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에게 무조건 매달 30만원”… 직업능력개발원 ‘기본소득’ 본격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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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 산하 연구소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12일 “국민 모두에게 조건 없이 월 30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공공기관이 기본소득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돈. 기본소득에 필요한 예산은 180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직업능력개발원은 “세금을 더 거둬서 재원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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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일정액을 주자는 ‘기본소득’ 개념을 국책 연구소가 제안했다. 이 제도는 국내에서 지난 4월 20대 총선 때 녹색당과 노동당이 공약으로 꺼낸 것으로, 공공기관이 기본소득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무총리 산하 연구소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12일 “국민 모두에게 월 3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노동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우리나라 인구를 5000만명으로 보고, 국민 모두에게 1인당 월 30만원을 주려면 연 180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올해 정부 총예산(약 387조원)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세금 더 거둬서 180조원 예산 마련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한다는 것일까.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가계 소득(2018년 추산 1100조원)에 10%의 ‘시민세(별도의 소득세)’를 부과해 약 110조원 △토지 보유자의 토지가치(2015년 기준 4830조원)에 0.6%의 ‘토지세’를 부과해 약 30조원 △탄소세와 원자력안전세 등 ‘환경세’로 약 30조원을 채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방법은 또 있다고 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정원호 선임연구위원은 13일 팩트올에 “기본소득을 시행하면 기초연금 등 조세로 부담하는 사회복지는 더 이상 필요 없기 때문에, 여기에 들어갔던 예산 약 10조원을 추가로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이걸 모두 더하면 정확히 180조원이 된다.

스위스에서는 국민 77%가 반대

KB 경영연구소가 올 8월 16일 발표한 ‘기본소득의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기본소득 개념이 처음 등장한 건 16세기다. 이 개념을 발전시킨 건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등 자유주의로 분류되는 경제학자들이다. 인하대 경제학부 장세진 교수는 지난 3월 팩트올과의 인터뷰에서 “프리드먼이 저소득층에 보조금을 줘서 기본소득을 보장하자는 ‘부의 소득세’(NIT: Negative Income Tax)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는 유럽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핀란드와 네덜란드는 며칠 후면 다가올 2017년부터 기본소득을 시범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스위스는 지난 6월 5일 기본소득 도입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매달 2500프랑(약 280만원)을 모든 성인에게 주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민의 76.9%가 반대해 부결됐다. 이를 놓고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이번에 제안한 ‘한국형 기본소득’은 아직 연구 단계에 있다. 그 기본 틀을 짠 한신대 경제학과 강남훈 교수는 13일 팩트올에 “우리나라의 소득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소득 양극화가 사회 양극화로 확대되기 전에 기본소득을 도입해 문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 양극화 극심… 기본소득제 도입해야”

강 교수는 이 외에 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로 △실질적 자유를 모두에게 보장 △환경세와 토지세 도입을 통한 환경과 부동산 문제의 해결 △토지나 천연자원 등 인류의 공용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배분 △복지 확대 등을 들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정원호 연구위원은 “올 3월 이세돌을 이긴 인공지능 알파고의 등장이 기본소득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면 복지의 필요성이 커지고, 이것이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앞당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경제포럼인 ‘다보스포럼’은 지난 1월 “인공지능으로 인해 향후 5년 동안 전 세계에서 71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세저항 상당할 것” ↔ “점차 줄어들 것” 예상 엇갈려

기본소득을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이승용 사회정책팀장은 13일 팩트올에 “기본소득은 결국 세금을 올려 실직자를 도와주자는 것”이라며 “인공지능의 개발 등 기술이 빨리 변화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더 시급한 점은, 시대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근로자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용 팀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세금과 사회보장 부담금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5%가 넘는다”면서 “이렇게 조세 부담이 큰 상황에서 증세를 한다면 조세저항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한신대 강남훈 교수는 “조세저항은 당연히 예상한 부분”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가상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한국형 기본소득을 시행했을 때 순수하게 혜택을 보는 가구가 전체 가구의 82%에 달했다”면서 “나머지 18%는 당연히 기본소득에 반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세금부담이 큰 상류층이다. 강 교수는 그러나 “순 혜택 가구가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 알려지면 조세저항은 서서히 줄어들 것”이라며 “상류층을 잘 설득해 조세를 일종의 ‘기부’라고 인식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근로의욕 감소” ↔ “오히려 시장 활성화” 시각 교차

인하대 경제학부 장세진 교수는 13일 팩트올에 “기본소득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이견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기본소득에 대해 일각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조건 없이 돈을 받으면 근로의욕을 상실해 노동 공급이 줄어든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실제로는 노동 공급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가 일정 소득을 보장해주면 노동 시장에서 떠나는 사람들이 생길 것입니다. 그리고 시를 쓰든지, 노래를 하든지, 또는 봉사활동을 할 수도 있겠죠. 이는 노동 공급의 감소가 아닙니다. 노동의 유형이 바뀐 것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게다가 기본소득을 믿고 벤처사업에 도전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노동시장이 활성화돼 경제가 더 살아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자유경제원 최중노 부원장은 13일 “시를 쓰거나 노래하는 것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취미활동에 불과하다”며 “기본소득은 시장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기본소득과 같은 보편적 복지는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기 마련”이라고 했다. 최 부원장은 “기본소득은 정치적으로는 인기 영합주의, 경제적으로는 평등주의를 넘어 획일주의에 가깝다”면서 “북유럽에서도 뚜렷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기본소득을 우리나라에 도입하겠다는 것은 뜬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스위스 “기본소득 보장되면 일 그만두겠다” 2%

지난 6월 기본소득 제도를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한 스위스 국민들 생각은 어떨까? 스위스 여론조사기관 데모스코프(DemoSCOPE)에 따르면, 기본소득이 도입됐을 때 ‘일을 완전히 그만 두겠다’고 한 사람은 응답자 1076명 가운데 2%(22명)에 불과했다. 8%(86명)는 ‘일을 그만 두는 편이 낫겠다’고 답했다.

기자들과 후원자들이 만든 비영리 언론입니다. 최대한 객관적이며 가치 중립적인 보도를 지향하기 위해 이름을 ‘팩트올’로 정했습니다. 팩트체크와 탐사보도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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