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Dutch

소비자 상대하는 업체가 아니라서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최근 반도체 장비 업체로서 세계 2위와 3위가 합병을 하기로 했다. 미국의 Applied Materials가 일본의 도쿄 엘렉토론을 합병한 것이다. 둘이 합병하면 1위가 될 수 있다. (여담이지만 주요 반도체 장비 회사 중에 한국 회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남이 만들어 놓은 기반에 잽싸게 질 좋은 물건을 야근 해가며 만들어서 싸게 파는 것이 우리나라의 이른바 "기술"이다.) 문제는 아직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이 합병 회사가 본사를 미국이나 일본이 아니라, 네덜란드로 옮긴다는 데에 있다. 바로 이 사실을 두고 미국의 법인세 제도를 비판하는 기사가 링크를 공유한 WSJ 기사이다. 하필이면 왜 네덜란드일까? 신문에 나오지는 않지만 세계 1위의 반도체 장비 업체는 네덜란드의 ASML이다. 필립스가 투자한 회사로 출발했으며, 꽃하고 치즈 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 네덜란드가 실제로는 첨단기술 국가임을 단단히 알려주고 있다고 봐도 된다. 그만큼 대표적이라는 얘기. 바로 그 홈구장을 치러 간다는(독일 차들이 현대/기아의 본진을 치러 한국에서 공세를 펼치는 것과 유사하겠다) 얘기도 되겠고, 현지의 우수한 인력을 빼가려는 속셈도 보인다. 잠깐. 현지의 우수한 인력이라면 미국 실리콘밸리에 더 많지 않을까? Applied Materials의 본사도 실리콘밸리에 있고, 도쿄 엘렉토론 또한 실리콘밸리에 지사/연구소가 있다. (삼성은 문 연지 얼마 안 됐다. 이공계 박사들의 일자리를 빼앗긴 셈.) 그런데 어째서 네덜란드인가? 여기서 애플 얘기를 또 안 할 수 없는데, 조세회피 기법 중, 80년대(!!) 말 즈음에 애플에서 퍼뜨린 기법이 있다(애플이 최초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Double irish and dutch sandwich"이다. 쉽게 말해서 아일랜드에 회사를 두 개 세우고, 중간에 네덜란드를 끼워 넣어서 송금을 하게 하면 결국 세금을 안 내게 할 수 있다. 그 중심지가 바로 네덜란드이다. 신문 기사에서는 네덜란드의 법인세 얘기만 했는데, 어차피 미국과 일본에도 기업이 있다면 네덜란드에 본사를 세워서 떳떳하게 조세 회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미국의 법인세는 연방/주 합쳐서 39.1%, 일본은 37%. 주거니 받거니 둘 다 OECD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3단계별로 다르기는 한데 소득이 200억 넘는 경우 22%이다. 대단히 낮은 수준. 그런데 왜 기업이 안 들어오느냐!?고 물으면 그건 다른 주제이다.) 따라서 새로이 합병한 회사는 미국을 떠나는 편이 낫다는 얘기. 네덜란드는? 두둥... 17%라고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다. 네덜란드만큼 법인세를 인하할 경우 기업들이 과연 들어오거나/투자를 할까? 네덜란드의 경우 공공부채율은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네덜란드의 재정관리 기법도 배워야 하잖을까? 동양에서의 모델이라면 싱가포르를 들 수 있는데, 싱가포르도 네덜란드와 마찬가지로 17% 정도다. 그리고 싱가포르로 또 기업들이 많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싱가포르의 공공부채는 GDP의 100%가 훨씬 넘는, 그러니까 부실국가라 할 수 있다. (응? 일반적인 개념과 다른데?) 자, 그렇다면 단순히 법인세 문제가 아니며 모든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얘기. 사실 네덜란드도 부동산 거품때문에 문제가 많은 나라이다. 그런데도 기업이 간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살 텐데, 그 방법을 단순/간단하게 말할 수가 없다는 점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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