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눈

침묵의 눈

선가에 "목격전수目擊傳授" 라는 말이 있다.

입 벌려 말하지 않고 눈끼리

마주칠 때 전할 것을 전해 준다는 뜻이다.

사람끼리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것도

사실은 언어 이전의

눈길을 통해서 이루어 진다.

말은 설명하고 해설하고,

또 주석을 달아야 하는

번거로움과 시끄러움이 따르지만,

눈은 그럴 필요가 없다.

마주보면 이내 알아차릴 수 있고,

마음속까지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그래서 가까운 사이는 소리내는 말보다

오히려 침묵의 눈으로 뜻을 전하고 받아들인다.

그렇다 하더라도 눈은

어디까지나 "창문"에 지나지 않는다.

사물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것은 눈이 아니라 마음이다.

마음의 빛이 눈으로 나타날 뿐,

그렇기 때문에 창문인 그 눈을 통해

우리들은 그 사람의 실체를 파악하려는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의 눈길에서 우리는

희망보다는 절망을 느끼는 경우가 더러 있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초점을

잃고 몽롱하게 흐려 있는 눈,

출세를 위해 약삭빠르게 처신하느라고

노상 흘깃흘깃 곁눈질을 하는 눈,

앉은 자리가 편치 않음인지

불안하고 초조해 하는 눈,

자기 뜻에 거슬리면

잡아먹을 듯 살기 등등한

그런 눈을 대할 때 우리는 살맛을 잃는다.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오만하고

차디찬 눈초리는 그래도 견뎌 낼 수 있다.

하지만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어디에 호소할 길마저 없는 사람들의

그 불행한 눈만은 도저히 견뎌 낼 수가 없다.

하늘을 바라보고 땅을 굽어보는

그 눈이 우리들의 양심을 찌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컷 부림을 당하다가 아무 죄도 없이

죽으러 가는 소의 억울하고 슬픈 그 눈을 보라.

그러나 쇠고기 없이는

밥을 못 먹는 사람들은

그 눈이 표현하고 있는

생명의 절규를 읽어 내지 못한다.

나만 맛있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니까.

맑고 선량하고 고요한,

그래서 조금은 슬프게 보이는 눈..

산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수녀님의 눈을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

그 눈길과 마주쳤을 때

내 안에서는 전율 같은 것이 일어났다.

그것은 아득한 전생부터

길이 들어 온 침묵의 눈이었다.

자기 자신을 안으로 다스리는

맑고 고요한 수행자의 눈이었다.

진실한 수행자의 눈은

안으로 열려 있다.

내면의 길을 통해

사물과 현상 너머의 일까지도

멀리 내다볼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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