’를 해야 했지만, 정작 정말로 아플 때는 병원에 갈 수 없었습니다. 그녀들을 데리고 있는 포주도, 기지촌을 관리하던 ‘국가’도, 그녀들을 병원에 보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나긴 기지촌 생활이 끝난 후에도 이러한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미 사회로부터 고립된 그녀들의 새로운 삶을 도와줄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다들 사회 속에서 각자의 자리를 잡아야 했지만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녀들은 오랜 세월을 포주와 미군, 그리고 국가의 폭력과 외면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갈 수 있는 곳이라곤 많지 않았습니다. 소영은 그렇게 박카스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일명 ‘죽여주는 여자’로 불리던 소영은 자신의 오랜 고객으로부터 정말로 ‘죽여달라’는 요청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수면제를 먹고 잠든 그의 옆에 함께 누워있는 것으로 그 손님의 요구에 응하게 됩니다. 사실 소영은 그 자리에 있지 않았어도 됩니다. 소영이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수고비’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에게서 자신이 그동안 느껴왔던 쓸쓸함에 대한 동질감을 느껴서 인지도 모릅니다. 결국, 그녀는 이 사건을 이유로 감옥 생활을 하게 되고, 영화는 소영이 교도소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죽여주는 여자’에는 소영 말고도 우리 사회 속의 다른 소수자들도 등장합니다. 소영이 산부인과에 들렀다가 데려온 ‘코피노’ 소년 민호, 소영이 거주하는 다세대 주택에 함께 사는 이웃 트렌스젠더 집주인 티나와 하반신 장애를 가진 피규어 작가 도훈. 이들은 서로의 아픈 마음을 채워주며 살아갑니다.

<사진 : 소영과 코피노 소년 민호>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멀쩡하고, 경제적으로 풍족한 나라 대한민국. 하지만 그 속은 과연 그러한가요? 과연 모두가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요?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아픈 역사로 인해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미군 위안부 여성들은 오랜 시간 고통받아왔던 세월을 보상받기 위해 국가를 상대를 소송을 제기했지만, 여전히 배상은 물론 사과도 받지 못했습니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미군 위안부’ 문제, 그리고 트렌스젠더, 장애인, 코피노 등 우리 사회 속 다양한 소수자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코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오히려 깊숙한 곳에 감춰진 ‘진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 영화 ‘죽여주는 여자’입니다.

-한걸음기자단 3기 조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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