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신을 둘로 쪼개, 반은 러시아에 묻어라”… 모리 시게키의 유언과 ‘외교 왕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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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베, 러시아의 푸틴, 중국의 시진핑. 한반도 주변에 포진한 ‘마초’ 정상들이다. ▲이들이 동북아에서 한국을 따돌리고 외교, 경제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한국은 외교 왕따”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 중국 러시아 3개국과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를 되짚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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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20일, 일본 도쿄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2013년 2월 취임한 박 대통령은 중국 방문은 몇 차례 한 적은 있지만, 일본은 한 차례도 찾은 적이 없다.

한중일 정상회담이 처음 개최된 건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8년이다. 이후 한국, 일본, 중국 3국은 돌아가면서 회담을 개최해 왔다. 하지만 한일, 중일 관계가 악화됐던 2013년과 2014년엔 열리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3년반 만에 서울에서 재개됐다.

①일본과의 관계: 줄곧 불협화음… 막판 정상회담도 불발?

현재로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회담에 참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탄핵 소추안이 9일 국회에서 가결되고, 직무정지가 현실화되면 외교 수장으로서의 역할이 당분간 정지되기 때문이다. 가결이 되지 않더라도 “이 판국에 출국을 하느냐”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타로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 11월 19~22일 페루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 박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상이 APEC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건, 1993년 이 회의가 열린 이후 처음이다. 국내 언론은 11월 22일 각국 정상들과 나란히 포즈를 취한 황 총리의 사진을 1면에 일제히 실었다.

사진 속 황 총리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표정은 어색했다. 황 총리가 각국 주요 정상과의 양자회담을 한 차례도 갖지 못하자 “정상외교에 차질을 빚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따라서 이번 한중일 정상회담 상황도 다르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말 그대로 3개국 정상들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황 총리가 참석하기에는 급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개최 당사국인 일본은 ‘회담이 정상적으로 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1월 29일 “한중일 정상회담이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인(최순실씨)에 의한 국정개입 사건을 둘러싸고, 한국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이 신문에 “박 대통령이 일본에 올 수 있을지 예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할 경우, 비난의 화살은 고스란히 한국으로 날아올 수 밖에 없다. “동북아 외교에서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일본의 아베 총리와 줄곧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가 서로의 발목을 잡았던 것. 이로 인해 다른 정상회담에 참석한 두 사람이 서로 외면하는 모습이 종종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만남이 사실상 힘들어지면서, 두 나라의 정상외교는 제대로 매듭을 짓지 못하고 막을 내리게 됐다.

②중국과의 관계: 밀월 외교→ 사드 문제로 흐름 바뀌어

중국과의 외교에도 공백이 우려된다. 박 대통령은 임기 초반부터 시진핑 주석과 밀월 관계를 유지했다. 취임 4개월 만인 2013년 6월, 중국을 방문한 것이 단적인 예다.

박 대통령은 당시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에 있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방문하면서 시진핑 주석에게 “의거 현장을 보다 잘 알아볼 수 있도록 표지석을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국 측은 이듬해인 2014년 1월 19일 기념관을 확대, 개조해 이에 답했다.

두 정상의 관계는 2015년 9월 3일 열린 중국의 ‘항일전쟁승리 기념일’ 때도 드러났다. 미국과 일본 측에서 주중 대사가 참석한 것과 대조적으로, 박 대통령은 직접 행사에 참석했다. 이른바 ‘텐안먼 망루 외교’다.

시진핑 주석은 행사 퍼레이드에서 자신의 오른쪽에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박 대통령을 나란히 세워 예우했다.

두 사람의 우호관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매년 생일에 친필 축하 서한을 교환할 정도로 친분을 쌓았다. 하지만 올해 7월 이후 밀월의 흐름은 바뀌었다.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하면서 관계가 급속하게 냉랭해진 것이다.

그런 분위기는 박 대통령이 9월 5일 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항저우를 방문했을 때, 고스란히 나타났다.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사드 문제를 적절하게 다루지 않으면 지역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중국 당국이 한국을 방문하는 요우커(관광객) 규모축소를 지시했고, 금한령(禁韓令:한류 금지령)을 통해 한국 드라마 방영과 한국 연예인의 광고 출연을 금지시키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드 보복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왔다. 사드 부지를 제공할 예정인 롯데그룹에 대해, 중국 정부가 중국 현지법인에 대해 세무조사까지 벌이는 등, 한국 기업 옥죄기가 본격화 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과의 밀월관계가 끝난 배경엔 “한일군사비밀보호 협정 체결도 적잖이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한미일 공조 쪽으로 박근혜 정부가 방향을 튼 것에 대한 중국 측의 반발이라는 것이다.

③러시아와의 관계: ‘유라시아 철도’ 못 살리고 일본에 뒤통수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1년 8개월 뒤인 2013년 10월 18일, 러시아와 새로운 관계를 모색한다는 차원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라는 구상을 제시했다. “한반도를 관통해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되는 철도, 도로망을 구축한다”는 것이 이 구상의 핵심이었다.

당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두고 “1년 후인 2013년 11월 푸틴 대통령 방한에 맞춰 전격적으로 제안된 측면도 없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현재, 이 구상은 여전히 ‘그림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온 건 올해 10월 3일이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러시아 정부가 시베리아 철도를 연장해, 일본 홋카이도까지 연결하는 대륙횡단 철도 건설을 일본 정부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것이 현실화되면, 일본으로부터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경유해 유럽 육로까지 연결되는 새로운 루트를 구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며 “푸틴 대통령도 ‘시베리아 철도를 일본의 화물로 꽉 채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 철도 구상에서 한반도가 소외됐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구상은 박근혜 대통령이 먼저 했는데, 푸틴 대통령이 정작 손을 잡은 건 일본이 되는 셈이다.

푸틴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밀월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서로에 대한 호칭이다. 일본의 시사잡지 뉴스포스트세븐은 10월 3일, 아베 총리가 9월 3일 동방경제포럼(EEF) 참석을 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방문했던 일을 소개했다. 이 매체는 “이날(9월 3일) 연설장에서는 흥미로운 풍경이 있었다”며 이렇게 보도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대표단이 늘어선 가운데, 연설을 하기 위해 아베 총리가 일어났다. 아베 총리는 푸틴 대통령을 향해 ‘블라디미르’라며 퍼스트네임으로 그를 불렀다.”

아베 총리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친근감의 표시로, 성을 빼고 이름으로 호칭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 역시 아베 총리를 향해 ‘신조’라고 이름을 부르며 화답했다고 한다.

일본과 러시아의 밀월 관계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리 총리는 아베 총리의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의 후계자로 불렸던 인물이다. 일본 총리와 자민당 총재 자리를 눈앞에 뒀던 아베 신타로는 1991년 5월, 암으로 사망했다. 그는 후계자였던 모리에게 “아들(아베)의 장래를 부탁한다”는 유언을 남겼다.

모리 총리는 2000년 총리직에 올랐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1년 첫 해외 방문지로 러시아를 택했다.

시베리아에 있는 부친의 묘소를 참배하기 위한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모리 총리의 아버지인 모리 시게키는 ‘일‧소 우호협회’를 결성했다. 그는 1989년 세상을 떠나면서 “유해의 절반을 러시아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이로 인해 시게키씨의 시신 절반이 러시아에 매장됐다.

마이니치신문은 올해 9월 3일, 모리 전 총리의 부친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멘트를 전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푸틴 대통령과 함께 동방경제포럼 행사에 참석 중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포럼에서 “모리 전 총리의 부친인 모리 시게키(森茂喜)는 세계 2차 대전에 참전해 러시아에서 포로가 됐지만, 전후 러시아와의 우호 관계를 구축했던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푸틴은 “유해의 절반을 러시아에 묻어 달라”는 모리 시게키의 유언을 소개하면서 “2001년 나도 모리 총리와 함께 (모리 시게키의) 묘소를 참배했었다”고 했다.

일본과의 그런 인연을 강조한 푸틴 대통령은 12월 15일, 아베 총리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푸틴 대통령 방문에 맞춰 일본은 막대한 규모의 선물 보따리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니치신문은 5일 “일본과 러시아 정부가 경제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1000억엔(약 1조 282억원) 규모의 투자기금을 창설하는 방침을 굳혔다”(日露両政府は4日、対ロシア経済協力を推進するため、1000億円規模の基金を創設する方針を固めた)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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