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키워낸 마케팅 핫트렌드, ‘그로스 해킹’

추신: 당신을 사랑합니다. 핫메일에서 무료 이메일 계정을 받으세요. (P.S.: I love you. Get your free e-mail at Hotmail.)


1996년 등장한 최초의 무료 웹 메일 서비스 ‘핫메일’은 서비스 초기 자사 계정을 통해 발송되는 모든 이메일 하단에 이 메시지를 넣었다. 비용이 많이 드는 TV·라디오 광고 대신 이 두 문장으로 회사 홍보를 하기로 결심한 것. 메시지의 효과는 엄청났다. 마침 무료 이메일 계정이 필요했던 수신자들은 이 문구를 보고 앞다퉈 핫메일에 가입했고, 6개월만에 100만명의 신규 가입자가 생겨났다. 단 두 문장을 추가했을 뿐인데 핫메일은 창업 2년만에 기업 가치 4억달러를 달성하며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인수될 수 있었다.


핫메일처럼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큰 효과를 얻는 마케팅 기법을 스타트업계에선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이라 부른다. 미국의 유명 마케터 션 엘리스가 처음 사용한 개념으로, TV나 온라인 배너 광고처럼 돈이 많이 드는 전통적 방법 대신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최소 비용으로 최대 고객을 확보하는 마케팅 전략을 통칭한다. 신규 가입자의 80%가 지인의 추천으로 계정을 만들었다는 데이터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광고 대신 ‘추신’ 문구를 더한 핫메일의 전략도 그로스 해킹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그로스 해킹은 특히 스타트업계에서 ‘차세대 마케팅 기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정된 자원으로 단기간에 빠른 성장을 달성해야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선 마케팅 영역에서도 투입 대비 성과(ROI)를 최적화해야 하는데, 그로스 해킹 전략이 가장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로스 해킹’의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 또한 “쓸 수 있는 예산이나 자원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는 스타트업”에서 그로스 해킹을 시도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버, 스냅챗,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에버노트와 같은 기업들이 광고를 거의 하지 않고도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로스 해킹 덕분. 광고비 없이도 고객을 늘릴 수 있다는 그로스 해킹 전략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유니콘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정리해 보았다.

사용자의 자발적 참여, ‘바이럴 루프’ 마케팅


온라인 저장 서비스업체 ‘드롭박스’는 지난 2012년 ‘스페이스 레이스’란 이벤트를 진행했다. 드롭박스 서비스에 가입할 때 자신의 학교 이메일 주소를 인증하면 포인트를 지급하는 행사로, 학교별 가입자 수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하고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해당 학교의 모든 사용자에게 무료로 저장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당시 기존 사용자들은 무료 공간을 받기 위해 학교 지인들에게 서비스 가입을 독려했는데, 이 덕분에 드롭박스는 이벤트 하나로 200만명의 신규 가입자를 얻을 수 있었다.


드롭박스는 사용자가 자사 서비스를 알게 되는 경로가 대부분 지인이라는 점에 주목, 친구 추천으로 가입하면 두 사람 모두에게 무료 저장 공간을 주는 추천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기존·신규 가입자 양쪽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고객이 자발적으로 홍보 활동을 펼치도록 유도한 것. 이런 마케팅 방식을 ‘바이럴 루프’(viral loop)라 부르는데, 기존 사용자들의 입(viral)을 통해 기업 홍보가 고리(loop)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연결돼 신규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드롭박스 창업자 드루 휴스턴은 “이 프로그램 하나로 회원 가입률을 60% 증가시켰다”고 밝혔다.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도 친구를 초대하면 100달러짜리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해 사업 초기 사용자를 기하급수적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 대다수 스마트폰 게임에서 모바일 메신저로 초대 문자를 보내면 사용자에게 특별 아이템을 제공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리스트 조쉬 엘만은 바이럴 루프 성공 요인에 대해 “기존 사용자가 새로운 사람을 초대하거나 서비스를 공유하도록 즉각적으로 유인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라 설명했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는 어느날 가입자들이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자신의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공유하기 위해 비공개 소스코드(프로그램)까지 찾아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유튜브는 이 과정을 쉽게 만들어 영상이 많이 공유될수록 서비스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 드래그(끌기)의 번거로움도 없이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영상을 퍼나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덕분에 사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곳 어디든 편리하게 영상을 공유할 수 있었고 유튜브의 충성 고객이 됐다.


고객 니즈 있다면 비즈니스 모델 전환도


사용자 필요에 맞춰 시스템을 개편한 유투브의 사례처럼 그로스 해킹은 마케팅 방식뿐 아니라 회사 운영, 시스템, 판매·유통 등 사업 전반의 변화를 가져오는 전략이다. 미국의 액셀러레이터 ‘부트스트랩랩스’의 벤 레비 대표는 “그로스 해킹은 단순한 마케팅 도구가 아니라 마음가짐의 문제”라면서 마케팅부터 개발, 운영 등 회사 전 부서가 그로스 해킹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존 사용자가 자사의 제품·서비스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분석하고 필요하다면 비즈니스 모델까지 바꿀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그로스 해킹이라는 것.


사진 공유 SNS 서비스 ‘인스타그램’은 사용자 니즈에 따라 사업 아이템을 피봇(비즈니스 모델 전환)한 대표적 사례다. 인스타그램의 전신인 ‘버븐’은 자신의 위치를 친구들과 공유하는 위치 공유 SNS로, 사진을 올리는 기능은 부가 기능 중 하나였다. 서비스를 출시한 뒤 버븐은 사용자들이 현재 위치를 공유하기 보다는 그 위치에서 촬영한 사진을 더 많이 올리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공동창업자들은 피봇을 결심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인스타그램이다. 인스타그램은 출시 일주일 만에 10만명이 가입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창업 18개월 뒤 공동창업자들은 페이스북에서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를 받고 회사를 매각했다.


인스타그램의 빠른 성공은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통해 ‘회사가 원하는 서비스’가 아닌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데이터에 기반해 고객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게 사업을 바꾼 덕에 ‘유니콘’이 될 수 있었던 것.


그로스 해킹에 정답은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시장이 원하는 것’이 선행돼야 그로스 해킹에 성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와이콤비네이터의 공동창업자 제시카 리빙스턴은 “스타트업의 첫 번째 목표는 고객 모두가 사용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좋은 제품·서비스가 만들어져 있어야 효과적인 그로스 해킹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유명 그로스 해커 아론 긴 역시 “최고의 그로스 해커라도 안 팔릴 제품을 성장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마케팅할 만큼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덧붙였다.


/기사∙인포그래픽=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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