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의 매력? 문제를 직접 내고, 직접 풀기도 하는 것”

명함관리 애플리케이션 '리멤버' 최재호 대표 인터뷰

‘트리즈(TRIZ) 법칙’. 러시아어로 ‘창조적 문제해결이론’이란 의미의 이 법칙은 구소련의 과학자 겐리히 알트슐러가 17년간 자국 내 특허 200만건의 개발 과정을 연구한 결과물이다. 모든 창의적인 발견은 공통적으로 현재의 모순 정의, 이상적인 목표 설정, 주어진 자원 안에서의 해결책 발견이라는 세 단계를 거쳐 이뤄진다는 내용이다. 즉 “모순을 새로 정의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모든 혁신은 탄생한다”는 게 ‘트리즈 법칙’이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만 활용되던 트리즈는 1991년 구소련 붕괴 후 전 세계로 전파되며 경영 혁신 전략으로 발전했고, 제너럴일렉트릭(GE),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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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스타트업계에서도 트리즈 법칙이 주목받고 있다. 트리즈는 당면한 문제를 정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로 기존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과제인 만큼 ‘현재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 글로벌 컨설팅 회사를 뛰쳐나와 명함관리 애플리케이션 ‘리멤버’를 개발한 최재호(36∙사진) ‘드라마앤컴퍼니’ 대표 역시 “스타트업의 제1과제는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자기 주도적 삶을 위해 창업에 도전했고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창업의 매력”이라 말하는 최 대표를 서울 역삼동 드라마앤컴퍼니 사무실에서 최근 만났다.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

리멤버는 명함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면 명함 속 정보를 자동으로 휴대전화 연락처에 저장해주는 명함관리 앱이다. 유사 앱들이 이미지 자동인식 기술을 활용하는 것과 달리 리멤버는 900여명의 재택근무 타이피스트가 명함 정보를 수기 입력하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2월 누적 사용자 100만명을 돌파했고 2년 연속 ‘구글 플레이 올해의 앱’에 선정되는 등 호평을 받고 있다.

리멤버 창업 전 최 대표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딜로이트에서 기업의 중장기 경영 전략과 인수∙합병(M&A) 실사를 담당하는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잘 다니던 회사를 뛰쳐나온 건 지난 2013년 4월. 그는 “하나부터 열까지 소신대로 결정할 수 있는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며 창업 동기를 밝혔다.

- 회사 생활에 만족하지 못했나요.

‘성장’과 ‘성취’라는 관점에서 볼 때는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매일 새로운 분야의 기업을 만나 새로운 과제를 직면하는 삶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저 자신도 많이 성장할 수 있었거든요.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도 컸고요. 그래서 굉장히 힘들었지만 즐겁게 다닐 수 있었어요.

- 만족스러운 삶이었는데 왜 퇴사하게 됐나요.

좀 더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보고 싶었어요. 누가 제 길을 정해주는 걸 좋아하지 않고 소신대로 살고 싶은 성격인데, 어떤 조직의 구성원 중 한 명으로 있을 땐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게 쉽지 않잖아요. 제가 만들고 싶은 제품을, 제가 일하고 싶은 사람들과, 제가 일하고 싶은 방식으로 해보고 싶어서 사업을 하게 됐어요.

‘자기 주도적인 삶’을 원했던 최 대표. 사업 아이디어는 컨설턴트로 일하며 경험했던 불편함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하루에도 여러 고객을 만나다 보니 명함 관리가 쉽지 않아 자동저장 앱을 사용했는데, 오류가 잦아 일일이 수정하는 번거로움이 컸기 때문. 최 대표는 “비서가 있는 사람들은 명함으로 고생하는 일이 없더라”며 “기존 앱이 활용하는 자동 인식기술 대신 비서처럼 타이피스트가 직접 입력해주는 방식이라면 더 좋은 서비스가 나올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 창업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나요.

운이 좋았는지 사업 초반에 10억 정도 투자를 받긴 했지만 그 전에는 제가 가진 밑천을 다 빼서 만들었어요. 회사 퇴직금을 먼저 썼고 나중엔 보험, 주택청약까지 다 해지해서 초기 자금을 마련했죠. 그래서 지금도 저는 보험이 없어요. 청약도 없고요.

- 직접 사업을 해보니 자기 주도적으로 일하게 됐나요.

이전 회사에 다닐 땐 문제를 해결만 하는 삶이었거든요. 어떤 기업에 가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물어보고 거기에 맞는 해결책을 던져주는 거죠.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만이 유일한 관심사였어요.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정의하는 거잖아요. 지금은 문제 정의부터 제가 직접 할 수 있게 됐죠.

- 문제 정의부터 하려면 오히려 일이 더 많아 힘들지 않나요.

모든 걸 다 해야 하니까 사실 힘들긴 힘들어요. 그럼에도 굉장히 즐겁고 행복해요. ‘A부터 Z’까지를 다 우리 손으로 하는 거니까요. 수능을 보더라도 우리는 문제가 출제된 것만 볼 수 있지 직접 문제를 내지는 못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직접 문제를 내고 풀어볼 수도 있는 거니까. 어려움은 크지만 그걸 통한 성취감이나 즐거움은 그 이상인 것 같아서 행복해요.

- 지금 리멤버가 문제라고 정의한 것은 무엇인가요.

2017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에요. 어떤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어떤 단계로 풀어가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이전 직장에 있었다면 이런 고민은 필요 없었겠죠. 평범한 직장인이었다면 주어진 목표를 왜 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도 모른 채 그냥 정해진 목표치만 맞춰가면 되잖아요. ‘왜’에 대한 고민 없이 정해진 목표만 하던 대로 하는 거죠. 창업한 뒤론 항상 ‘왜’를 고민하는 것 같아요. ‘왜 지금 목표를 세워야 하는지’, ‘왜 그 목표가 필요한지’ 등을 고민하고 거기에 맞는 단계와 방법을 찾아가는 거죠.

1950년대 컴퓨터 언어 ‘코볼’(cobol)을 개발하고 프로그램 코딩 오류를 의미하는 용어 ‘버그’를 최초로 사용한 여성 과학자 그레이스 호퍼는 “그간 우리에게 가장 큰 피해를 끼친 말은 바로 ‘지금껏 항상 그렇게 해왔어’라는 말이다”란 명언을 남겼다. 뚜렷한 목적과 이유도 알지 못한 채 관성적으로 기존 일을 반복하는 것을 경계한 말로, 호퍼는 “무엇을, 왜 해야 할지 알아야 혁신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전자결제 업체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이자 페이스북의 최초 투자자로 유명한 피터 틸도 “창업가라면 아무도 하지 않고 있는 일을 우리가 왜 해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대표는 “대표라면 어떤 것이 문제이고 왜 그것이 문제라고 보는지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것이야말로 창업가의 역할이고 매력이다”고 말한다.

- 리멤버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당연히 돈을 굉장히 많이 버는 거죠. 모든 회사는 다 그래야 하니까요. 그런데 그것만을 제1의 목표로 삼으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사업은 가치에 대한 재화의 교환인 건데, 그러려면 결국 가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게 우선이잖아요. 가치 있는 서비스가 나오려면 정말 열정을 갖고 일하는 직원들이 먼저 존재해야 하고요. 그래서 리멤버의 목표는 행복하고 애정 가득한 회사가 되는 거에요. 돈부터 좇아가면 오히려 우리의 가치가 무너질 것 같아요. 동료들이 행복하게 일하고 그 결과로 많은 사람에게 좋은 가치를 전달하는 게 제가 죽을 때까지 가져가야 할 목표인 거죠.

/기사∙인포그래픽=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사진∙영상 촬영 및 편집= 비즈업 백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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