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동아리같은 스타트업? 그러다 망해요”

패션 O2O 플랫폼 ‘브리치’의 이진욱 대표, 변재영 팀장 인터뷰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자유로운 분위기에 가족 같은 조직문화를 떠올리기 쉽다. 소수의 구성원이 함께하는 초기 단계 기업이다 보니 위계질서가 엄격한 대기업보단 자율적이고 편안한 문화에서 근무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조직문화가 스타트업 성장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편안함이 자칫 방종이나 무질서로 흘러가다 보면 사업의 추진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 패션 O2O(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 ‘브리치’(brich)의 이진욱(35∙사진) 대표 역시 “가족 같은 분위기만으론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스타트업 조직은 스포츠팀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 대표를 최근 서울 신사동 브리치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진욱 브리치 대표)

‘브리치는 오프라인 패션숍의 상품 정보를 온라인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검색∙구매할 수 있는 패션 O2O 플랫폼으로, 매장과 PC, 모바일 등 여러 쇼핑 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옴니 채널’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압구정, 삼청동, 홍대 등 ‘패션 거리’의 소규모 상점 400여곳이 제휴 대상이다.

지마켓을 거쳐 위메프 패션뷰티 사업부장으로 있던 이 대표가 창업에 뛰어든 것은 2014년 10월. 당시 함께 일하던 동료들과 오랜 지인들이 창업 멤버로 동참했는데, 18년 지기 변재영(사진∙34) 팀장도 그중 한 명이다.

(이진욱 대표(좌)와 변재영 팀장(우))

- 어떻게 창업 멤버로 동참하게 됐나요.

변 팀장: 이 대표와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까운 친구로 지내왔어요. 대학을 졸업한 뒤 저는 이태원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해왔는데, 친한 친구가 마침 패션숍을 온라인화하는 사업을 시작한다니까 관심이 생겨 함께 하게 됐어요.

이 대표: 저는 대기업 생활만 해봤으니 오프라인 숍에 대한 이해도는 상대적으로 부족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직접 매장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변 팀장을 창업 동지로 영입하기로 마음먹었죠.

고등학교 시절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단짝이었다는 이 대표와 변 팀장. 하지만 인터뷰 내내 이들은 조직의 상사를 대하듯 서로에게 깍듯한 존칭을 사용했다.

- 서로 존칭을 사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 대표: 원래는 친구였지만 같이 사업을 하면서 존댓말을 쓰게 됐어요. 저는 원래 철저하게 공과 사를 지키는 편이라 회사일을 할 때만큼은 존칭을 사용하려고 해요.

변 팀장: 브리치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들이 함께한 조직이지만 절대 가족 같은 분위기의 회사는 아니에요. 오히려 스포츠팀에 가깝죠.

- ‘스포츠팀 같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요.

변 팀장: 각 구성원이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뛰어줘야만 사업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 역할이 정해진 스포츠팀처럼 말이죠. 골키퍼 역할을 맡은 사람이 골문을 잘 지켜줘야 공격수도 안심하고 과감하게 반대 진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야만 좋은 성적을 내는 팀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이 대표: 치열하게 자신의 분야에서 자기 몫을 해줘야 팀워크가 가능하다고 봐요. 저는 ‘프로페셔널하다’는 말을 참 좋아하는데, 내가 맡은 분야에서 절대 지지않으려는 정신을 가진 사람이 프로페셔널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스포츠팀처럼 효율적으로 움직여줘야 스타트업도 성공할 수 있어요.

- 가족 같은 분위기로는 성공할 수 없나요.

이 대표: 가족이나 동아리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물론 사내 분위기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죠. 저희도 그런 부분은 신경 쓰고 있어요. 하지만 사업에서 아이디어나 기술, 팀워크보다 중요한 것이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요. 가족이나 동아리 같은 조직에선 자칫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 있거든요. 탁상공론 하지않고 적절한 타이밍에 빠른 실행을 하기 위해선 업무 분담이나 책임소재, 의사결정권을 정확하게 분담해놓는 게 맞다고 봐요. 가족, 동아리, 사업체 셋 모두 ‘구성원의 행복’이 핵심인 조직이지만, 사업체는 어디까지나 ‘돈’을 벌어야만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곳이거든요. 그점을 잊지 말아야 하죠.

직장인 인맥관리 서비스 ‘링크드인’으로 성공을 거둔 실리콘밸리의 창업가 리드 호프먼은 “회사를 가족처럼 운영해서는 안 된다”며 “스포츠팀처럼 움직이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감독이 지시를 내리면 각 선수가 자신의 포지션에서 제 역할을 수행하듯 각 구성원이 대표를 따라 자신의 업무를 수행해줄 수 있어야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 기업문화 연구로 유명한 스에마쓰 지히로 일본 교토대 교수 역시 “실리콘밸리식 ‘보텀업’(상향식) 조직문화는 지지부진한 의사결정과정 때문이 오히려 사업을 망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조직이 스포츠팀처럼 움직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요.

변 팀장: 실질적으로 성과를 눈에 보여주는 게 큰 자극이 되는 것 같아요. 내가 노력하는 만큼 조직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구성원 사이에 자주 공유하면서 서로 뿌듯함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이 대표: 비전을 잘 제시해줘야 해요. 우리의 경우 이 비전을 매우 작은 단위로 쪼개서 보여주고 있어요. 아주 작은 목표로 세분화한 다음 하나를 달성하고 나면 달성에 대한 보상을 주고, 실패하고 나면 왜 실패했는지 다시 고민하면서 스트레스도 받고. 그런 방식으로 짧게 짧게 목표를 해치워나가면서 조직도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스타트업 조직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하고 신속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성공기업이 가족같이 수평적인 문화를 자랑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이들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업무수행을 위한 엄격한 조직체계도 갖추고 있다. 그 덕분에 ‘유니콘’(기업가치평가액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을 뛰어넘어 ‘글로벌 공룡’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이 대표는 “스포츠팀이 성장하려면 최대한 많은 경기를 직접 뛰어보는 게 핵심”이라며 “매일매일 하나의 경기를 치른다는 생각으로 작은 목표들을 해치워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브리치 대표로서의 꿈은 무엇인가요.

이 대표: 사실 저는 많은 혜택을 받고 사업을 시작한 케이스에요. 대기업에서 경험을 쌓아서 관련 분야에 창업을 했고, 과거의 동료들이 함께 동참해줬으니까요. 저는 저 같은 사례를 많이 만들고 싶어요. 좋은 조직에서 일을 잘 배워서 새롭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게 장기적인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브리치에 있는 구성원들이 제대로 일을 배우고 좋은 추억을 쌓은 뒤 다시 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는 것, 그게 제 목표에요.

/기사∙인포그래픽=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사진∙영상 촬영 및 편집= 비즈업 백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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