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읽남의 오르되브르] '가려진 시간', 가릴 수 없던 강동원의 소년성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시간'이라는 소재는 아련함이라는 정서를 불러오고는 한다. 과거의 누군가, 미래의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설정은 다른 차원(세계)의 인물을 만난다는 환상적인 이야기다. 이 만남은 새로운 차원의 누군가와 함께하기 위해, 원래의 세계를 버려야 하는 희생을 동반하기도 한다. 혹은 인물들이 결국 자신의 세계에 머무르는 선택을 하면서, 이별로 이야기가 끝나기도 한다.

액션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에서도 시간 여행의 끝엔 이별과 슬픔이 기다리고 있지 않았던가. 타임 리프 이야기의 독특한 멜로적 정서에 대한 애정을 말하고자 쓸데없는 이야기로 글을 지체했다. 하고 싶었던 말은 '가려진 시간'이 개인적인 취향을 저격한, 그런 영화였다는 것인데 말이다.

아이들의 시간에 관하여

멈춰버린 시공간을 표현한 아기자기한 상상력과 영화의 판타지적 톤 앤 매너는 '가려진 시간'을 순수하고 동화적인 만듦새로 완성했다. 만화 '드래곤 볼'에 있었던 '시간과 정신의 방' 같은 공간에 갇힌 아이들. 영화는 그들이 나이를 먹어 성인의 육체를 가졌을 때, 그들을 어른으로 볼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한다. 무엇이 소년을 청년으로, 그리고 어른으로 규정하는 걸까. '가려진 시간'은 아이들에게 무한한 시간을 가지게 하면서, 이를 고민해보게 한다. 우리의 순수의 시대, 소년과 소년의 시간은 언제까지일까.

'가려진 시간'은 아이들의 시선으로 표현된 순수한 감정이 매력적인 영화다. 영화 속 성민(강동원)과 수린(신은수)에게 삶의 필수 요소는 어른의 그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논리와 이성으로 가득 찬 어른의 세계, 편견과 편리가 일상적인 세계에서 나이를 먹은 유사 어른 성민이 바랐던 건 단 하나, "너만 내가 나라는 걸 알아주면 돼"라는 믿음과 확신이다.

어쩌면 모든 아이에게 필요한 건, 진정한 내 편과 내 맘을 이해해주는 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걸 '가려진 시간'은 말한다. 영화 속의 양아버지를 포함해 많은 어른은 그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이를 통해 이 시대, 우리 사회가 아이들의 성적표 외에 얼마나 많은 관심이 있었는가 되묻게 된다.

결국, 강동원이라는 소년

엄태화 감독은 성민 역에 강동원을 캐스팅하기 위해 직접 그를 찾아갔었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본 강동원은 왜 자신에게 성민 역을 제안하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성민은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면서도 갑작스레 어른이 된 어른의 복잡함을 표현하는 게 중요한 역할이다. 이 역은 잘못 표현했을 때, 소아성애처럼 보일 위험이 있고, 수린이라는 소녀와의 교감이 진짜처럼 보여야 했기에 까다로웠다. 2002년에 태어난 이 소녀와 호흡을 맞출 성인 연기자를 찾는 건 제작진에게 큰 과제였을 것이다.

수린과의 호흡을 위해선 연기 외에 배우의 외적 이미지, 즉 인상이 중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이미지는 결국, 얼굴에서 느껴지는 소년성이다. 멋진 배우는 많지만, 소년성을 간직한 성인 배우는 몇 없고, 그 중에서 강동원은 상업 영화에서 최고의 선택지다. 강동원도 자신의 이미지, 여전히 순수한 소년성을 잘 인지하고 영리하게 변형하고 활용 줄 아는 배우이지 않은가. '검은 사제들'의 최부제에겐 앳된 학생의 얼굴이 있었고, '검사외전'의 한치원 역시 사기꾼임에도 천진난만함이 몸에 배어있던 인물이었다.

'가려진 시간'은 웃음기를 쫙 뺀, 진지한 멜로영화다. 그리고 여기서 강동원은 자신이 가진 소년성과 판타지를 더해 극한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유독 많은 클로즈업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그에겐 큰 문제가 아니었다. 나이를 먹은 소년이란 설정도 무리수가 될 수 있었지만, 역시나 그에겐 문제가 아니었다. 무엇이든 그의 얼굴을 만나 아름다운 이미지와 이야기로 완성될 수 있다는 것만 다시 확인할 뿐이다.

[글]문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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