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고, 책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의 선택”… 1인출판사 ‘유유’ 조성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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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가 서점(인터넷 서점 포함)에 책을 공급할 때는 통상 책값의 60% 정도를 받는다. 100원짜리 책을 60원에 파는 셈이다. ▲이걸 공급률이라고 하는데, 어린이 서적은 이 공급률이 50%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이 50~60% 중에서 인세(통상 10%)와 제작비(30% 남짓), 마케팅 비용(상황에 따라 가변적) 등을 제하면, 출판사가 갖는 마진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온-오프라인 대형서점이 책값의 40~50%를 가져가는 기형구조다. ▲여기에 도매상이 끼어 있다. 2017년 해가 바뀌면서 부도가 난 ‘송인서적’이 그 중 하나다. ▲도매상은 출판사에 어음을 지불한다. ▲그런데 도매상이 부도가 났으니, 도매상→ 출판사→ 인쇄, 제본소로 이어지는 연쇄 부도가 우려될 수 밖에 없다. ▲규모가 작은 ‘1인출판사’의 경우엔 말할 것도 없다. ▲‘1인 출판사의 롤 모델’이라 불리는 ‘유유출판사’의 조성웅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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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독특하다. 유유출판사(http://uupress.co.kr/blog/). 영문으로는 ‘uu’라고 돼 있다. 혹시 요즘 SNS에서 자주 쓰는 그 ‘ㅠㅠ’ 일까?

조성웅(43) 대표는 아니라며 웃었다. “그렇게 물어보시는 분들이 가끔 있는데요. ‘ㅠㅠ’가 아니라 ‘유유’입니다. 한자어 ‘유유자적(悠悠自適; 한가롭고 걱정없는 모양)’에서 따온 말이지요.”

‘유유(悠悠)’라는 이름은 ‘1인 출판사의 롤 모델’이라 불리는 이 출판사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조성웅 대표는 생각의나무, 김영사, 돌베게 등 굵직한 출판사에서 ‘이중톈의 삼국지 강의’ ‘동양고전강의 시리즈’ 등 주로 중국과 고전에 관한 책을 출간해온 중견 편집자. 한국외대 중국어과(93학번) 출신인 그는 ‘전공’에 맞게, 고전-중국-공부라는 3가지 키워드를 들고, 2012년 1월 ‘1인 출판사’를 차렸다. ‘유유’라는 이름은 이 3가지 키워드를 상징하는 일종의 공통분모다.

고전-중국-공부라는 3가지 키워드

2012년 ‘1인출판사’를 차린 이후, 지금까지 ‘유유’가 출간한 책은 모두 54종(외주 포함). 1만 5000부 가량 팔린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김정선) △‘공부책-하버드 학생들도 몰랐던 천재 교수의 단순한 공부 원리’(조지 스웨인) △‘공부하는 삶-배우고 익히는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지식’(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앙주) △‘단단한 공부-내 삶의 기초를 다지는 인문학 공부법’(윌리엄 암스트롱) 등이 대표적이다. 상대적으로 외서의 비중이 높다.

“신생 출판사의 경우에는 인지도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아는 저자라 하더라도, 책을 내자고 선뜻 부탁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외서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책의 가짓수도 좀 늘리고, 인지도도 좀 높이고, 그 다음에 국내 필자들에게 부탁을 하자.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조 대표는 신생출판사, 그것도 1인출판사의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출판사의 브랜드 인지도가 상당히 크더라고요. 돌베게에 있을 때 ‘동양고전강의’를 기획했습니다. 그런 경험으로 볼 때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사이즈(판매량)가 나오겠구나’ 하는 예상치가 있는데요. 막상 나와 보니까 그게 그렇지를 않더라구요. 출판사의 인지도라는 게 상당하다고 느꼈습니다.”

그의 말처럼 ‘1인출판사’를 새로 차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책 한권을 내는데 1500만원 정도 들어갑니다. 이게 다 팔리면 본전이 되는 건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이 있어요. 처음 출판사를 시작하는 분이 있다면, 매번 책을 낼 때마다 이만큼의 돈이 들어간다고 가정하고 하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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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시장의 기형 구조

출판사가 서점(인터넷 서점 포함)에 책을 공급할 때는 통상 60% 정도의 가격으로 계산한다. 100원짜리 책을 60원에 파는 셈이다. 이걸 공급률이라고 하는데, 어린이 서적은 이 공급률이 50%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이 50~60% 중에서 인세(통상 10%)와 제작비(30% 남짓), 마케팅 비용(상황에 따라 가변적) 등을 제하면, 출판사가 갖는 마진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온-오프라인 대형서점이 책값의 40~50%를 가져가는 기형구조다.

여기에 도매상이 끼어 있다. 2017년 해가 바뀌면서 부도가 난 ‘송인서적’이 그중 하나다. 국내 도매상은 북센, 송인, 출협 등 3곳. 도매상 운영시스템이 폐쇄적이어서 ‘송인’은 부도가 난 당일까지도 출판사에 책을 주문했다고 한다.

“송인 실무자들도 그날까지 부도가 날 거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얘기죠. 이렇게 책을 넘겨도 출판사들은 책이 어디 있는 어느 서점에, 얼마나 배포돼 있는지, 판매는 얼마나 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도매상이 ‘책을 보내라’고 하면, 그냥 보내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조 대표는 “출판사 입장에서는 공들여 만든 책이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도매상과 거래를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현실은 이런 마음과는 전혀 다르다”며 한숨을 쉬었다.

현금 지급하고 어음 받는 방식

도매상은 출판사에 현금 대신 어음을 지불한다. 그런데 출판사는 저자나 역자에게 현금으로 인세를 지급하는 것이 관행이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현금으로 지급하고 어음을 받는 형식이잖아요. 현금이 돌아가지 않으면 출판사는 어려워질 수 밖에 없지요. 그런데 이 어음도 바로바로 주지를 않습니다. 보통 4개월짜리 어음을 끊어줍니다. 게다가 출판사마다 한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매상이 어느 출판사의 한도를 1000만원으로 정했다고 치시죠. 이 출판사에 (도매상이) 줘야 할 누적금액이 2000만원이 되면, 그제서야 한도 1000만원은 남겨두고 나머지 1000만원만 ‘어음으로’ 주는 방식입니다. 게다가 ‘송인’의 경우엔 대부분 일원화 거래를 했습니다. 송인 한 군데 하고만 거래를 한 거죠. 대형 출판사들은 송인 외에 다른 도매상들과도 거래를 했지만, 작은 출판사들은 일원화 거래를 한 곳이 많습니다. 그런데 송인이 부도가 났으니, 막막해 지는 거죠.”

팔다 남은 재고도 문제다. 도서정가제가 실시되면서, 반품이 되거나 팔다 남은 책을 이른바 ‘땡처리’ 할 수 없도록 바뀌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남은 책은 고스란히 폐기 처분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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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좋고, 책 만드는 일이 좋고

상황이 열악하니 ‘1인출판사’는 비용 절감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유유’의 경우엔 46배판을 주로 낸다. 단행본은 어른 키만한 전지를 잘라 만든다. 판형이 독특하면 전지를 자르고 남는 부분이 생기는데, 이 손실을 최소화하는 판형이 46배판과 신국판이다. 조 대표는 “단행본 디자인의 경우에도 요란하고 화려한 것 보다는, 소박하고 은근한 디자인을 추구한다”고 했다. “고전-중국-공부라는 ‘유유’의 키워드에 잘 맞을 뿐 아니라, 비용도 상대적으로 덜 든다”는 이유다.

출판환경이 녹록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1인출판사’를 차린 이유는 뭘까? 조 대표는 “책이 좋아서”라고 답했다.

“책을 좋아하고 책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데, 회사에 계속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다른 방법이 없지요. 게다가 자기가 추구하는 방향이 있어서, 주도적으로 책을 만들고 싶다면 더 그렇겠지요.”

조 대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요즘 출판사들을 보면, 편집자들 연령층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경험이 쌓이면 편집자에서 관리자로 변신을 해야 하는데… 누구나 다 관리자를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출판사들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경험많은 고임금자를 줄여가는 추세입니다. 출판사 주간들 연령대를 보면 확연하게 드러나는데요. 40대를 넘긴 주간들이 드물어요. 이런 상황에서, 책을 정말 좋아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한 가지 밖에 없습니다.”

대만 인문학자 양자오의 고전강의 시리즈

열악할 것 같지만 조 대표의 경우엔 그렇지만도 않다. 그는 “전에 대형 출판사에 있을 때 보나 자유롭고, 수입도 훨씬 많다”고 했다.

“초장기(2012년) 매출은 1억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난해(2016년)엔 매출이 4억원 가량 됩니다. 큰 차이점은 제가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좀 쓸쓸하긴 하지만….”

조 대표는 ‘유유’가 만든 좋은 책으로, 대만 인문학자 양자오의 고전강의 시리즈를 꼽았다.

“종의 기원을 읽다, 꿈의 해석을 읽다, 자본론을 읽다, 논어를 읽다, 장자를 읽다, 맹자를 읽다. 이런 식의 시리즈입니다. 양자오 선생은 대만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하버드에서 지성사를 공부한 석학인데요. 각 고전들이 나오게 된 시대적인 배경부터, 이 고전이 갖고 있는 현대적 의미 등을 짚어주고 설명해 줍니다. 동서양 고전을 두루 넘나들면서 종횡무진 맥을 짚으며 해설을 하는데, 이 분 정말 대단한 분입니다. 저희가 낸 책이지만, 정말 좋은 책이라고 자신합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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