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서의 겨울

거대한 신작을 만난 느낌이다. 이 기묘한 제목의 프랑스 소설은 아무래도 작가가 한국 혼혈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대강의 내용은 참조 1의 링크를 보시라. 다만 뭣보다 얘기하고픈 내용은 두 가지다. 첫째, 문체의 간결함이다. 이건 개인차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내가 아니 에르노나 에마뉘엘 베른하임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에 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약간 결이 좀 다르기는 한데, 사실 뒤라스 소설도 읽어보시면 아실 테지만 결국은 간결함이다. 어떻게 보면, 19세기 자연주의 시절부터 내려온 프랑스 소설의 전통이랄 수도 있을 테니, 이 간결함을 92년생 작가가 훌륭하게 재현한 것도 놀랍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Suintant lhiver et le poisson, Sokcho attendait. Sokcho ne faisait quattendre. Les touristes, les bateaux, les hommes, le retour du printemps. 스며드는 겨울과 물고기, 속초는 기다렸다. 속초는 기다리는 것 밖에 없다. 여행객, 어선, 사내들, 봄의 복귀. Entre ses doigts, le crayon cherchait son chemin, avançait, reculait, hésitait, reprenait son investigation. 손가락 사이로, 연필은 자기 길을 찾고, 나아가며, 물러서고, 주저하며 다시 또 자신의 탐구를 시작했었다. 둘째, 내용이다. 이 소설은 단편이며 등장인물도 많지 않고 플롯도 간단하다. 민박집에서 일하는 (혼혈) 주인공과 어머니, 장기 투숙한 프랑스 중년 만화가의 이야기이며, 원래 도망갔던 주인공의 아버지의 잔영과 오징어 순대, 그리고 복어와 크로키의 상징이 어지러이 나타난다. 이 소설을 손님에게 연정을 결국 느끼는 주인공으로 봐도 그리 나쁘지는 않겠다만, 계속 한국 음식을 거절하는 만화가의 모습에서 보듯(그는 끝까지 거절한다), 날씨와 분위기만으로 사랑을 보여주는 소설이 아니다. 모든 소설이 결국은 사랑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사랑으로 치장한 이 소설은 그 범위를 벗어난다. 이를테면 나와 너의 이야기로 파고들 수도 있고, 나라 대 나라의 이야기로 확장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ESD(엘리자 수아 뒤사팡)의 다음 소설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수학도 공부했다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참조 2). ----------

참조 1. 외국 작가가 본 속초와 거제, 쓸쓸하거나 수다스럽거나: http://book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1/28/2016112800303.html 2. Elisa Shua Dusapin - Hiver à Sokcho : https://youtu.be/6xoNfxVd5C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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