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연의 속 손책의 임종 장면에서 손책은 동생 손권을
불러 유언을 남기며 이런 말을 한다...
"밖의 일(군사, 외교)은 공근(주유)에게 묻고...
안의 일(내정, 정치)은 자포(장소)에게 묻거라.."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나이차도 큰 터라 실상 손권이
부친처럼 의지하고 따르던.. 당시의 어린 손권으로서는
넘사벽이던 형의 유언.
손권은 그 후 형의 유조대로 살고자 애쓰고 노력했지만
그런 손권의 인내심의 리미트를 간당간당하게 했던
"장소"
이 칼럼이 일단 아직 그리 많은 인물들을 다룬 것은
아니긴 하지만, 어쨌건 앞서 다룬 이들에 비해서
기록이 의외로 많이 남아있지 않은 인물이다.
그러니 오늘은 평소보다 분량이 좀 짧을지도...ㅎ
서주의 팽성
출신으로, 황건적의 난을 피해 강남지역으로 뒤늦은
이주를 했고 주유나 노숙같은 오의 주요대신들처럼
기존부터 강남지역의 호족세력은 아니였다.
그러나 워낙 학식이 깊고 대쪽같은 성품과
밝은 혜안 덕에 일대에서는 이름난 명사였고
그 소문을 들은 주유가 손책에게 천거하여
손책이 초빙하며 손가와 장소의 인연은 시작된다.
손책은 워낙에 장소를 믿었고 좋아했으며
군사와 외교는 주유와 의논하며 자신이 직접
챙겼지만, 내정과 행정관련 안살림은 일체
장소에게 일임하여 맡길말큼 신뢰했다.
연의에 나오는 손권에게 남긴 손책의 유언도...
사실 그건 나관중이 각색한 것이고
실제로는 유비가 제갈량에게 그러하듯,
장소에게 손권을 최대한 돕되, 아니다 싶으면
이 세력을 이끌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한편으로는 당시 손책 세력의 부동의 2인자는
손책과 의형제요, 그날의 손책이 있기까지
가장 많은 공적 세운 주유였음에도 주유가 아닌
장소에게 여차하면 자신을 갈음하라는 유언
남긴 이유가... 설령 손권이 얼빵한들 장소는 결코
그런 손권을 제끼고 자기가 대빵노릇을 하진
않을 거라는 손책의 계산에서 비롯된 일종의
장소에 대한 신뢰를 보임으로서 더욱 손권을 잘
보필하게끔 유도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일단 당시로도 손권이 그만큼 모자르지도 않았음)
만약 저 소리를 주유에게 했다면....
역시 주유 또한 손가에 대한 충성이 대단하긴
했음에도 혹시 또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만큼
주유는 워낙에 야망과 능력과 배경 및 그 명망이
굉장했던 사람이였다.
여담으로, 이미 고향에서도 학자로 명성이
자자하던터라 당시 서주자사였던 도겸이
스카웃제의를 하였으나 거절하자...
무시당한 도겸에게 하옥되어 잠시 수감생활을
했던 적이 있으나 장소의 절친 중 한 명의
노력 덕에 간신히 풀려난 일이 있었다.
아무튼 손책 사후, 다음 보스가 된 어린 손권과
그 손권의 후견역할을 맡게 된 한결 책임감 무거워진
장소...
그냥 삼국지연의만 읽으셨거나 게임만 해보셨을
분들은 상상도 못 할 이 둘의 악연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ㅋㅋㅋㅋ
손권은 상당히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이며 밝고
놀기 좋아하는데다 특히 술을 굉장히 좋아하던
사람이였어서 뛰어난 재능과 능력으로 형의 뒤를
이어 국정운영도 잘 하긴 했지만 유난히 술자리를
자주 가졌고 적벽대전 이후 기세도 오르고 본인의
나이도 차고 나서는 문무대신들에게 짖궂은
농담이나 장난도 정말 잘 쳤다.
(자세한 내용은 후에 손권편에서 다룰 예정!)
그런데...
그럴 때마다 손권을 똑바로 쳐다보며 독한
직설로 손권을 나무라고 훈계하던 게 장소였다.
살짝 난봉꾼에 망나니 기질 있던 손권조차도
감히 함부로 못했던 이들이 몇 있었는데 그 중,
대표적 인물들이 주유와 장소였다.
주유는 하늘같은 형과 의형제고 어려서부터
먼치킨스러움을 곁에서 보고 들었기에 그렇고
장소는 자신의 부친과 동갑에, 형에게 자신을
부탁받은걸 빌미로 작정하고 손권을 갈궜기에
여간 어려운게 아니였다.
그나마 주유는 성격이 시원시원 쿨한데다
주로 전방 요충지를 맡아 나가있던터라 딱히
손권과 조우할 일이 없었으나 장소는 아니였다.
장소 몰래 연회를 갖기도 했으나 손권 주위에
쁘락치를 심어놓고 첩보를 입수한 장소는 그곳이
어디던 나타나 흥을 깨고 부하들 다 보는 앞에서
손권도 깼다.
아무리 형의 유언이라지만 손권도 사람인지라..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내면 속 빡침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슬슬 장소의 말에 반박을 시도했다.
그렇게 시간이 가자,
오의 조회나 회의시간은 손권 VS 장소의 언쟁시간이
되기 시작했고 다혈질이던 손권은 연륜과 갑스러운
멘탈로 무장하여, 주군인 자신인데도 한 마디도
안지고 꼬장꼬장 일일히 반박 + 지적질 + 훈계 +
잔소리를 쏟아내는 장소에게 분개하기에 이른다.
어느 날은 손권이 평소같이 장소와 다이를 뜨던 중
참지 못하고 칼을 꺼내 장소의 목을 겨눈 후,
한 마디만 더 입 열면 이 자리에서 목을 친다고
협박을 했고, 장소는 그 자리에서 무릎 꿇고 울며,
'신도 이러길 원치 않으나 선주(손책)의 당부가
떠올라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T-T'라 하였고...
장소가 죽은 형 이야기를 끌어대자 손권은 그냥
칼을 거두고 gg....
이렇듯, 손권을 스트레스의 도가니로 밀어넣던
장소의 입지가 박살이 나는 계기가 생기게 되니
"적벽대전"
당시 장소는 조조에게 항복하자는 주장하며
같은 의견이던 무리들의 수장 격이였는데,
결국 적벽대전에서 손권 & 유비 연합군이 승리
거두며 장소는 그대로 손권에게 깨갱이가 된다.
그 후로도 장소가 잔소리를 않은 것은 아니나
그때마다 손권이
'허허.. 경의 말대로만 했다면 지금쯤 난 조조의
개가 되었을테지요....ㅎㅎ'
하는 식으로 받아쳤고, 천하의 장소도 차마
저 말로 사람 기죽이는 손권의 쉴드를 깰 길이
없었다.
그리고 사실상.....
적벽대전 승전 이후 장소의 정치적 커리어는
끝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였다.
물론, 은퇴하거나 아예 칩거한 것은 아니였으나
적벽대전을 계기로 그 이후부터의 장소의 입지나
영향력은 급격히 줄어들어, 그냥 원로로서의
공경만 받을 뿐 실질적인 정치참여는 불가해졌다.
그냥 삼국지연의만 읽어보면 언뜻, 장소의 반전의견이
이해가 안가긴 한다.
그리도 충신이라며 왜 주군에게 항복을 권한건지...
사실 장소로서는 억울할 일이긴 했다.
결과적으로 어쨌건 손권 & 유비 연합군이 승리하긴
했다만... 사실, 개전직전의 양측 전력차이는
비교불허일만큼 압도적이였다.
더구나 조조는 당시 전국 최강인 원소세력을
무너뜨리고 중원 한가운데에서 결코 녹록치 않은
세력인 유표세력까지 무너뜨린 시점에,
형주의 잘 훈련된 수군까지 손에 넣어...
손권세력의 최대 강점인 양쯔강의 지리적 이점도
상실한 상태였다.
심지어 끝까지 조조에게 항전했던 원소의 아들들은
끝내 죽음을 면치 못한 반면, 일찌감치 항복한
유종과 그 일족들은 목숨을 보전하고 있던 상황에..
손책에게 손권을 신신당부 받은 장소로서는
자신의 주군이 몇몇 객기 앞세운 이들의
부추김에 넘어가, 젊은 혈기로 항전을 택했다가
어렵게 이룩한 기반이 다 작살나고 결국...
손권마저 목숨을 잃을 것이 걱정되어 그리한 것.
당장 여러분들도 여러분들 아버지께서
브록 레스너와 프로레슬링 경기를 치뤄서
이기고 말겠다면...
울아빠는 짱짱맨이니 반드시 이길거얌! 하며
응원할건지, 뜯어 말릴건지..?
이후 거의 아닥하고 지내던 중....
지금의 랴오둥 지방의 군벌이던 공손연이 서찰을
통해 손권 세력에 편입할 의향을 타진해왔으며
장소는 공손연의 속셈을 알 길이 없다고 거절하라
했으나, 손권은 그대로 즈려밟고 씐나서는
공손연에게 사자를 보냈고 빡친 장소는 그대로
병을 핑계로 집에 짱박히고 역시 빡친 손권 역시
다시는 나오지 말라며 장소의 집 대문을 진흙으로
막아버렸다.
변심한 공손연에 의해 두 사자가 죽음 당하자
뻘쭘해진 손권은 장소를 부르나 당연히 장소는
안왔고 장소의 집으로 찾아갔으나 그래도
장소는 나오지 않았다.
화가 치민 손권은 어디 이래도 안나오는지
보자며 장소의 집에 불을 싸질렀고.ㅋㅋㅋ
그래도 장소는 버티던 중 결국 장소의 아들이
들쳐없고 나온다.
놀라운 점은...
아무리 손책의 유지가 있었다고는 하나,
연의와 달리 마냥 온화하지도 않았고
나름 성깔 있던 손권의 생애에서 저토록이나
손권에게 막장으로 개기고도 끝내 숙청 되지 않고
천수를 누렸다는 것.
보다시피 80세까지 살았는데, 거의 1,800여 년
이후의 지금으로도 오래산 나이인지라 평균수명이
40대 초반이던 시절의 그 나이는 거의 지금으로
치면 160살까지 산 거나 진배없는 상황...
심지어 제갈량이 오장원에서 사망한 시점에도
꾸역꾸역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사료에 남은 오의 인물들 중 "두번째"로 장수했다.
(첫번째는 무려 96세에 사망한 "여대"ㅋㅋ)
이토록 장수를 해서 그런지, 각종 미디어 속
장소는 저렇게 백발의 70대 노인으로 그려지나,
이미지가 저래서 그렇지, 앞서 언급했던대로
손견과 동갑에, 조조보다 1살 어렸고(!?) 불과
유비보다 5살 많았다.
정말 저런 어르신 비쥬얼 당시의 장소는 위에서
말했던대로 적벽대전 이후 실권을 잃고 별 다른
영향력이 없는지도 꽤 지난 시절의 모습인 것이다.
덧붙여 손권과의 또 에피소드가 있는데,
추후 손권이 제위에 오르자 승상직에 숱한 이들이
당연히 장소를 천거했으나 손권은 싫다며 "손소"를
임명.. 그러나 손소가 단명하여 다시 공석된
승상직에 다시 문무대신들이 장소를 추천했고
역시 손권은 또 싫다며 "고옹" 임명..
다행히 고옹은 장수ㅋ
여담이지만 노숙과는 사이가 안좋았다.
서로 무시하고 일단 반대부터 하고 보는 그런 사이.
손책이 믿고 기대던 양대산맥이였으나
주유와도 개인적 왕래의 기록이 없다.
황개와도 한 번 큰 언쟁을 벌인적이 있다.
(뭐 이래 적이 많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